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무사안녕을 기원합니다”
1만8000여 '신들의 고향' 제주 곳곳에서 지금 신과의 교신이 한창이다. 마을마다 신들에게 제를 올리며 마을의 ‘무사안녕’과 ‘풍년·풍어’등을 기원하고 있다.
2018년 무술년 정월에 들어서면서 제주시 애월읍 광령3리 마을포제를 시작으로 120여게의 마을에서 신들과의 교신이 이어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 주자들 역시 '신과의 교신' 현장을 찾으며 당선을 기원하고 있다.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6호로 지정된 애월읍 납읍마을제는 지난 24일 자정 애월읍 납읍리 금산공원 안에 자리잡은 포제청에서 거행됐다. 12명의 제관이 제사를 지내며 홍역신인 서신과 마을수호신인 토신, 손님신인 포신에게 마을의 무사안녕과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같은 날 구좌읍 김녕·월정·행원리에서도 마을제가 열렸다. 뿐만 아니라 조천읍 신촌·신흥·북촌리와 애월읍 곽지·상가·하가리에서도 마을포제가 치러졌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내 곳곳의 마을에서도 제사가 있었다.
25일에는 애월읍 하귀2리와 수산리에서 각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지신밟기가 펼쳐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한림읍 귀덕리와 23일 애월읍 신엄리에서는 당제가 있었다.
정월대보름이 다가오면서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5호이자 도내에서 무속신앙 형태의 마을제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송당마을제도 열린다.
제주문화예술재단에 따르면 2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본향당에서 열리는 ‘신과세제’를 시작으로 4대 당제가 차례로 치러진다.
송당리 4대 당제는 음력 1월13일 신과세제와 음력 2월13일의 ‘영등제’, 음력 7월13일 ‘마불림제’, 음력 10월13일 ‘시만곡대제’를 말한다.
이중 신과세제는 새해를 맞아 마을 주민들이 마을 수호신인 본향당신에게 문안을 드리고 한 해의 무사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다.
송당리 본향당은 당신(堂神)들의 조상이자 수렵·목축 남신인 '소로소천국'과 농경여신인 '금백주'가 결혼해 터를 잡은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의 자손들은 제주지역의 368개 마을의 당신으로 터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설화가 송당리를 제주 당신앙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송당리 마을제 다음날인 다음달 1일에는 조천읍 와흘리 본향당에서는 본향당굿을 통해 마을의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예로부터 제주에는 1만8000여 신들이 터를 잡고 있으며 지금도 신들을 모신 신당들이 300여곳에 달한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에 걸맞게 독자적인 신화를 가지고 있으며 무속문화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다.
제주의 마을제는 모시는 신에 따라 명칭이 다르며 포제단·당·마을회관 등에서 제례를 거행한다.
마을제는 크게 남성이 주관하는 포제와 여성이 주관하는 당굿으로 구분된다. '포제'는 남성제관이 유교식 제법으로 지내는 마을제이고, '당굿'은 여성들이 주관하고 '심방'(무당)이 집전하는 마을제다. 이외에도 해신제, 토신제, 동제 등을 올리고 있다.
제주 전래의 풍속세시인 마을제는 주민들의 함께 참여하는 공동의례로 이웃 간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19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미신이라는 이유로 끊겼다가 1980년대부터 다시 부활해 지금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