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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코스피 5000 증시 연일 최고치
실물경제 냉랭 성장률 1% 턱걸이 ... 한국과 미국 기초체력 역전돼
고착화한 저성장, 경제 최대 과제 ...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야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22일 증시가 달아오르며 코스피지수가 장중 5000선을 넘어섰다. 한때 5019.54까지 올랐다가 4952.53으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문제와 관련해 유럽 8개국에 부과하겠다던 관세를 철회하자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하지만 증시와 달리 실물경제는 찬바람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은 –0.3%,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1.0%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2022년 4분기(-0.4%) 이후 3년 만의 최저치다.

지난해 연간으로도 반올림하지 않은 ‘진짜 성장률’은 0.97%로 엄밀히 따지면 0%대다. 이는 2024년 성장률 2.0%나 1.8% 안팎인 잠재성장률에 크게 못 미친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ㆍ자본ㆍ자원 등 동원할 수 있는 생산요소를 모두 투입해 물가 상승 등 부작용 없이 최대한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일컫는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지난해보다 높다지만, 여전히 세계 경제 성장률이나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16배 큰 미국 성장률에 못 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9%다. 세계 경제 성장률 3.3%는 물론 미국 성장률 전망치 2.4%보다 낮다. 

IMF 전망대로 경기 흐름이 이어지면 한국과 미국의 성장률은 2023년 이후 4년 연속 역전되는 상황에 처한다. 미국 성장률은 2023년 2.9%로 한국(1.6%)을 1.3%포인트 차이로 추월했다. 2024년 0.8%포인트(미국 2.8%·한국 2.0%), 지난해에는 1.1%포인트(미국 2.1%ㆍ한국 1.0%) 차이가 났다.

한국과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도 역전된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2023년 잠재성장률은 각각 2.41%와 2.44%로 0.03%포인트 차이로 뒤집혔다. 이후 차이는 더 벌어졌다. 올해 한국과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각각 1.7%와 2.0%로 미국이 0.3%포인트 높다. 

 

 

성장률 역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한미간 금리 역전도 2022년 7월 이후 역대 최장 기간 지속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한국이 연 2.5%, 미국은 3.5~3.75%로 상단 기준 1.25%포인트 차이 난다. 한은 입장에선 금리를 올리자니 부진한 내수가, 금리를 낮추자니 고환율과 치솟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걱정이다.

이처럼 한미간 성장률과 금리 역전이 장기화하며 원화 약세(원ㆍ달러 환율 상승)를 부추기고 있다. 자본은 속성상 수익률을 따라 움직인다. 성장률도, 금리도 높은 미국으로 흘러들어가기 마련이다. 최근 고환율 추세는 한미간 성장률과 금리 차이, 미국 증시 활황, 한국의 산업 경쟁력 약화 등에 원인이 있다.

게다가 잘되는 산업의 대미對美 투자 압박으로 국내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등 성장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등 대외 리스크와 국내 정치 리스크가 겹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가 기진맥진한 모습이다. 2023년부터 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하며 1%대를 맴돌자 ‘잃어버린 5년’ 우려까지 터져 나온다.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은 고착화하는 저성장이다. 저성장은 일자리 부족, 고환율로 인한 물가 불안, 저출생, 양극화 심화, 지방소멸, 연금 고갈 등의 사회문제를 초래한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5000을 넘어섰지만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탄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방위산업 위주로 주가가 뛴 반면 나머지 다수 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성장 전략 대전환을 2년차 국정운영의 핵심으로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 대통령은 ‘성장’을 31차례 언급했다. ‘국민의 삶’을 국정운영 원칙으로 삼아 탈이념ㆍ탈진영ㆍ탈정쟁의 현실적 실용주의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3시간에 가까운 역대 최장 기자회견을 했지만, 현안과 과제들이 풀린 것은 아니다. 고환율 여파로 수입 식료품 가격이 오르며 밥상을 위협한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부동산 대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모두의 성장’을 내세우며 K자형 양극화를 극복하자고 했지만 구체적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바이오 등 미래산업을 선도할 벤처와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해야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할 수 있다. 성장의 온기가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 쏠리지 않고 고루 퍼지게 하려면 기업들이 뛰게 해야 한다. 기업이 들어가야 지방에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균형 발전도 다질 수 있다. 

해외보다 국내에 공장ㆍ연구소ㆍ사무소를 두는 것이 유리하도록 손에 잡히는 유인책을 제공하자. 규제ㆍ금융ㆍ공공ㆍ연금ㆍ교육ㆍ노동 등 6대 분야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자.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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