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모두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공약이나 정책 목표로 내세웠는데, 그 길이 멀어지게 생겼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22일(현지시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 달성이 4년 뒤인 2029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2027년 달성을 예상했는데 6개월 만에 2년이나 늦춰 잡았다. 더구나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4642달러로 지난해보다 4.1% 줄어든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2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퇴보다. 3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국가에서 1인당 소득이 3년 전으로 뒷걸음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1인당 GDP는 한 나라의 경제 규모인 경상GDP를 미국 달러로 환산한 뒤 총인구로 나눠 산출한다. IMF 전망에는 저성장과 고환율 쇼크로 기진맥진 상태인 한국 경제 현실이 담겼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도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월 내놓았던 전망치(2.0%)가 석달 만에 반토막 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 와중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큰
전황이 회복불능 상태에 빠져 히틀러의 최후 아지트가 된 베를린의 지하벙커까지 따라 간 인물들은 오직 히틀러의 광신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이전에 히틀러가 생각하는 조국 독일과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조국이 다르고, 또 달라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유능한 장교, 장군들은 이미 모두 처형되거나 숙청된 이후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히틀러 교도’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지하벙커 속 히틀러와 나치 수뇌들의 회의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나치 독일 부수상(총리)이자 공군 사령관 헤르만 괴링(Hermann Göring)은 작전회의에서 그 육중한 몸을 의자에 구겨 넣은 채 말 한마디 없다. 눈알만 굴린다. 히틀러의 ‘비서실장’인 마르틴 보어만(Martin Bormann) 대장도 대사 한마디 없이 오직 히틀러의 헛소리를 경청한다. 나치 독일 ‘행안부 장관’이자 친위대 최고 사령관인 하인리히 힘러(Heinrich Himmler)는 히틀러에게 일단 베를린을 탈출하고 보자는 대책 없는 소리만 한다. 물론 갈 곳은 없다. 나치 독일의 ‘합참의장’인 빌헬름 카이텔(Wilhelm Keitel) 장군은 그나마 한마디한다. 마지막 남은 9사단 병력을 후퇴시켜 그 병력이나마 보존하자는 그나
제주도는 말 그대로 '물의 섬'입니다. 도민이 마시는 수돗물은 물론, 밭에 뿌리는 농업용수, 골프장 잔디에 사용하는 관수용수까지 대부분이 지하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제주도 전체 생활·농업·공업용수의 약 96%가 지하수에서 확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도내에는 3만8000개가 넘는 관정이 존재하고, 상수도와 하수도를 포함한 관로 길이만도 각각 2000㎞를 넘습니다. 섬 전체가 지하수 관로망 위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지하 매설 기반이 복잡하고 물 사용량도 많은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이나 부산처럼 대형 싱크홀이 생겼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제주의 지질 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주는 현무암질 화산섬으로 땅속에 다공성 현무암이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빗물이 떨어지면 땅 위에 고이기보다 곧바로 지하로 스며들고, 지하수가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지하 공동이 생기고 흙이 유실되는 전형적인 땅꺼짐(싱크홀) 생성 구조를 근본적으로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퇴적층 지반이 많은 수도권과 달리, 제주에서는 '물고임'보다 '물빠짐'이 먼저 일어납니다.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향인 대포마을의 어르신이 돌아가셨는데, 서귀포의료원에서 일포를 한단다. 모처럼 고향 분들을 뵙겠구나 싶은 마음에, 장례식인데도 반가운 마음이 저만치 앞서 걸었다. ‘98세를 사시다 가신 고인의 사진이 편안해 보인다’라며, 함께 간 언니도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는 눈치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언니의 단짝 친구인 고명딸을, 발바닥에 먼지 하나 묻지 않도록 곱게만 키우셨다. 사람도 너무 아끼면 하늘이 질투라도 하시는 걸까? 그 귀한 딸이 40대에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장례식장은 그다지 무겁지 않은 분위기였다. 아니, 상주의 표정과 문상객들의 인사로 보아, 호상(好喪)인 듯하였다. 복을 누리며 별다른 병치레 없이 오래 사신 분이시니 그럴 만도 하였다. 오랜만에 뵙지만 낯설지 않은 동네 분들이 우리를 보자마자 이구동성으로 어머니의 안부를 물으신다. 가슴이 뭉클하게 따사롭고 정다웁다. “니네가 맻 성제고(몇 형제니)?”라고 묻는 삼춘은 알 동네에서 이웃해 살았던 춘자 어멍이시다. 몰라서 물으시는 게 아니라 그만큼 반가운 마음을 담아서 하시는 말씀이다. 대포마을은 중심에 향사(리사무소)를 두고, 동서남북으로 동동네, 섯동네, 알동네, 웃동네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리
끝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소비가 급랭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촉발한 글로벌 관세전쟁 쇼크가 겹친 결과다. 이로써 우리나라 경제는 네분기 연속, 사실상 1년간 ‘제로(0) 성장’을 했다. 최근 1년의 분기별 성장률을 보자. 지난해 2분기 –0.228%→3분기 0.1%→4분기 0.066%를 거쳐 올해 1분기 –0.24%다. 성장률이 네분기 연속 0.1%를 밑돈 것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다. 가히 ‘저성장 쇼크’다. 1960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이 이렇게 장기간 0.1% 이하에 머문 적은 없었다. 2022년 4분기(-0.452%)에 민간소비 감소와 수출 증가세 둔화가 겹쳐 역성장했다. 하지만 곧바로 2023년 1분기(0.44%)에 반등해 지난해 1분기(1.3%)까지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2020년 1분기(-1.286%)·2분기(-2.74%) 연속 경제가 뒷걸음쳤다. 그러나 3분기(2.209%)에 반등한 뒤 4분기(1.574%), 2021년 1분기(1.543%), 2분기(1.344%) 등 네분기에 걸쳐 1~2%대 성장을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
1945년 4월 30일 자살하기까지 마지막 14일간을 베를린 시내 지하방공호인 퓌러붕커 속에 머물렀던 히틀러는 자신의 비참한 말로를 오로지 ‘남 탓’으로 돌리며 평소의 발작이 극한으로 치닫는다. 히틀러의 모습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슬픈 일이다. 히틀러는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개전은 전세계를 말아먹는 유대인들의 음모 때문이었으며, 유대인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한 ‘성전(聖戰)’이 패전으로 몰린 것은 ‘계몽’되지 못한 일부 무지몽매한 독일인과 휘하 장군들의 무능 탓으로 돌린다. 몇차례에 걸친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으로 ‘사막의 여우’라 불리며 연합군을 떨게 했던 아프리카 전차부대 사령관 에르빈 롬멜(Erwin Rommel) 장군을 비롯한 ‘유능하지만 계몽되지 않은’ 장군들을 대부분 처형하거나 숙청해 버린 터라 ‘계몽은 됐지만 무능한’ 장군들만 남은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영화 속에서 소련군이 무풍지대를 달리듯 베를린 시내까지 진격한 것도 소련군과 내통한 ‘반국가적인’ 베를린 시민들의 탓으로 돌려 그 바쁜 와중에도 친위대를 동원해 그들부터 처형한다. 휴전협상파인 하인리히 힘러(Heinrich Himmler) 장군에게 처형명령을 하달하고
'리콜(recall)'의 뜻은 제조업체가 결함이 있는 상품을 회수하여 소비자에게 교환하거나 수리 또는 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또 다른 의미는 유권자가 선출한 선거직 공무원이 위법행위나 직권남용 등의 행위를 할 경우에 임기를 마치기 이전에 유권자의 손으로 직접 그 지위를 박탈하는 '선거직 공무원 소환'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국회나 사법부에서 대통령이나 국무위원, 법관 등 고위 공직자들의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중대한 비위에 대하여 책임을 물어 그 지위를 상실케 하는 탄핵(impeachment)과는 다르다. 소환의 주체는 유권자이며, 그 대상은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된 공무원이다. 일정수의 유권자 투표로 발의하며, 투표 결과에 의하여 그 공무원의 지위가 결정되며, 절차와 방법은 각각 국가마다 다양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헌법' 제2장 제13조는 '소환은 선거직 공무원을 제거하기 위한 유권자의 권한이다'라고 규정하여 유권자의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선거직 공무원들이 소환된다. Recall is the power of the electors to remove an elective office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에 쏘아올린 관세폭탄에 미국 시장과 국민이 힘들어 못살겠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식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80여일 만에 14%포인트 빠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파월 의장은 일리노이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연준이 반세기 동안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예상보다 훨씬 높은 관세로 고용과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증시에 개입하는 ‘연준 풋’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나스닥은 3.07% 급락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13~15일 미국 성인 1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2.0%에 그쳤다. 1월 20일 대통령 취임 직후 조사(56.0%) 대비 14%포인트 급락했다. 긍정평가는 취임 이후 최저치였고, 부정평가는 52.0%로 절반을 넘어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도발한 관세전쟁은 주된 공격 대상인 중국의 반격보다 시장의 역
지하방공호에 들어간 지 며칠 만에 히틀러는 마지막 ‘희망회로’마저 끊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끔찍한 소식을 접한다. 그의 파시즘 ‘깐부’였던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1945년 4월 28일 애첩 클라라 페타치(Clrara Petacci)와 함께 이탈리아를 탈출하려다 밀라노에서 반정부 게릴라에 체포돼 총살당했다는 소식이다. 무솔리니의 최후는 정말 끔찍했다. 그의 시체는 마을 주유소 대들보에 거꾸로 매달려 내걸렸다. 그곳에 주민들이 몰려와 시체에 침을 뱉고 몽둥이찜질을 해댔다. 소련군에게 체포되면 무솔리니가 당한 봉변이 고스란히 자신과 애인 에바 브라운의 몫이 될 것을 직감한 히틀러는 4월 29일 유언장을 작성하고 그다음 날 에바 브라운과 함께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괴벨스를 비롯한 부관들이 히틀러 부부의 사체를 담요에 말아 허겁지겁 방공호 밖으로 메고나와 구덩이를 파고 던져놓고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른다. 잠깐 묵념이라도 하려는데 소련군의 포격에 천지가 진동하자 모두 서둘러 방공호로 튄다. 그렇게 히틀러는 에바 브라운과 구덩이에 팽개쳐진 채 온전히 타지도 못한다.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소식을 접한 일본의 ‘전범 수괴’ 도조 히데키(東英機)
우리나라 법조계는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면서 일반 국민들이 접근을 어렵게 만들어 그들만의 세계에서 독점적으로 논의한다. 그 중에는 '추상적 규범통제'와 '구체적 규범통제'가 있다. '규범통제'는 사법부(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입법부(국회) 혹은 행정부가 제정한 하위규범이 상위규범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위반되는 경우 그 효력을 상실케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헌법 제107조 제2항이 '명령 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이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를 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111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 헌법재판소의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재판이 전제가 되어야' 대법원은 명령이나 규칙이 법률위반 여부를 심사하고, 헌법재판소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었는지 심사하게 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헌법체계는 '구체적 규범통제'를 의미하며, 재판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위헌이나 위법이라 할지라도 심사할 수가 없다. # 헌법을 위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무효 이에 비하여 '추
요즘 들어 어머니의 치매증세가 몹시 깊어지는 듯하다. 섬망 증세가 있으신 듯, 20여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자주 찾으신다. “니네 아방은 어디 가시니? 밥이나 먹어점신가 이? 아방은 밥에 촘지름을 듬박허게 뿌령(참기름을 충분하게 뿌려서), 독새기 두 개만 깨엉 잘 저서주민(달걀 두 개만 깨서 잘 저어드리면), 호루 종일 밭갈쇠영 굳짝 일을 허는디(하주 종일 밭 가는 소와 함께 계속 일을 하는데)...”. 아버지가 저렇게 걱정이신 건, 그만큼 보고 싶은 그리움이 사무치신 게다. 워낙 체격이 좋으신데다가 술 담배를 안하시던 아버지는 남편을 여의고서 밭 갈 일이 태산인 우녁집에서 부탁을 해오면, 우리집 일을 제쳐놓고 새벽같이 소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해가 중천에 떠오를 쯤 우녁집 아지망이 마련해 놓은 점심 구덕을 펼치면, 까만 꽁당보리밥에 된장과 풋배추가 들어 있었다. 이 밥으로 어떻게 허기를 때우고서, 사래 긴 저 돌짝밭을 저녁까지 갈아치울 것인가? 아버지는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당신이 들고 간 보자기를 펼치셨다. 거기에는 어머니의 정성으로 반질거리는 참기름과 계란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얼굴이 화안해진 아버지는 밥에다 참기름과 계란을 넣고, 배추를 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