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辛卯年)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10시 서귀포고등학교 1학년 6반 교실.
스포츠·게임 등의 이야기로 시끌벅적할만한 남자 고등학교 교실에 웬일인지 웃음소리와 그릇 부딪히는 소리로 가득하다.
책상에는 책이 아닌 조리기구들과 음식 재료들이 올려 있었다.
건장한 남학생들과 장애청소년 등이 짝을 이뤄 요리사의 지시에 따라 케이크를 만들고 있던 것이다.
서귀포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주최·주관하는 ‘함께 하는 행복·아름다운세상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인 ‘사랑의 케이크 만들기’가 진행됐다.
서귀고 학생들로 구성된 징검다리봉사단 10명과 5~17세의 장애청소년 10명, 센터관계자 등 30여명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장애청소년들의 손을 잡고 빵을 만들고, 크림을 발랐다. 그리고 예쁜 장식도 했다. 밀가루와 크림 범벅이 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던 학생들과 장애청소년들은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어서 더욱 뜻이 깊다.
지난해부터 만들어져 서귀포시장애복지회관과 연계해 봉사활동을 하던 학생들은 겨울방학을 맞아 보람 있는 봉사활동을 찾았다.
그러던 중 직접 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 문의했다. 이에 센터는 학생들의 깊은 뜻을 알고 함께 행사를 한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마음을 전해들은 요리사 박덕진(59·남·서귀포시)씨도 참가해 재능기부를 했다. 더불어 양충효 서귀고 교감도 손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장애청소년 부모들은 참가하지 않았다. 장애청소년들이 스스로 만들고 어울리는 법을 배우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약 2시간여 동안 만들어진 케이크는 모두 30개로, 학생들이 직접 다른 장애청소년 가정에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지적장애1급인 김태환(16)군은 “좋아요. 하늘만큼 땅 만큼 좋아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봉사단장 강경봉(17)군도 “재미있어요. 그리고 얘들하고 같이해서 보람도 넘치고 의미 있는 일을 한거 같아요”라며 “보통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집에서 무료하게 보내겠지만, 이렇게 보람된 일을 하게 돼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애들이랑 더 친해지고 봉사단이 앞으로 더 길게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센터 관계자 김매련(32·여)씨는 “‘인증시간 다 차서 봉사활동 더 이상 안 할래요’라며 스펙 또는 학교 의무 봉사활동시간 때문에 억지로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이다”면서 “하지만 이번은 자발적으로 센터에 전화를 해 참가한 학생들이라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 있는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는 내년 1월7일부터 28일까지 ‘아이랑파티관람’ 등 3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