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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의 영어진단(5) ... 외국인에게 한식 길들이는 몇 가지 방법

에피소드 #1. 내장을 먹이다

 

순대, 곱창, 내장탕 같은 음식을 보고 ‘이런 야만인들’이라는 표정으로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개 미국인이다.

 

“Do you really eat intestines in Korea?" (한국 사람들 진짜로 창자를 먹소?)

 

“Yes, we do." (그렇소.)

 

“Doesn't it sound yucky?" (비위가 상하지 않소?)

 

"To me, it sounds yummy and nutritious. Sundae is my favorite."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오. 난 특히 순대를 좋아하오.)

 

“How do you make it?" (어떻게 만드오?)

 

"They stuff pig intestines with its blood, noodles, vegetables, and spices." (돼지 창자에 돼지 피, 면, 야채, 양념 같은 것을 채워 넣소.)

 

“Intestines and blood! What more can I say?” (창자에다 피라니, 말 다했소.)

 


이런 사람에게 순대 먹이는 방법이 있다. 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Who wrote Odyssey?" (<오디세이> 누가 썼소?)

 

"Homer did." (호머요.)

 

"He mentioned a blood sausage in the book. That's exactly the same with sundae." (그 책에 피로 담은 소시지에 대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순대요.)

 

“Really?" (정말이오?)

 

“Of course. Do you know sausages use intestines in Europe?" (물론이오. 유럽 사람들 소시지 만들 때 내장 사용하는 거 아시오?)

 

“Really?" (정말이오?)

 

“Yes, they use intestines of pigs, sheep, goats, cattle, and sometimes horses. And they stuff them with ground meats and vegetables." (돼지, 양, 소는 물론이고 말 창자를 사용하오. 거기에다 다진 고기며 야채를 저며 넣소.)

 

 

 

 

순대는 이처럼 다양하고 유구하다. 특히 피를 첨가한 순대를 blood sausage, black pudding이나 blood pudding이라고도 하는데, 미국을 제외한 거의 전 세계에서 만들어 먹는다. 까다롭다는 프랑스는 물론이다. 내장탕과 비슷한 음식도 마찬가지다. 소나 돼지, 닭 따위를 잡으면 알뜰하게 모든 부위를 다 먹는 나라가 대부분인데, 유독 풍족한 미국 사람들만 머리, 발, 꼬리, 내장, 뼈 다 버리고 살코기만 먹는다.

 

내장의 영어 표현은 몇 가지가 있다. gut는 소화기관 전체를 일컫는다. intestine은 위(stomach)를 제외한 대장(large intestine)과 소장(small intestine)이다. bowel은 특히 대장을 뜻한다. 사실 요즘은 순대나 소시지에 진짜 창자와 피를 사용하지 않는 집도 많지만, 난 이런 미국인을 내장과 피로 만드는 진짜 순대집에 데려간다. 아바이 순대 같은 곳이다. 그리고 gut가 용기, 배짱이라는 뜻으로도 자주 쓰이는 점을 활용하여 이렇게 말한다.

 

"Have the guts to try it. Then you will have some real guts." (용기=내장 내서 한번 먹어 보시오. 배짱=내장 한번 두둑해질 테니.)

 

그 후로는 이 친구가 순대는 물론 막창, 곱창, 내장탕을 다 먹게 된다.

 

미국인의 입맛이 전 세계 음식을 재단할 수는 없다. 제주산 돼지고기와 한우가 명품이라면 구이뿐만 아니라 순대, 막창, 곱창, 내장탕도 세계 제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에피소드 #2. 날로 먹이다

 

한번은 우크라이나(Ukraine: 영어로는 유크레인이라 읽는다) 영부인 일행이 제주에 온 적이 있었다. 한국과의 수교 10년을 맞아 한국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비공식 방문이었다. 2박3일 일정을 짜고 안내하는 일이 내게 주어졌다. 아침저녁으로 주한 대사와 마주 앉아 일정을 논의했다.

 

대사께서 내가 예약해 놓은 점심 메뉴를 보고 기겁했다. 방문할 곳과 만날 사람에 대해서는 다 좋다고 했으나, 영부인의 식사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했다.

 

"Oh no, we don't eat raw fish." (우리나라 사람은 회를 안 먹소.) “We don't sit on the floor." (우린 바닥에 앉지 않소.) “We don't use chopsticks." (우린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소.) 가만히 듣고 있던 내가 말했다.

 

“Mr. Ambassador, what is she here for?" (대사님, 영부인 여기 뭐 하러 오셨어요?) “Isn't she here for experiencing Jeju culture?" (제주 문화 경험하러 오셨죠?) "What can she do without all those?" (다 마다하시면 뭘 하란 말입니까?)

 

대사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어리자 내가 타르타르를 꺼냈다. 우리나라 육회(肉膾: minced raw beef)의 대응 음식으로 많은 유럽 사람들이 먹는다. 날계란 노른자(a raw egg yolk) 얹히는 경우도 많다.

 

“Do you eat tartare?" (타르타르 드시죠?)

 

"Yes we do." (그렇소.)

 

"So, why don't we let her try some raw fish this time?" (그래서 이번에 생선회를 한번 드시게 하면 어때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런 말을 덧붙였다.

 

"If the main dish is not her choice, she will be happy with the side dishes." (주 요리인 회가 맘에 안 드시면 곁들이 음식으로도 충분할 겁니다.)

 

결국 대사님은 내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했다. 그에게는 일대의 모험이었다. 영부인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거나 구토라도 한다면 그의 목은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

 

 

 

그러나 오전 일정을 마치고 들어간 사계의 어느 횟집에서 영부인 일행은 세 시간 동안이나 방바닥에 앉아서 긴 점심을 들었다. 초밥과 회 접시는 한 점 남기지 않고 바닥이 나 있었다. 제주산 ‘하얀’ 소주도 여러 병 동났다.

 

지난 5~6년 동안에 초밥 열풍이 우크라이나를 휩쓸고 있다고 한다. (Over the past five years or so, there has been a major sushi craze sweeping across Ukraine.) 일식당이 늘고 전통식당에도 생선초밥을 낸다는 소식인데, 영부인이 한 역할 하진 않았을까?

 

에피소드 #3. 후루룩 먹이다

 

출판사 구내식당의 금요일 점심은 주로 국수가 나왔다. 원어민 에디터들이 내 앞에서 국수를 먹고 있었다. 나는 고춧가루를 퍽 뿌려 후룩후룩 말아 먹으며 말했다.

 

"Sorry, I am slurping. Korean noodles can never be complete without slurping."(후룩대서 미안. 한국 국수는 후루룩 없으면 맛이 없어.)

 

서양 친구들은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내지 않는다. 국수나 라면을 먹을 때도 면을 젓가락으로 살살 말아서 입에 쏙 넣고는 오물거리다 삼킨다. 우리처럼 그릇을 들고 국물을 확 들이켜고 나서 “어, 시원하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 한국에서는 소리 내어 음식을 먹는 것이 큰 흉이 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흉이 된다. (Koreans don't mind making slurping and chewing sounds. But Americans do.)

 

10년 만에 고향에 와보니 시내에 유독 많은 게 국수집이다. 국수 거리도 생겼다. 여러 메뉴 중에 단연 인기 품목은 고기국수(pork noodles)다. 어느 원어민 친구를 거기로 유도했다.

 

"How about a pork noodle for lunch?" (점심으로 고기국수 어때?)

 

"What is it?"(어떤 건데?)

 

“Jeju is famous for producing delicious pork." (제주산 돼지고기는 맛있기로 유명해.)

 

"I know." (나도 알아.)

 

"Jeju people like to boil it in a large kettle." (제주 사람들은 그걸 큰 솥에 삶아 먹기 좋아해.)

 

"And?" (그래서?)

 

"They slice it and top some pieces on the noddles." (몇 점을 썰어서 국수에 올려 넣는 거지.)

 

“That sounds yummy." (맛있겠네.)

 

음식이 나오자 숙제를 내줬다.

 

“Slurping is part of appreciating it. Otherwise, you can never know the Korean taste." (후루룩 해야 맛있어. 그렇지 않으면 한국 맛을 몰라.)

 

이 친구가 후루룩 하고나자 과제를 하나 더 붙였다.

 

“Pick up a noodle, and suck it up without breaking. It will ensure a long life!” (국수 한 가락을 자르지 말고 한 번에 쪼로록 먹어 봐. 그래야 오래 산대.)

 

사실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국수나 우동을 후룩대며 먹는다. 로마에 가면 로마인 하는 대로 따르라(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는 말이 있는 것처럼,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우리 식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 외국어 배우는 사람들의 사명이기도 하다.

 

강민수는?

 

=잉글리시 멘토스 대표.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며 영자신문 편집장을 지냈다. 대기업 회장실과 특급호텔 홍보실장을 거쳐 어느 영어교재 전문출판사의 초대 편집장과 총괄임원으로 3백여 권의 교재를 만들어 1억불 수출탑을 받는데 기여했다. 어린이를 위한 영어 스토리 Rainbow Readers 42권을 썼고, 제주도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관한 제주문화 콘텐츠 전국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ELT(English Language Teaching)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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