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919년에 제정된 독일 바이마르 헌법은 국민의 대표에 의하여 제정된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헌법으로 평가받는다. 이 헌법 제1조는 “독일은 공화국이다. 정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면서, 국민이 주인인 바이마르 공화국(1919∽1933년)이 출범한다. The German Reich is a Republic. Political authority emanates from the people. 그러나 극우 정당인 나치당과 히틀러의 출현으로 바이마르 공화국의 헌법질서와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결과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타난다. 브라질 연방공화국 헌법 제1조에서도
100년을 넘게 살아낸 후에는 다시 어린아이로 태어나는 걸까. 마치 한 살 아이처럼 하루 종일을 끄덕끄덕 조시는 어머니가, 잠꼬대를 하신다. “장로님, 날 찾아줍서! 나 손 잡아 줍서...”. 아버지께서 대포교회의 장로가 되신 후로, 어머니는 늘 아버지를 ‘우리 장로님’이라고 불렀다. 아, 어머니가 몹시도 외로우시구나.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우신 게다. “어머니, 아버지는 천국에서 하루 종일 어머니를 지켜봠수게. 아버지가 어떻게 어머니를 한순간이라도 잊으시쿠과? 보지 않고 어떵 살 수 이시카, 예?” 그럴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동서녘으로 이웃해서 사셨다. 마을 사람들은 리사무소가 있는 못동네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방향을 따라 ‘동동네, 섯동네, 알동네, 웃동네’라 불렀다. 아버지는 해가 떠오르는 동동네 허 장 할으방의 종손으로 태어났다. 그 유명한 동의보감의 허 준, 홍길동전의 허 균처럼, 양 천 허씨들은 이름을 외자로 썼다. 아버지는 1923년 1월 20일생, 양천 허씨 가문의 34세손이자, 제주도로 들어온 조상의 계보로는 24세손이다. 입도조(入道祖)인 송암공 허손(許愻)은 고려말에 대제학의 벼슬을 지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같이 조선을
12일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과 볼트·너트·스프링 등 253개 파생상품에 25% 관세가 부과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유럽연합(EU)도 미 공화당 근거지인 켄터키주의 버번위스키, 위스콘신주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을 콕 집어 10∼50% 추가 관세로 맞섰다. 트럼프 정부의 첫 품목별 보편관세 부과 조치로 한국산 제품도 25% 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그동안 적용받던 철강 면세 쿼터(연간 263만t)도 없어졌다. 대미對美 3위 철강 수출국인 한국(29억 달러·9%)은 US스틸 등 현지 업체에 비해 불리해졌다. 중국산의 덤핑 공세로 업황이 악화한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대미 수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래도 ‘20% 추가관세+25% 철강 관세’의 이중고를 겪는 1위 캐나다(71억 달러·23%), 2위 멕시코(35억 달러·11%)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또한 열연강판은 25% 관세를 물어도 미국산과 가격이 비슷하다. 다행히 자동차용 강판·컬러강판·강관 등은 기술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쿼터가 없어져 수출이 늘어날 여지가 생겼다. 글로벌 관세전쟁도 결국 우리가 대응하기
영화의 마무리는 뜻밖에도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의 13살짜리 딸 로즈가 담당한다. 영화 내내 말수도 적고 부모에게 순종적인 착하고 예쁘장한 여자아이다. 당시 최고 흥행 드라마였던 ‘프렌즈(Friends)’에 과몰입 현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 또래 아이들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면서도 왠지 조금은 독특한 아이다. 어른들이 모두 패닉 상태에 빠지는 재난 상황에서도 로즈는 무표정하고 감정의 동요도 없고 공포도 느끼지 않는 듯하다. 거의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모습이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에 로즈가 보여주는 그 ‘해탈’의 정체가 드러난다. 재난 상황에서 아만다와 클레이(에단 호크 분) 부부가 집주인 조지와 근심스러운 대화를 나눈다. ‘근처 어딘가에 누군가 재난에 대비한 시설과 준비를 해놓은 집이 있다’는 카더라 통신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로즈가 무표정하게 그 대화를 듣고 있다. 다음날 로즈가 실종된다. 어른들의 대화에서 엿들은 ‘그 집’에 가면 혹시 드라마 프렌즈의 최종회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무 말 없이 ‘가출’해버린 것이다. 감독이 부각하는 로즈는 소위 ‘알파 세대(Generation Alpha·2010년 이후 출생자)’다. 사회학자들은 ‘디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02년 개정된 ‘독일 기본법’(연방 헌법) 제20a조는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국가는 헌법질서의 모든 범위 안에서 입법은 물론, 법령과 정의, 행정적 및 사법적 조치를 통하여 생명과 동물의 자연적 기반을 보호하여야 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German Basic Law, Article 20a, Mindful also of its responsibility towards future generations. The state shall protect the natural foundations of life and animals by legislation
4년간의 재수 끝에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언행은 거침이 없다.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국을 정조준했다. 관세와 주한미군 문제, 반도체법 폐지, 알래스카 가스관 건설사업 참여 등 4종 세트를 동원해 압박했다. 트럼프 취임 전부터 우려했던 관세와 주한미군 주둔비 문제를 동시 거론하면서 한국에 청구서를 내밀겠다는 액션을 취한 셈이다. 트럼프는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다른 방식으로도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압박했다. 하지만 당장 팩트가 틀린 부분이 있다. 트럼프는 “한국의 대미對美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했다. 한국이 양자협정이 없는 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 관세율이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임을 지목한 것 같다. 그러나 한미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98%의 품목에 관세율 0%가 적용되고 있다. 트럼프는 전임 정부가 법으로 정한 것도 뒤집을 태세다. 반도체법에 대해 “끔찍하다”며 폐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그 돈(반도체 보조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원하는 곳에 써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와 집주인 조지(마허샬라 알리 분)는 ‘초연결 사회’의 붕괴가 점차 본격화하고 초연결 사회의 기본인 전력 공급까지 끊어져 캄캄한 집에서 촛불을 밝혀놓고 와인을 마신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얼핏 꽤나 낭만적으로 보인다. ‘촛불과 와인’이 연출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아만다와 조지도 상황의 심각함을 잠시 잊는다. 지금까지 각각 품었던 불신과 혐오, 불쾌감도 접어두고 제법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눈다. 촛불과 와인은 인간혐오자들의 방어기제까지도 느슨하게 해주는 미덕을 지녔다. 아만다는 ‘좋은 분위기’를 빌려 조지에게 그를 불신하고 무례하게 굴었던 것을 정식으로 사과한다. 조지도 아만다의 사과를 너그럽고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아만다는 행복한 꿈을 꾸는 표정으로 “우리는 곧 이 상황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낙관적인 희망을 품는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같이 웃고 있던 조지의 표정이 순간 점점 굳어진다. 조지는 다시 재난상황에 어울리는 표정으로 돌아가 침통하게 대꾸한다. “아니다. 우리는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만다와 조지는 똑같이 재난이라는 ‘사실(Fact)’을 겪고 있다. 그러나 곧 일상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 국민의 권력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은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 선언은 국가의 모든 정부 조직의 설립근거와 권력은 본래부터 국민의 권한이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는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아 구성'된다고 판결하고, '민주적 정당성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회와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에게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비선출권력인 사법부나 행정부의 기관에도 간접적으로 부여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21.10.
‘아이들을 돌봐주시면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아들의 요청을 받고, 아버지는 주저 없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셨다. 물론 미국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신 아버지는 ‘자식의 초청으로 미국에 가서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와버렸다’는 이웃 마을 사람을 만나보기도 하셨다. “삼춘, 돈이 어시민 미국에랑 아예 갈 생각을 마십서!”라는 충고를 들었음에도,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미국행을 하셨다. 1987년, 한국에서는 한창 88올림픽을 준비하느라 온 나라가 들떠 있을 때였다. 아버지가 65세, 어머니가 64세였다. 그즈음에 나는 부산에서 대학을 마치고 은행에 취업해 있었다. 딸을 만나보러 부산으로 올라오신 부모님은 며칠을 묵으시면서 국제시장과 용두산공원을 구경하시고, 자갈치시장에서 제주분들을 만나보기도 하셨다. 고국을 떠나기 전에 고향 분들을 만나셔서 그런지, 아버지 얼굴에는 어쩐지 깊은 시름이 어른거리는 듯하였다. 마침 영도 다리를 쳐다보시던 어머니께서 옛 추억이 떠오르셨는지 큰 목소리로 무거운 공기를 가르셨다. “아고게, 저 다리! 옛날에 나 밀포(해운대 옆 미포)서 물질헐 땐, 호루에 혼 번씩 가달(다리)을 올려서!”라고. “가달? 허허∼”하면서 아버지가 웃으시자, 어머니가
한국은행이 2월 25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 대비 넉달 새 0.4%포인트 미끄러졌다. 지난해 2월 전망치와 비교하면 0.8%포인트 내려갔다. 가히 ‘성장률 쇼크’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도 1.8%로 2년 연속 1%대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두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게 우리의 실력”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신산업이 도입되지 않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2005년과 지난해 10대 수출품목을 비교하면 컴퓨터가 밀려나고 가전제품이 올라선 정도였다. 문제는 성장률이 더 고꾸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발 글로벌 관세전쟁이 최악 상황으로 치달으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 모두 1.4%까지 내려갈 것으로 한은이 예측했다. 이쯤 되면 한국경제가 정점을 지나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피크 코리아론’을 반박하기 어렵다. 경제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계속 내리막이라는 경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5년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해온 잠재성장률은 이미 1%대로 주저앉았다. 고착화한 저성장은 혁신하지 못한 채 있는 것을 까먹은 결과다. 중국의 맹추격으로 머지않아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경고에도
지난 27일 제주농어업인 회관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버스요금체계 개선방안 연구용역' 발표회를 지켜보며, 2003년 미국 유학 시절 경험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는 대기 오염이 심각해질 경우 대기질 지표(AQI: Air Quality Index)에 따라 '대중교통 무료 운임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교통 수익을 고려한 정책이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려는 복지적 접근이었다. 대중교통을 비용이 아닌, 사회적 투자로 바라보는 그들의 관점이 인상적이었다. 현재 제주도는 2014년 이후 12년 동안 버스 요금을 동결한 상태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과 물가 인상으로 인해 버스 운영의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용역에서는 세 가지 요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안은 전국 16개 시·도 평균 요금(1500원) 적용, 두 번째 안은 과거 제주도의 평균 인상률을 반영한 1400원, 세 번째 안은 타 지자체 최고 수준인 1700원으로 책정된 안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버스요금 인상을 논의하기 이전에, 대중교통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승객이 아니다. 그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와 집주인인 조지의 딸 루스는 첫 만남에서부터 앙숙이다. ‘인간혐오자’들의 만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흑인인 조지와 루스 부녀父女는 맨해튼의 모든 ‘연결’이 끊기고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자 주말 이틀 동안 아만다 가족에게 임대한 롱아일랜드 자신의 전원주택을 찾아와 ‘하룻밤’을 부탁한다. 아만다는 조지와 루스 부녀를 보자마자 ‘흑인혐오증’까지 더해진 ‘인간혐오증’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점잖은 교양인이자 어느 정도 ‘박애 정신’을 함양한 조지는 아만다의 선 넘는 무도와 무례에도 끝까지 ‘젠틀함’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막 대학을 졸업하고도 질풍노도기를 아직 통과하지 못한 듯한 루스는 흑인이란 이유로 부당한 의심을 보내고 무례하게 구는 아만다에게 적의를 드러낸다. 교양 있는 아버지 조지가 겨우 달래서 하룻밤을 지낸다. 다음날 아침부터 아만다 못지않게 인간을 혐오하는 루스는 아만다에게 작심한 듯 무례한 태도와 말들을 쏟아낸다. 두 인간혐오자의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된다. 보기에 아슬아슬하다. 그러던 중, 초연결사회의 붕괴가 가속화하면서 아만다의 아들 아치의 두통과 구역질이 심해진다. 이빨까지 하나둘 빠지는 이상증세도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