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5일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하는 조건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이날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료과목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했으며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강력하게 처분하겠다”며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도민들이 양해해달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원 지사와 일문일답.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했는데...
“숙의형 민주주의를 위해 도입한 공론조사위원회의 첫 결정사항을 수용하지 못해 사과 말씀드린다. 녹지병원 측에 비영리 병원으로 전환에 대해 권유도 해봤지만 거절했다. 불허 결정하고 인수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모든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론조사위의 방안을 현실화하지 못했지만 반대의견의 주된 이유였던 공공의료체계 왜곡과 의료비 폭등 등 국내 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진료 대상을 외국인으로 한정했으며 조건을 어기면 허가를 취소하는 등 철저하게 감독하겠다. 모든 것을 감안한 차선책이었다.”
▶의료법상으로는 국민이 진료를 원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외국인만 진료가 가능한가.
“그 점을 최우선으로 고심했다. 보건복지부에 책임 있는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지난 1월에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명시가 되어 있으면 그것을 근거로 내국인에 대한 진료를 거부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 그 내용에 근거했으며 개설허가 조건에도 명시됐기 때문에 병원은 이를 지켜야 한다.”
▶내국인이 녹지국제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도 건강보험 등 기록이 남지 않아 흔적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외국 의료기관은 제주특별법에 의해서 설치되는 것이고 행정 감독권도 제주도가 가지고 있다. 개설 허가 조건이라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준수사항이기 때문에 이것을 회피하거나 위반하는 것이 적발되면 허가를 취소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 특별법은 조례에 의해서 허가 취소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 후속조치로 허가 취소 요건과 절차를 지정하도록 하겠다.”
▶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면피하기 위해 공론조사를 진행했다는 일각의 시선도 있는데.
“제주도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파악하고 전문가들의 의견, 찬반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도민 여론을 형성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 따라서 공론조사를 받아들인 것이다.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공론조사에서 결정된 내용에 대해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행정은 그 조치로 인해서 벌어질 제주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서 현실성 있고 책임질 수 있는 부작용 줄이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그 부분에 대한 최선의 대안이 현실적으로는 없었다.”
▶공론조사 이전에 결정할 수 있지 않았나.
“이렇게 결정할 것이면 왜 공론조사 했는가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제가 감수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만으로 녹지국제병원이 유지가 되겠나.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사업자의 사업계획에도 명시가 되어 있다. 보건복지부의 승인 당시에도 명시가 되어 있다. 이 것을 위반하고 국내 의료에 미치는 사태로 간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감독권 엄정하게 행사할 것이다.”
▶청와대와 보건복지부는 어떤 입장인가.
“보건복지부의 공식 입장은 개설 허가는 도지사의 고유한 권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영리병원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추가적인 언급이나 주문은 없었다.”
▶이번 한정진료 결정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와 불안한 점은 무엇인가.
“전면적인 불허로 갔을 경우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해배상을 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와 국가, JDC 간 공방이 불가피하다. 손해배상액이 1000억원을 넘는다고 해도 그 이상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면 다시 판단을 해야겠지만 이미 대부분이 진행됐다. 이 상태에서 무산시킨다고 했을 때 제주도뿐만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 나아가서는 한국과 중국 간 FTA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국가 투자자소송으로 갈 수 있다고 봤다. 처음 시작하는 제도기 때문에 바로 폭발적인 효과를 낳는다기보다는 뜻하지 않는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녹지국제병원은 언제부터 이용할 수 있나.
“이론상으로는 오늘부터 가능하다.”
▶원 지사의 견해가 달라져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허가에 따른 어떤 비난도 기꺼이 달게 받겠다. 추후 정치적인 책임도 피하지 않겠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