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9 (월)

  • 맑음동두천 -5.7℃
  • 맑음강릉 2.4℃
  • 맑음서울 -2.8℃
  • 맑음대전 -1.4℃
  • 맑음대구 1.7℃
  • 맑음울산 1.6℃
  • 흐림광주 2.9℃
  • 맑음부산 2.6℃
  • 구름많음고창 1.6℃
  • 흐림제주 8.9℃
  • 맑음강화 -2.9℃
  • 맑음보은 -5.0℃
  • 맑음금산 -3.9℃
  • 구름많음강진군 1.1℃
  • 맑음경주시 2.1℃
  • 맑음거제 3.2℃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제주특별법, 어디로 가야 하나(20.끝)] 행정편의 규정 만연 ... 단편적 권한이양

 

제주특별자치도에 필요한 것은 “거울”

 

제주특별법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의 약칭이다. 기다란 명칭처럼 481개 조문으로 구성되며 이것을 인쇄하면 117쪽이 나온다. 책 한권 분량이다. 법률 전문가라 할지라도 한 개의 조문을 해석하려면 한 달 이상 걸리는 정도라면 도민은 아예 쳐다 볼 수도 없다. 담당 공무원이라 할지라도 한 개 조문을 이해하려면 헷갈려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집행하는 근거가 되어버렸다.

 

이 법은 고도의 자치권과 실질적인 지방분권이라는 거창한 목적을 선언하였으나 그와는 정반대로 기초자치단체를 해체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기초자치단체의 권한을 모두 흡수하여 제주특별자치도에 집중시켜 버렸다. 중앙집권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지방집권이 폐단이 나타나고 지방분권과 보충성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국제자유도시라는 낡은 개념을 가져다 붙이면서 제주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처럼 요란하게 떠들면서 포장되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밀어내고 자리를 잡은 관치행정

 

제주특별법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밀어냈다. 대신에 투자유치를 위한 규제자유화를 비롯하여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규정과 소속 공무원들에게는 인사 혜택을 확대하는 제도(제44조 내지 제56조)가 자리를 잡았다. 국민들이 피와 땀으로 어렵게 이루어 놓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관치행정 체제로 회귀하여 버렸다.

 

중앙권한을 이양하여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권한을 강화하였다고 한다(제238조 내지 제457조). 그러나 국가에 전속하는 권한이나 애초부터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권한이 없어 제주특별자치도의 권한으로 성립할 수 없는 경우와 이미 전국 공통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이미 위임되었음에도 이를 다시 위임하면서 권한이양 건수를 부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 공통적으로 위임된 권한을 귀찮아서인지 제주특별법을 빌려 제외해 버린 경우도 허다하며, 이외에도 행정편의를 위한 규정을 비롯하여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규정은 물론 이미 특별성을 상실하여 버린 일반 규정도 널려 있다.

 

조례를 제정할 대상이 없는 권한을 조례로 정하도록 이양한 경우는 물론이고 과태료와 행정처분과 과징금을 국가기준과 달리 이중처벌기준을 규정한 조례도 나타나고 있다. 제주특별법이 위임하지 않았음에도 그 이름을 빌려 규제와 벌칙을 정하여 무효인 조례와 주민의 권리를 까탈스럽게 제한하는 조례도 널려 있다.

 

짙은 화장으로 얼굴을 가린 듯 거창한 목표로 포장된 제주특별법이 보여주는 민낯이다. 다른 법률이라면 단어 하나가 잘못 되더라도 난리법석일 텐데 제주특별법이 이 지경인데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면서 조그마한 단위사무 권한 이양에 매달리는 실정이다.

 

자랑거리가 될 수 없는 단편적인 권한이양

 

제주특별자치도는 바싹 마른 행주에서 물을 짜 내듯 억지로 만들어서 중앙정부에 조아려 권한을 이양을 받아왔다 한들 자랑거리가 될 수가 없다.

 

2020년 6월 11일 이양 받은 권한은 제주특별자치도 이전에 원래부터 기초자치단체였던 시군(市郡)의 권한이었다. 제주특별법 제15조의2(위원회 설치에 관한 특례)는 「건축법」 제4조에 의한 건축위원회, 「아동복지법」 제12조에 의한 아동복지심의원회, 「영유아보육법」 제6조에 의한 지방보육정책위원회를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시에서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권한이다.

 

그러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는 조례를 제정하여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이미 주어진 권한이다. 원래 있었던 권한임에도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여 없어져버린 권한을 다시 되돌려 달라고 애원하여 받아 오는 격이 되어 버렸다.

 

제주특별법

 

건축법

 

제15조의2(위원회 설치에 관한 특례) 「건축법」, 「아동복지법」 및 「영유아보육법」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에 따른 위원회는 도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시에 설치ㆍ운영할 수 있다.

 

1. 「건축법」 제4조에 따른 건축위원회

 

제4조(건축위원회) ① 국토교통부장관,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조사·심의·조정 또는 재정(이하 이 조에서 "심의등"이라 한다)하기 위하여 각각 건축위원회를 두어야 한다.

⑤ 제1항에 따른 각 건축위원회의 조직·운영,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령이나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자치구의 경우에는 특별시나 광역시의 조례를 말한다. 이하 같다)로 정한다.

 

제주특별법 아동복지법

2. 「아동복지법」 제12조에 따른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제12조(아동복지심의위원회) ①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그 소속으로 아동복지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라 한다)를 각각 둔다.
1. 제8조에 따른 시행계획 수립 및 시행에 관한 사항
2. 제15조에 따른 보호조치에 관한 사항
3. 제16조에 따른 퇴소조치에 관한 사항
4. 제18조에 따른 친권행사의 제한이나 친권상실 선고 청구에 관한 사항
5. 제19조에 따른 아동의 후견인의 선임이나 변경 청구에 관한 사항
6. 지원대상아동의 선정과 그 지원에 관한 사항
7. 그 밖에 아동의 보호 및 지원서비스를 위하여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② 심의위원회의 조직·구성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

 

제주특별법

영유아보육법

 

3. 「영유아보육법」 제6조에 따른 지방보육정책위원회
[본조신설 2019.12.10] [[시행일 2020.6.11]]

 

제6조(보육정책위원회) ① 보육에 관한 각종 정책·사업·보육지도 및 어린이집 평가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에 중앙보육정책위원회를, 특별시·광역시·도·특별자치도(이하 "시·도"라 한다) 및 시·군·구(자치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에 지방보육정책위원회를 둔다. 다만, 지방보육정책위원회는 그 기능을 담당하기에 적합한 다른 위원회가 있고 그 위원회의 위원이 제2항에 따른 자격을 갖춘 경우에는 시·도 또는 시·군·구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위원회가 지방보육정책위원회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잘 못 꿰어진 첫 단추

 

제주특별자치도는 포르투갈의 마데이라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공식명칭은 “마데이라 자치구(Autonomous Region of Madeira)”이며 인구는 26만7천명, 면적은 제주도의 3분의 1 정도이다. 유럽의 다른 국가는 모두 지방자치를 실시하였음에도 마데이라는 오랜기간 동안 국가의 위임통치에서 벗어나 1976년에 와서야 비로소 지방자치를 시작하였다. 다른 나라에 비하여 지방자치를 늦게 시작하였을 뿐 특별자치의 교훈이 될 수도 없었다.

 

우리나라의 법률체계에서는 중앙정부의 권한이양(devolution)이라 할지라도 좁은 의미의 위임(delegation)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이양이라는 이름으로 시시콜콜한 단위 사무 몇 건을 받아 왔다고 자랑삼아 늘어놓을 일이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 분권 모델을 완성하기 위하여 2019년에 마련된 '자치분권 시행계획'은 포괄적으로 권한을 이양하여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도민의 자기결정과 책임성을 강화하여 직접 민주주의를 활성화하고, 제주특별법 위임조례를 확대하여 자치입법권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였으나 공염불이며 그게 그거다.

 

지금 제주특별자치도에 필요한 것은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다. 전체 481개 조문 중에서 100여개 조문이 무효이거나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필요 없는 규정을 하였다면 근본적인 대체입법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제주특별법에 대한 정밀한 입법평가와 동시에 국제자유도시 개념을 재정립하여야 하고, 주민자치 확대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끝>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