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희생자 유족들이 한 목소리로 4.3에 대한 대표적 노래 중 하나인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불렀다. 4.3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이 한 자리에 모인 위로 행사 자리에서다.
제주도와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 2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4.3생존희생자와 유족 1천여명을 초청, 위로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을 시작으로 국악인 김영임과 가수 혜은이의 공연, 4.3유족회와의 토크 및 대정고 학생들과의 토크, 4.3유족회합창단의 ‘잠들지 않는 남도’ 공연 등이 이어졌다.
4.3유족회와의 토크에는 양윤경 4.3유족회장, 이성찬 전 4.3유족회장, 가수 문성호씨 등이 참여했다. 4.3 이후 70년의 세월과 더불어 4.3 배·보상 문제를 핵심으로 하는 특별법 개정 등을 이야기했다.
또 4.3 배지를 직접 제작해 화제가 됐던 대정고 학생들이 출연, 모녀상 배지를 제작하게 된 배경과 활동사항을 이야기 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유족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후에는 김수열 시인이 4.3에 대한 내용을 다룬 시 ‘물에서 온 편지’를 직접 낭독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4.3 유족회합창단의 ‘잠들지 않는 남도’ 공연이었다. 이들이 공연을 시작하자 4.3생존희생자 및 행사에 참여한 다른 유족들도 눈물을 훔치며 함께 합창을 했다.
4.3 70주년 기념사업위 관계자는 “4.3의 노래를 그동안 부르고 싶어도 부르지 못했다”며 “유족 중심으로 구성된 43명의 유족 합창단이 노래를 하게 됨에 따라 현장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아직 4.3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도 “차근차근 4.3문제가 풀리고 있다. 70년 전에 돌아가셨던 분들도 후손들의 모습을 보면서 억울한 면이 풀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지사 역시 행사장에서 “4.3 70주년을 맞아 4.3영령을 추념하는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조금이라도 더 보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생존희생자 및 유족 위로 행사’는 그 의미가 매우 뜻 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행사를 통해 그 동안 가슴 속에 쌓아왔던 70년의 아픔, 가족들이 흩어졌던 아픔에 대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4.3유족 및 가족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그러면서 “도에서는 희생자 배·보상 등 특별법 개정을 위한 노력과 113명의 생존희생자와 고령 유족들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양윤경 4.3유족회장은 “유족회에서 가장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게 4.3특별법 개정”이라며 “다음달 2일 오후 4시 4.3특별법 촉구 결의대회를 가지려 한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이 와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