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눈 내리는 뉴욕의 도시 외곽길을 가족을 태우고 운전하던 애나 폭스(에이미 아담스)는 잠시 한눈을 팔다가 차가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겪는다. 자신은 겨우 살아났지만 남편과 아들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만다. 이후 애나는 죄책감에 광장공포증과 우울증이 생겼고, 집밖을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채, 거실도 늘 어둡게 하고 산다. 소아정신과 의사이면서 애나 자신도 가끔씩 찾아오는 정신과 의사로부터 상담을 받는다. ‘우먼 인 윈도(The Woman In The Window, 2020)’ 이야기이다. 애나는 10개월 넘게 집에 틀어박혀 있다 보니 나쁜 버릇이 생겼다. 주변 집들을 훔쳐보는 것이다. 길 건너 집으로 러셀 가족이 이사를 오고, 그 집의 부인 제인 러셀(줄리안 무어)과 그의 아들 이든이 차례로 자신을 방문하면서 친해지게 되지만, 남편인 엘리스테어 러셀(게리 올드만)은 왠지 마음에 안 든다. 일어나지 않은 살인사건을 목격한 여인 그러던 어느 날 찾아왔던 제인이 배에 칼을 맞고 죽는 장면을 창문 너머로 보게 되어 신고하지만, 형사와 함께 찾아왔을 때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살인범은 남편 엘리스테어일까, 아니면 지하에 세 들어 사는 데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3.25%로 2012년 7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3.75~4.0%)과의 금리격차는 0.75%포인트로 좁혀졌다. 한은은 사상 처음 여섯 차례 연속(4·5·7· 8·10·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를 조절했다. 레고랜드 사태발發 자금시장 경색과 잇따른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기업과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 증가를 고심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인상 페달에서 발을 뗄 수도,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상승률과 한미간 금리차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여전히 높다. 물가상승률은 7월(6.3%)에 6%대를 기록한 뒤 8월(5.7%), 9월(5.6%) 낮아지다가 다시 높아졌다.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보다 낮으면 그만큼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할 위험도 커진다. 12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최소 빅스텝(기준금리 0
도쿄에서 나고야로 향하는 ‘탄환열차’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분기탱천한 킬러들이 저마다의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다. 야쿠자 보스 ‘하얀 사신’은 아내의 죽음에 책임 있다고 생각하는 모두에게 분노하고, 키무라는 아들을 해친 ‘왕자’에게 이를 갈고, ‘왕자’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아버지 ‘하얀 사신’에게 독을 품고, ‘늑대’는 연인을 독살한 ‘말벌’을 쫓아 이를 갈며 탄환열차에 오른다. 모두가 분노에 치를 떨며 각자 분노의 대상을 처단하려는 독기로 차오른다. 그렇게 서로를 죽이고 그 과정에 엉뚱한 상대끼리 총질을 해대기도 한다. 그 사고들이 또 서로 이를 갈게 만드는 새로운 분노와 원수를만든다. 분노한 세계 최고의 킬러들이 모였으니 그들이 보여줄 액션은 기대해도 좋다. 한마디로 ‘탄환열차’는 아수라(阿修羅)장이 된다. ‘아수라’는 불가에서 전생의 업보에 따라 다음 생에 태어나는 육도(六道) 중 하나다. 육도는 천(天), 인간(人間), 아수라(阿修羅), 축생(畜生), 아귀(餓鬼), 지옥(地獄) 중 하나인데, 아수라는 인간계와 짐승계의 중간쯤 되는 곳인 모양이다. 짐승보다는 조금 낫지만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이 곧 아수라들이다. 불가에 전해지는 ‘아수라’의 특징은
대규모 장례식이 진행되는 광장에서 군중들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매드 위민스 볼(The mad women's ball [Le Ball des Folles], 2021)’ 영화는 시작한다. 빅토르 위고의 장례식이었고, 나라에서 국장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으니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귀족 집안의 큰 딸인 외제니 클레리(루 드 라주)는 영혼들과 대화를 하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죽은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40년 전 잃어버린 할머니의 약혼 선물인 목걸이를 찾게 해주질 않나..... 외제니의 자유로움을 억압하려는 아버지 몰래 하층민들이 다니는 몽마르뜨르(거기가 하층민들이 다니는 곳?) 어느 찻집에 가서 책을 읽다가 에르네스트라는 시인을 만나서 ‘영혼의 서’라는 시집 한 권을 얻는다. “내 육체를 본 게 아니라면 당신은 내 영혼을 본 거예요” 에르네스트의 이 한 마디에 체한 가슴이 뚫린 듯, 한 대 맞은 듯한 외제니. 그렇지만 외제니는 미쳤다는 판단 아래 파리의 ‘살페트리에르’ 병원으로 강제로 끌려가게 된다. 거기에서 루이즈라는 환자의 옆 침대에 있게 되며 둘은 친해진다. 루이즈는 히스테리라는 병을 앓으며 자주 발작을 일으켜서 병원으로 오게 된 여인이다. 이 병원에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기능을 상실하면서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증시 침체와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부동산 거래 위축과 기업들의 이익 감소 등 실물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냉각하며 돈줄이 막혔다. 급기야 올해 공모 회사채의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많아지는 ‘순상환(14일 기준 8조9400억원)’ 상태로 전환됐다. 회사채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많은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회사채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는 시기라면 순상환은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다. 영업실적 개선 등으로 보유 현금이 많으면 자금 수요가 줄어 회사채로 조달한 빚을 갚기 때문이다. 회사채 1조3700억원이 상환된 2016년이 이런 경우였다. 하지만 올해 순상환 전환은 자금경색으로 회사채 신규 발행과 차환이 막히면서 나타난 부정적 징후다.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은행 대출이나 기업어음(CP) 발행으로 내몰렸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며 거래가 줄고 미분양
김종두 시인께서 돌아가시기 전, 병원에서 전화를 주셨다. 보아하니 내가 보는 당신의 시집이 많이 낡았을 것 같으니, 한 권 보내주고 싶으시다고. 어떻게 아셨을까. ‘사는 게 뭣 산디’라는 제목의 시집이 내 손에서 닳고 닳아 있음을. 하도 많이 인용해 온 ‘제주여인’ 1에서 6까지는 시 속의 글자들에게 미안스러울 정도로 손때가 묻었음을..... 지금, 시인께서는 멀리 가셨으나 보내주신 시집은 내 손에 있다. 하루 종일 100세 어머니와 씨루느라 고단하고 쓸쓸해진 나에게, ‘제주여인 1’이 ‘살암시믄 살아진다’라고 속삭인다. 그러고 보니 김시인께서는 이미 사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내주시고 가셨다. 적어도 나에게는 다음의 시에서 보여주는 우리 할망, 우리 어멍, 아〜 제주여인들의 일생이 내 인생의 답으로 다가온다; ‘시집 왕 보난 돌렝이 호나, 살아 갈 일 생각 호난 귀눈이 왁왁호여도, 우리 할망 살아 온 시상, 고슴에 새기멍 살았수게. 조냥호여사 밥 먹은다, 호다 멩심호영, 이실 때 애끼곡 젭저 놨당, 어신 듯 존디멍 살라. 올레 밖까지 좇아 오멍 고라주던 우리 어멍의 혼 시상. 아명호믄 못사느냐, 조롬 붙이지 마랑, 탕근도 졸곡 물질도 호멍 시집 어른 뜻
‘불릿 트레인(Bullet Trainㆍ2022)’은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의 신작 액션 코미디 물이다. 제작비 1억 달러를 투자해서 전 세계적으로 2억4000만 달러를 거둬들였다면 흥행에 성공한 셈인데, 우리나라에선 흥행 보증수표라 일컬을 만한 브래드 피트가 주연임에도 흥행에 참패한 듯하다. 왜 일까. 우리나라에서 ‘불릿 트레인’이 실패한 까닭을 말하라고 한다면, 첫번째 ‘왜색(倭色)’을 꼬집을 수 있다. ‘왜색’을 향한 우리나라 관객의 거부감은 제아무리 브래드 피트라고 해도 ‘넘사벽’이다. 우리가 ‘불릿 트레인’의 ‘왜색’에 섭섭했다면, 정작 일본 관객들은 이 영화에 듬뿍 뿌려진 ‘표백제’에 섭섭했을지도 모르겠다. 원작이 일본 소설인데, 영화 속 배역은 대부분 백인 서양인들이다. 원작에 나오는 일본 킬러 대신 백인 킬러가 등장한다고 해서 영화가 산으로 가는 건 아니지만,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은 영화의 주제가 ‘운명’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운명’을 보는 시각은 동서양이 확연히 다른 편이다. 영화의 원작자는 동양적인 운명관을 배경에 깔고 있는 듯한데, 백인 배우들이 나와서 동양적 운명관을 이야기하고 연기하는 게 조금은 이질감이 든다. 설날 특집
영화 초반에 케네디 대통령의 사진이 벽에 걸려있는 것으로 봐서 영화는 베트남 전쟁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저격당하던 시점인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 같다. 이 영화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비슷한 시기와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이야기가 정신병원 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수용되어져 있는 사람들에 대한 몰이해와 반인권..... 여기에서는 ‘하이드로테라피 치료(수치료)’라는 요법도 시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람을 발가벗기고, 6~8시간 동안 얼음 욕조에 가두는 무자비한 시술로, 쉽게 말하면 정신 차리게 하는 방법이다. ‘처음 만나는 자유(Girl, Interrupted, 1999)’ 영화의 이야기이다. 붙들려오게 된 정신병원 작가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던 18살 수잔나 케이슨(위노나 라이더)은 학교에서나, 밖에서나 이해 못할 행동들을 해서 어른들을 힘들게 한다. 보드카 한 병에 아스피린 한 통을 탈탈 털어먹고 나서 잠들었는데, 자살을 하려 했다고 클레이무어라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우울증과 자살 시도로 들어왔지만, 의사와 상담하면서는 ‘경계성 인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라는 진단을 받는다. 일
레고랜드 사태가 마비시킨 국내 회사채 시장이 기능을 회복하기도 전에 흥국생명 사태가 해외 채권시장에서 한국 금융회사와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었다. 불과 한달여 사이 국내 채권 발행과 외자 조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며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 이쯤 되면 한국 정부의 금융감독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생보업계 8위 흥국생명이 5억 달러어치 신종자본증권(달러 표시 영구채)의 조기 상환을 연기했다가 상환하겠다고 번복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흥국생명의 상환 연기 발표로 한국 채권의 신뢰가 약화됐다. 흥국생명 채권은 물론 다른 금융사와 기업이 발행한 채권 가격도 급락했다. 발행 조건이 나빠져 다른 금융사들이 자금조달 계획을 보류하거나 중단하는 일까지 나타났다. 그러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나서 흥국생명과 모기업인 태광그룹으로 하여금 은행과 다른 보험사들을 통해 5000억원을 조달해 상환하도록 압박했다.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이지만, 발행주체 대부분은 5년이 지나면 돈을 일찍 갚을 권리(콜옵션)를 행사해왔다. 따라서 시장에선 사실상 5년 만기 채권으로 여겨진다. 이를 흥국생명이 5년 만에 갚지 않
구명물 밭. 우리 집을 대표하는 재산 제1호에는 할머니의 산소가 자리해 있다. 아, 우리 할머니……. 아버지는 당신의 서럽고 야속한 어머니를 이 밭의 가장 전망 좋은 곳에다 모셨다. 좌청룡 우백호는 아니지만 중문 마을을 병풍 삼고, 대포 마을의 주상절리를 바라보는 위치다. 중문 마을은 할머니의 남편이 살던 곳이고, 주상절리 일대는 대포마을 사람들이 ‘너배기’라 부르는 들판이다. 비교적 넓고 평평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한다. 그곳에는 할아버지의 논이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아버지가 이웃의 논을 병작하고 있었다. 두 논 사이에는 제법 폭이 넓은 수로가 있어서 농로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동네 사람들도 이 지경에서는 지름길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들이 일하는 모습이 보이면 그 길을 에둘러서 먼 길을 돌았다. 중문마을과는 역방향인 성천포구로 내려가 배릿내오름을 올라서 산사람처럼 휘적거리면서 집으로 향했다. 아리랑 고개가 따로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러한 정황을 소문으로 듣는 할머니는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할머니의 일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싸〜 하게 썰물처럼 밀려간다. 울퉁불퉁한 바위와
영화 속 V의 캐릭터는 대단히 독특하다. 어두운 뒷골목에서 비밀경찰로부터 이비(Evey)를 구출하는 등장부터 남다르다. 16세기 복장으로 나타나 검 하나로 3명의 비밀경찰들의 총을 제압한다. V에게 구출된 이비가 깨어난 곳은 위치를 알 수 없는 V의 아지트다. 사방에는 온통 빛바랜 고전 서적들이 쌓여있다. 인사동 고서점 창고 같다. V는 슈틀러 일당을 때려잡는 업무 외 시간은 오직 그 고서를 읽으면서 보낸다. 벽에도 모두 고전 회화들이 걸려 있다. 중세 기사의 갑옷도 있다. V는 중세 기사의 갑옷을 상대로 검술을 연마하는 한편 흑백 브라운관 TV로 ‘몬테 크리스토 백작’을 다룬 영화를 보는 데 몰두한다. V는 대사를 모두 외울 정도로 ‘몬테 크리스토 백작’을 쓴 알렉상드르 뒤마의 덕후다. 그가 몰두하는 ‘몬테 크리스토 백작’은 영화사 박물관에나 소장돼 있을 법한 1930년대 작품이다.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최근 버전들은 모두 쓰레기로 치부한다. V의 ‘시그널 뮤직’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1812년이다. V가 구사하는 모든 어휘와 문장들은 모두 뒤마나 블레이크, 셰익스피어의 고전적이고 어마어마한 어휘와 문장들이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원작을 저술한 앨런
맥 머피(잭 니콜슨)는 도박, 폭행,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교도소로 가게 되어 있으나 그보다는 정신병원에 있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꾸민다. 정신 감정이 끝날 때까지 임시로 있는 것으로 하고 들어온 병원은 무료하기 짝이 없다. 말을 걸어도 대꾸 도 안 하고, 재미있게 지내려고 해도 도저히 상대할만한 사람을 못 찾겠다. 모두들 시키는 대로만 하고, 정해진 일과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고 있는 이곳. 앞으로 긴 시간을 이렇게 지내긴 싫은데, 어떻게 하지? 우리에게는 ‘아마데우스(Amadeus, 1984)’, ‘래리 플린트(The People vs. Larry Flynt, 1996)’, ‘고야의 유령(Goya's Ghosts, 2006)’으로 알려진 밀로스 포만 감독이 1975년에 연출한 작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정신병동이라는 공간에서 그곳의 사람들과 맥 머피, 그리고 책임간호사 간에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정신병원의 변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 시기의 정신병동 모습은 어떨까, 관심 가지면서 볼만 하다. 그 외 통제 안 되는 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