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콜(recall)'의 뜻은 제조업체가 결함이 있는 상품을 회수하여 소비자에게 교환하거나 수리 또는 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또 다른 의미는 유권자가 선출한 선거직 공무원이 위법행위나 직권남용 등의 행위를 할 경우에 임기를 마치기 이전에 유권자의 손으로 직접 그 지위를 박탈하는 '선거직 공무원 소환'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국회나 사법부에서 대통령이나 국무위원, 법관 등 고위 공직자들의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중대한 비위에 대하여 책임을 물어 그 지위를 상실케 하는 탄핵(impeachment)과는 다르다.
소환의 주체는 유권자이며, 그 대상은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된 공무원이다. 일정수의 유권자 투표로 발의하며, 투표 결과에 의하여 그 공무원의 지위가 결정되며, 절차와 방법은 각각 국가마다 다양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헌법' 제2장 제13조는 '소환은 선거직 공무원을 제거하기 위한 유권자의 권한이다'라고 규정하여 유권자의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선거직 공무원들이 소환된다.
Recall is the power of the electors to remove an elective officer. |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1913년부터 2024년까지 181건이 소환 요구되고, 11명에 대한 소환 투표결과, 주지사 1명, 주 상원의원 3명, 주 하원의원 2명이 소환되었다. 그 외에도 다수의 지방정부 소속 선출직 공무원들이 소환되었다.
다만 실제 소환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은 것은 유권자 서명작업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주민발안이나 주민투표와 같은 경우에도 나타나며, 일반 국민이 진행하기 매우 벅찬 과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소환은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기회를 확대하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유권자의 강력한 권한이다.
# 품질이 불량한 정치인은 리콜(Recall) 되어야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자치법 제25조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원을 '소환하는 것은 주민의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2007년 이후 138건이 주민소환 청구되어 그 중에 2건이 가결되어 그 직을 상실하였다.
그러나 선출직 공무원이라 할지라도 대통령과 국회의원 소환에 대하여는 여태 규정되지 않아서 특권을 누리고 있다. 대통령은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고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탄핵이 가능하지만, 국회의원은 탄핵은 물론 소환대상이 되지 않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국회의원 소환은 지난 17대 국회에서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논의되어 왔지만 자신들을 견제하는 국민의 권리를 묵살하면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한편 독일 바이에른 주 헌법 제2장 제13조 제2항은 '주 의원은 정당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이다. 의원은 오직 그들의 양심에 따라 답해야 하고 지시에 구속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The Bavaria state parliament members are the representatives of the people rather than a party. They shall only answer to their own conscience and shall not be bound by instructions. |

지난 2024년 12월 3일 계엄을 해제하기 위한 국회 의결에 참여하지 않고 도망 가버린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자로써 양심에 따라 답한 것이 아니라, 특정 정당의 지시에 구속되어(bound by instructions) 민주적 헌법질서를 훼손한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의 대표자로써의 양심을 따르지 않더라도, 국회의원은 유권자로부터 소환을 당하지 않는 특권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하여는 선거직 공무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도를 비롯하여 더 많은 국민의 권리와 권력이 필요하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