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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불법체포와 편파재판의 희생양"

저는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신용인 교수라고 합니다. 판사님께서 담당하신 송강호 박사에 대한 체포적부심청구사건 재판과 관련하여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점이 있어 무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판사님께 공개질의를 합니다.

 

 며칠 전 「송강호, 박도현이 묻는다. 인권의 뭐냐?」(http://cafe.daum.net/spask)라는 Daum 카페에서 '체포적부심'이라는 제목의 송강호 박사의 옥중서신을 읽었습니다.

 

 송박사는 지난 7. 3. 체포적부심 때 해경의 부당한 체포 장면이 담긴 짧은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하며 판사님께 증거조사를 요청했으나 거부되었다고 합니다. 동영상은 재판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판사가 꼭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판사님이 외면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증거조사를 위해 하루 종일 동영상을 편집했던 노력이 헛수고가 되었다고 한탄하며 사법부에서조차 정의를 기대할 수 없다면 우리 사회에 어떤 희망이 있냐고 절망감을 토로했습니다.

 

저는 판사님의 체포적부심 기각결정 이후 문제의 동영상을 지인으로부터 구해 봤던 적이 있습니다. 그 동영상에는 공사업체가 오탁방지막이 훼손된 것을 방치 내지 위장한 채 공사를 하는 장면, 송박사가 불법공사 신고를 하자 해경이 회피하는 장면, 송박사가 카약을 타고 바다로 나가 현장 채증을 요구하자 해경선이 사라지는 장면, 해경이 수십 차례의 채증 요구를 계속하여 외면하는 장면, 송박사가 직접 오탁방지막 훼손 모습을 촬영하는 장면, 그 직후 해경이 송박사를 체포하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송박사가 한 일은 불법공사에 대해 신고하고 채증을 요구했으나 해경이 이를 외면하자 직접 채증을 한 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나요? 오히려 용감한 시민상을 줘야 할 일이 아닌가요? 그야말로 동영상은 해경의 직무유기와 불법체포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였습니다.

 

그런데 판사님이 결정적 증거인 동영상에 대한 증거조사를 왜 거부했는지 의아스럽습니다. 이미 기각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재판에 임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형사소송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예단배제의 원칙입니다. 판사가 재판에 임하기 전에는 어떠한 예단도 가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단 배제는커녕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재판에 임했다면 그 재판은 이미 재판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철수가 영희에게 100만 원을 빌려줬고 영희는 영수증을 적어줬습니다. 그 후 영희는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습니다. 이에 철수가 영희를 상대로 재판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판사가 영수증 보는 것을 거부하면서 영희 말만 믿고 영희가 돈을 빌린 사실이 없다고 판결을 한다면 그 판결을 누가 납득할까요? 판사는 재판 전에 이미 영희 손을 들어주기로 작심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송박사에 대한 체포적부심이 바로 그런 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판사님은 독재정권시설에나 가능한 그런 재판을 한 것입니다.

 

지금 송박사는 30일 째 감옥에 있습니다. 불법체포와 편파재판의 희생양이 되어 무고한 옥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전혀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무엇 때문에 해경은 송박사를 체포하면서까지 불법공사라는 범죄행위를 비호했을까요? 무엇 때문에 판사님은 재판도 하기 전에 해경의 불법체포에 면죄부를 주기로 마음을 먹었을까요? 그리고 송박사는 왜 감옥에 가야하나요?

 

지난 7. 13.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규탄집회에서 공안정국감시네트워크에서 활동한 이광철 변호사는 "국정원은 선거개입 이전에도 지난 5년간 법원과 검찰 수사에도 압력을 넣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7. 22. 성명을 통해 송박사의 체포적부심 기각결정은 짜고 친 고스톱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법원이 국정원의 압력을 받아 재판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혹시 송박사 사건에 국정원이나 그 밖의 다른 외부기관의 압력이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만일 송박사의 체포와 재판에 외부의 압력이 있었다면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헌법상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국가적 범죄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판사님께 다음과 같은 점을 공개질의합니다.

 

첫째, 송박사에 대한 체포적부심 때 송박사가 동영상에 대한 증거조사를 요청했음에도 거부한 사실이 있습니까? 거부를 하였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둘째, 송박사 사건을 포함하여 해군기지 관련 사건에 대해 국정원이나 그 밖의 외부기관에서 법원 또는 재판부에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습니까?

 

헌법은 판사에게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인권을 수호할 것을 명하고 있습니다. 권력 통제와 인권 수호는 헌법이 부여한 판사의 신성한 사명입니다. 저는 판사님께서 헌법적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시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아래는 송강호 박사가 입감 후 보내온 글입니다>

 

2013년 7월 3일 아마도 흐림 (제주해양경찰서 수감, 체포적부심)

 

제주항 근처에 있는 제주해양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다. 이번이 일곱 번째 수감이고 이곳에는 두 번째다. 현재는 나와 박도현 수사님 두 사람이 각각 따로 분리 수감되어 있다. 행락철이라 바닷가에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많아 유치장이 붐빌 줄 알았는데 너무 조용하고 적막하기도 하다. 가끔 박수사님의 노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오전에는 동원이가 우리가 원했던 동영상과 복사물들을 갖고 달려왔다. 우리 때문에 시달리는 젊은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그 동영상 자료를 훑어 보고 서둘러 제주 법원에 가서 체포적부심을 받았다. 사건을 맡은 허경호 판사는 젊은 사람이었다.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해서 이곳까지 어렵사리 따라온 테나맘과 조앤은 결국 재판정에 못 들어왔다. 나는 판사에게 우리의 행위가 불법공사를 채증하는 정당한 것이었고 우리를 체포한 경찰들의 부당한 체포장면이 담긴 짧은 영상을 볼 것을 요구하였으나 판사는 체포적부심사는 증거자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거절하였다. 나는 이 영상이 체포 장면을 담은 것이어서 이 재판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판사는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어제 하루 종일 이 동영상을 편집하기 위해서 병까지 나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두희 누나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허망하게 거부되었다.

 

도대체 판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하지만 그럴 것이다. 세상에 나보다도 억울한 사람이 한 두 사람이랴? 인혁당 사건의 희생자들, 숱한 유신 독재 치하의 비분강개할 엉터리 재판들, 석궁 사건으로 4년을 수감되었던 김명식 교수, 남북이 약속한 6.15 선언을 쌍방이 지키자고 역설하며 북한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3년이 넘도록 지금도 대전교도소에 수감되어 계신 한상렬 목사님 등, 모두 비뚤어진 재판의 억울한 희생자들이다. 정의롭지 않은 사회는 평화롭지도 않다. 평화롭지 않은 세상은 억울한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 냉소와 분노가 가득 차기 마련이다.

 

우리나라가 어떤 가면을 쓰고 어떻게 화장을 했든 그 속은 이렇게 썩고 병든 사회다. 강정은 그 고름이 터져 나오고 있는 발꿈치 정도의 부분일 것이다. 한 사회의 바로미터는 아마도 사법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법부에서 조차 정의를 기대할 수 없는 사회는 자정 능력이 없는 사회요, 회복을 위한 복원력이 없는 사회다. 비상 낙하산과 같이 최후의 구원이 있다면 그것이 교회와 같은 종교기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한국 교회는 안타깝게도 자정능력도 자구력도 없다. 구원의 가망이 없는 사회다. 하나님이 숨겨 둔 남은 자들이 있을까? 그 어디에? 이들이 숨어 있기나 한 것일까? 있다면 이제 나와라! 제발 이제는 밖으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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