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당한 10대 청소년의 모친이 최근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무참히 살해돼 경찰의 보호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48)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8일 오후 3시 16분께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 침입, 이 집에 사는 B(16)군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군은 사건 당시 집에 혼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귀가한 어머니가 숨진 B군을 발견, 오후 10시 51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범행 후 달아난 A씨는 신고 20시간여 만인 19일 오후 7시 26분께 제주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공범인 A씨의 지인 C(46)씨는 이보다 앞선 새벽 0시 40분께 거주지에서 검거됐다.
A씨는 연행 당시 “혐의 인정하냐” “유족들에게 할말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정한다” “죄송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면서 입을 닫았다.
경찰은 A씨가 B군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에 있다가 사이가 틀어지면서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범행 현장이나 대낮에 2명이 함께 뒷문을 통해 주택에 침입한 사실 등 계획 범죄로 볼 만한 정황이 많다”고 말했다.
A씨 일당은 집으로 침입하기 전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B군의 집에 있던 도구를 이용, B군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B군 어머니가 A씨에게 폭행당하는 등 위협을 받아 이달 초 경찰에 가정폭력 신고를 하고 신변 보호 요청을 했다.
경찰은 B군의 어머니가 신변보호요청 대상자로 등록됨에 따라 사건현장인 주택 앞뒤로 CCTV 2대를 설치했다. 아울러 B군과 B군의 어머니가 살고 있던 주택 일대 순찰을 강화했지만 사건을 막지 못했다.
경찰이 설치한 CCTV는 녹화 기능만 갖고 있는 제품이었다. A씨 일당은 B군의 집 주변 CCTV 설치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신변보호 요청자에게 지급되는 스마트워치 역시 B군에게는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마트워치는 신변보호 대상자가 위급할 때 응급버튼을 누르면 경찰 112 상황실과 담당경찰관에게 즉시 연락이 가는 기기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신고 당시 스마트워치 재고가 없어서 바로 지급하지 못했지만 곧바로 B군의 어머니에겐 지급했다”면서 “사건 발생 후 B군의 삼촌 가족이 신변 위협을 느낀다고 해서 그쪽에 2대를 추가로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가족 구성원이면 같은 보호를 받고, 임시조치도 접근금지가 이뤄지는 부분이라 B군도 (신변보호 조치에) 포함된다"면서 "제도권 내에서 최대한 노력했지만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은 공범인 C씨가 체포된 19일 "신변보호와 신변경호는 차원이 다르다", "신변보호 대상자는 B군의 어머니이지 B군이 아니다"며 허술한 신변보호 조치에 대하 논란을 자초, 이에 대한 비난이 거세질 전망이다.
A씨는 현재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공범인 C씨는 살인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과거 연인의 아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 피의자 2명이 범행을 공모하게 된 배경 등 자세한 내용은 충분한 수사 후에 밝히겠다"고 전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 A씨와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