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누리>는 지역의 현안에 대해 문제점을 진단해 해법을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solution journalism)을 추구합니다. ‘제주특별법’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의 약칭으로 고도의 자치권과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추구하기 위한 제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설계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법률적인 구조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주민의 삶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다 할 수 있으며, 극소수의 공무원을 제외한 주민 대부분이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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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해방 이후에 실시된 지방자치로 짧은 역사, 그리고 중앙집권과 지방자치의 왜곡을 경험하여 왔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역사적 배경과 법률적 환경이 다르므로 유럽과 미국에서와 같은 지방자치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지방자치단체 통합이 추진되면서 행정의 효율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제시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시군 통합과 같이 수평적인 지방자치단체 통합을 추진하였다. 이에 비하여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광역자치단체(도)가 기초자치단체(시군)를 흡수한 수직적 통합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경우이다.
'제주특별법' 제10조 제1항은 종전의 기초자치단체(시군)를 폐지하고, 제2항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시(행정시)'를 규정하였다. 그러나 행정시는 '지방자치법' 제3조 제3항이 규정하는 것처럼 기초자치단체(인구 50만 이상의 시) 산하 기관인 '자치구가 아닌 일반구(區)'와 같이 일선행정기구이다.
일반구는 수원시에서 볼 수 있으며, 수원시 인구는 123만명으로 4개 일반구로 나누어 진다. 인구는 장안구 28만명, 권선구 38만명, 팔달구 18만명, 영통구 37만명이다. 이에 비하여 제주시의 인구는 50만명으로 이미 과부하 상태다.
제주특별법 | 지방자치법 |
제10조(행정시의 폐지·설치·분리·합병 등) ① 제주자치도는 「지방자치법」 제2조제1항 및 제3조제2항에도 불구하고 그 관할구역에 지방자치단체인 시와 군을 두지 아니한다.
② 제주자치도의 관할구역에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시(이하 "행정시"라 한다)를 둔다.
| 제3조(지방자치단체의 법인격과 관할) ②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이하 "시ㆍ도"라 한다)는 정부의 직할(直轄)로 두고, 시는 도의 관할 구역 안에, 군은 광역시, 특별자치시나 도의 관할 구역 안에 두며, 자치구는 특별시와 광역시, 특별자치시의 관할 구역 안에 둔다.
③ 특별시ㆍ광역시 및 특별자치시가 아닌 인구 50만 이상의 시에는 자치구가 아닌 구를 둘 수 있고, 군에는 읍ㆍ면을 두며, 시와 구(자치구를 포함한다)에는 동을, 읍ㆍ면에는 리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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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시읍면 자치제를 1961년에 시군으로 전환하면서 시읍면 자치제를 폐지하고 시행을 유보하였다. 지방자치제가 부활되었으나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시군 자치제는 폐지되었다. 그러한 점에서 '제주특별법' 제1조가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고도의 자치권을 내세웠음에도 지방자치를 훼손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1960년 | 1961년 | 1987년 | 2002 | 2006 |
시 읍면 자치제 | 시군 자치제 전환
| 지방자치 부활 | 국제자유도시
| 시군 자치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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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의 지방자치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이다.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가장 가까운 기초자치단체(시)이며 지방의회(local council)와 권리 능력을 갖춘 '법인격(Municipal Corporation)'을 의미한다.
영국에서 기초자치단체(시)가 먼저 탄생하였으며(1835년) 광역자치단체(카운티)는 훨씬 나중에 생겼다(1888년), 독일에서도 기초자치단체(게마인데)가 먼저 생겼으며(1808년) 광역자치단체(크라이제)는 훨씬 나중에 생겨났다(1949년).
1985년에 제정된 유럽연합 지방자치헌장은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존재(existence)는 가장 효율적'이며 '지방자치는 민주적으로 구성된 정책결정기구와 그들의 책임을 충실하게 수행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가진 광범위한 자치'를 천명한 바 있다.
지방의회와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는 자치권한이 없으며, 행정시장 직선제는 또 다른 변형된 모습에 불과할 뿐 대안이 될 수 없다. 지방자치의 효율성은 행정기관이 아니라 주민의 입장에서 지방분권과 보충성의 원칙에 근거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는 지역 공동체의 가치
미국에서 지방자치단체 통합은 비용 절감, 효율 증진, 권한 확대, 세원 확대, 행정 절차의 간소화를 목적으로 추진되었으나 의도하였던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지방자치단체 통합은 140건이 추진되었으나 그 중 100건은 지역 공동체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주민투표에서 부결되거나, 연방대법원은 선거구 획정을 특정지역에 유리 혹은 불리하게 하는 게리멘더링(gerrymandering)이라는 이유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40개로 통합되었으나 도시가 집중되어 인구가 밀집된 경우이다. 1856년에 통합된 '샌 프란시스코 시티 & 카운티(San Francisco City & County)'의 현재 인구는 88여만 명이며, 면적은 600㎢로 제주도의 3분의 1정도이다. 광역자치단체(카운티)를 기초자치단체(시티)에 하향적으로 통합하고, 지방정부는 자치입법부-자치행정부-자치사법부로 구성되며 지방자치의 최대한 이익(full benefit)이 보장된다.
영국에서도 1972년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통합하였으나(Unitary Authority), 지역공동체 중심의 시민교구(Civil Parishes)는 점차 확대되어 현재 1만269개가 존재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충실하게 보장된다.
행정체제개편 논의에서 가장 우선하여야 하는 것은 지역 공동체의 가치이다. 지방자치는 그 자체의 관할구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군의 관할구역을 중심으로 편성되는 경찰서, 소방서, 교육청을 비롯하여, 기초자치단체 소속기관인 보건소, 상하수도, 환경기초시설 등의 관할 구역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제주특별자치도를 4개의 시로 나누는 행정체제개편(안)은 1개의 시에서 각각 두 개의 경찰서, 소방서, 교육청, 보건소와 환경기초시설 관할 구역으로 나누어 질 수 있다. 국회의원 혹은 시장 선거를 특정 지역에 유리 혹은 불리한 게리멘더링이 될 수 있으며 심각한 갈등 원인이 될 수 있다.
행정체제를 무모하게 개편하면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되며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그러므로 지방자치 관할구역을 획일적으로 이리저리 가볍게 나누어서는 아니 된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