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이른바 '강남모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여행일로부터 680일 만이다.
강남모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에도 약을 먹으며 제주여행을 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아 논란을 빚은 모녀다.
제주지방법원 민사2단독 송현경 부장판사는 28일 제주도와 도내 업체 2곳, 도민 2명이 서울 강남구 21·26번 코로나19 확진자인 모녀 A씨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1억32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원고들이 부담하게 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모녀의 고의성 여부다.
지난해 3월 15일 미국에서 입국한 유학생 A씨와 모친 B씨는 같은달 20일부터 4박 5일간 관광차 제주에 입도했다.
그러나 A씨는 첫날부터 오한과 근육통, 인후통 등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제주 곳곳을 돌아다녔다. 특히 셋째날에는 증상이 악화돼 제주도내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음에도 우도 등을 여행했다.
결국 이들은 계획했던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서울로 돌아가고 나서야 강남보건소를 방문해 진단 검사를 받았고, 다음날인 25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모녀가 방문한 숙박시설과 관광지 등 20곳은 방역을 위해 임시 폐쇄조치됐다. 제주도내 밀접접촉자 90여명이 자가격리되기도 했다.
도민사회뿐만 아니라 비판여론이 전국적으로 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강남모녀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제주도는 2020년 3월 이들 모녀가 의료체계 공백, 영업장 폐쇄, 자가격리 등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행 첫날부터 코로나 증상을 보였고 여행 중 병원을 찾은 점을 보면 고의성이 있다는 취지다.
당시 임시 폐업한 업체들은 영업 손실액, 자가격리자는 소득 손실액 등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 강남모녀 측은 반면 고의성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피고 측은 재판과정에서 “당시 A씨가 보이던 증상이 코로나19로 인한 것이 아니라 원래 앓고 있던 알레르기 비염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면서 “특히 제주여행을 왔을 땐 해외입국자 자가격리가 의무가 아니라 권고사항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0년 4월1일자로 해외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가 의무화됐다. 이전까지는 정부의 권고사항에 머물렀다.
제주도 측 법률대리인 이정언 변호사는 “코로나 사태에 비슷한 선례가 없어 재판부가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한 것 같다. 판결문을 분석해 제주도와 항소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외에도 해열제를 복용하며 제주 여행을 한 경기 안산시 확진자에 대해서도 2020년 7월 1억3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도는 또 역학조사 과정에서 산방산 탄산온천 방문 사실을 숨겨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유발한 은퇴 목사 부부에 대해선 2020년 10월 1억2500여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