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신변보호를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하는 등 피해우려자 신변보호 체계를 대폭 손질한다. 최근 벌어진 중학생 살해사건에서 불거진 경찰의 허술한 대응에 대한 논란에 따른 조치다.
제주경찰청은 '중학생 피살사건' 유사 사례 재발을 막고 범죄 피해자를 철저히 보호하기 위한 신변보호 체계 내실화 방안을 마련한다고 6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18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서 중학생 A(16)군이 A군 어머니의 과거 동거남인 백광석(48)과 공범 김시남(46)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이 일어난 바 있다.
이번 신변보호 체계 내실화는 사건 발생 보름여 전 A군 어머니의 신변보호 결정에도 이들 모자에게 스마트워치(응급버튼을 누르면 112에 즉시 연락이 가는 손목시계형 기기)가 지급되지 않는 등 보호 조치가 허술했다는 지적에 따른 경찰의 조치다.
이번 대책의 주요 골자는 ▲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 중심으로 신변보호 업무를 총괄, 신변보호 전종인력 배치 ▲신변보호 심사위원회 내실화 ▲관서장 및 중간관리자의 책임 강화 등이다.
내실화 방안에 따라 앞으로는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이 신변보호 업무를 총괄한다. 신변보호 신청서 접수 후 신변보호심사위원회 개최, 조치, 이행 점검 등 전 과정이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 중심으로 추진된다.
이를 위해 신변보호 업무 전담 요원은 제주청과 도내 경찰서 3곳에 각 1명씩 모두 4명이 배치된다.
기존에는 여성청소년·형사 등 각 기능의 사건 담당자를 중심으로 심사위를 열고 조치를 취했다. 그러다보니 담당자 업무 부담이 커지는 데다가 전문성 부족으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경찰은 “이번 조치로 사건 담당자는 수사에 전념할 수 있게 되고 전담 요원을 통해 전문성도 확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변보호심사위원회도 내실화한다. 위원회에는 학대예방경찰관인 APO(Anti-abuse Police Officer)와 신변보호 전담 요원이 필수적으로 참여한다.
이전까진 과장과 실무자 중심으로 위원회를 운영, 신변보호 판단 근거인 위험성 평가 등이 미흡했던 점을 고려한 조치다.
위험성 평가는 실무자가 작성한 위험성 체크리스트와 기초 조사 내용 등을 주무 과장이 검토, 평가토록 했다.
또 신변보호에 대한 관서장과 중간관리자의 책임도 강화한다.
신변보호 신청을 받으면 서장에게 반드시 보고하고, 중간관리자가 적극적으로 수사를 지휘하도록 하는 등 중간관리자와 서장 중심으로 신변보호 업무를 책임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개별 신변보호 조치에 대한 이행 여부를 각 부서장 책임하에 주기적으로 합동 점검한다. 주요 신변보호 조치에 대한 실효성도 확보한다.
신변보호 전담 요원과 사건담당자가 함께 보호 대상자에게 스마트워치와 폐쇄회로(CC)TV 사용법, 유의사항 등을 설명하고 장비를 지급·설치한다. 아울러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이 피해자별 맞춤형 순찰 실시요령을 구체적으로 지시한다.
경찰청은 앞서 스마트워치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현재 전국 2300대 수준인 스마트워치 보급 대수를 올해 9월 3000대, 내년 1월 3700대로 늘리기로 한 바 있다. 아울러 관서별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제주청 내실화 방안의 시범운영 성과를 분석, 전국 확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제주에서 연인.부부 관계 사이에 일어나는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내에서 일어난 5대 범죄는 9135건으로 나타났다. 5대 범죄는 살인, 갈도, 강간, 절도, 폭력이다. 이 가운데 58.1%에 달하는 5310건이 폭행 사건이다.
폭행 사건 5310건 중 822건은 가정폭력, 87건은 데이트 폭력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제주 112에 접수된 폭력 관련 신고는 1만6388건이다. 이 가운데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 신고는 각각 3883건, 1131건에 달한다.
가정.데이트 폭력 관련 신고가 전체 폭력 관련 신고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입건 비율은 1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신고 대비 검거율도 가정폭력이 22.1%, 데이트 폭력이 13.4%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