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기획연재소설] 라이브 카페, 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23·마지막회)

23. 뭉게구름

 

하늘
벗 삼아
훨훨 날으리라

 

“여행 다녀와. 이 아들이 보내줄게. 받을 땐 적은 줄만 알았는데 모아놓으니 꽤 많더라. 여기서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이 무려 사백만 원이나 돼.”

 

나 그대에게 드릴 말 있네
오늘 밤 문득 드릴 말 있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터질 것 같이 빵빵한 이내 통장을
그댈 위해서라면 나는 못할 게 없네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가득 드리리
나 그대에게 드릴 게 있네
오늘 밤 문득 드릴 게 있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터질 것 같이 빵빵한 이내 통장을

 

 

“다녀와. 지난번처럼 카메라 메고, 이번엔 외국은 어때? 아빤 오십 평생을 북반구에서만 살아봤잖아? 남반구쪽으로... 호주나 뉴질랜드나, 고갱의 타히티나... 골라 골라. 지금 놓치면 손해! 아, 지중해 가고 싶다고 했지? 지중해로 가라, 아빠야. 이 돈이면 모자랄라나? 한 달 아니면 두 달, 푹 쉬고 와! 모자라는 돈은 그 동안 다른 아르바이트하면서 보내줄게. 놀면 뭐해. 앞으로 이년 동안 군대 가서 지긋지긋하게 시간 죽이기 할 텐데.”

 

지친 어깰 돌아서 내려오는 달빛을 본다
별빛 같은 네온에 깊은 밤을 깨워보지만
죽음보다 더 깊은 젊은 날은 눈을 감은 채
돌아누웠지 숨을 죽이며 울고 있었지
천년 같은 하루가 내 모든 걸 빼앗아가고
한숨 속에 살다가 사라지는 나를 보았지
나도 내가 누군지 거역조차 할 수가 없어
나를 데려가 할 수 있다면 너의 곁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를 내려줘
나도 네가 사는 곳에 가지는 않을래
돌아오는 길은 너무 멀지만
더 이상 나를 버리고 살 순 없어
떠나자 지중해로 잠든 너의 꿈을 모두 깨워봐
나와 함께 가는 거야 늦지는 않았어
가보자 지중해로 늦었으면 어때 내 손을 잡아봐
후회 없이 우리 다시 사는 거야. ~~떠나자

 

이번엔 무대가 아니었다. 기타도 없었다. 홀을 돌며 <지중해>를 불렀다.

 

“언제 그 노랠 다 익혔냐? 나도 부르고 싶었는데 ... 박상민이지? 수염 기른... 그 친구 같은 분위기가 안 나오더라구. 근데 지금 아주 좋다. 듣기 아주 좋았어. 앵콜 앵콜!”
“정말이지? 앵콜이라고 했지? 지중해에서 이번엔 뭉게구름으로 올라간다.”

 

기분을 업그레이드시켜주고 싶었다. 닮아가는가 보다. 엄마 뱃속에선 DNA로 아버지처럼 복제되고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는 어우러지며 닮아가는가 보다. 어느 새 아버지의 넉살이 내 몸으로 옮겨와 있다.

 

이 땅이 끝나는 곳에서 뭉게구름이 되어
저 푸른 하늘 벗 삼아 훨훨 날아다니리라
이 하늘 끝까지 가는 날 맑은 빗물이 되어
가만히 이 땅에 내리면 어디라도 외로울까
이 땅의 끝에서 모두 다시 만나면
우리는 또 다시 둥글게 뭉게구름 되리라
......
우리는 또 다시 둥글게 뭉게구름 되리라

 

“언제 또 그 노랜 배웠냐? 더 좋다 좋아. 지중해를 들을 땐 지중해가 가고 싶었는데, 이제 들으니 뭉게구름 타고 여행하고 싶어졌어. 에구 다 가고 싶당!”
“아빠, 바보로구나? 두 군데 다 갈 수 있지. 지중해를 가다 보면 뭉게구름 위로 날아가야 하거든. 아, 둘 다 다 가겠다는? 그러고 보니 아빠, 욕심쟁이로구나?”

 

피식 웃음을 보내오더니 아버지도 역시 기타를 내던지고는 화답해왔다.

 

무슨 말을 할까요? 울고 싶은 이 마음
눈물을 글썽이며 허공만 바라보네
무슨 까닭인가요 더 놀고 싶은 이 마음
정말 좋아해도 이토록 사랑해도 되나요
나는 어떡하라고 나는 어떡하라고
나는 어떡하라고 내가 욕심 많나요
믿을 수가 없어요 믿을 수가 없어요
정말 보내줄 건가요 너는 어떡하라고

 

“야, 이젠 가사를 못 외우니깐 만들어서 노랠 다 부르네. 하지만 난 가진 게 사백만 원이야. 되게 많은 줄 알았는데 욕심 앞에선 이 돈도 적다니...”

 

아버지는 나를 불러 앉혔다. 그리고 종이 한 장을 내보였다.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또 통장을 내놓았다.

 

“봐라. 난 내 아들 통장보다 부자란다.「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를 꾸려가면서 적자를 감수했었는데 저축까지 하게 된 데다가 천만 원까지 덤으로 받지 않았겠니? 잘 알겠지만 까먹을 걸 각오하고 딱 1년만 하고 싶었는데. 1년 뒤에는 주택관리사인가 뭐 그런 자격증을 미리 따놔 아파트단지 소장으로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아파트 경비나 하려 했었는데. 아님 이것도 분명히 청탁에 속할 테니 신문배달을 하려고도 했었거든. 나보다 더 나이 많은 분들 얘기가 몸을 쉬게 하면 몸은 물론 정신까지 쉬이 늙고 만다더구나. 해서 이런 계획까지 세워뒀었는데 오히려 흑자를 냈으니 이거야. 복이 아니고 뭐며 행운이 아니고 뭐겠니. 난 아주 행복한 남자야. 이제 또 무언가를 해야 하긴 하는데... 이러고 싶구나. 더 시골로 들어가 어느 시골읍내에 사진관을 차려볼까 해. 흑백사진만 취급하는 시골사진관. 이번엔 정말 돈벌이는 안 되겠지만 그곳에서 노인들 영정사진도 무료로 찍어주면서「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번 잉여금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회환원? 뭐, 기업만 하냐? 우리라고 못하냐구. 많아야만 하냐? 적으면 어때. 적은 돈도 모이면 큰 돈이 된다는 걸 이번에 아들만이 아니라 나도 깨달았단다. 내 취미도 즐길 수 있고. 그리고 근처 허름한 시골집 얻어 텃밭에 채소도 심고 살면 사는 데에 별로 돈 들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사진관 이름도 지어놨는데.「흑백무지개」예쁘지? 아빠가 서울에서만 거의 살았었잖냐. 여기도 친숙해지니까 거의 서울과 다를 바가 없고. 이젠 더 시골에서 살고 싶구나. 흙냄새를 콧구멍 안에 쐬 주면서, 공기도 아무렴 더 좋을 거구, 사람 인심도 자연 따라 부드러울 거야. 제주도에서 알아보고 있지만 더 작은 섬도 고려하고 있어. 앞으로 내 아들은 대학도 제 힘으로 다닌다고 했고 많은 돈 더 들일 일은 앞으로 없을 거구. 남들 부모들이 하는 것처럼 아들한테 못해줘서 미안하지만......”

 

 

“에구. 속에도 없는 말일랑 마세요. 아빠는 돈을 쌓아놓고 있어도 내게 돈은 물려주지 않는다고 얼마나 내 머리 속에 주입시켰었는데. 이젠 온 몸에 세뇌돼 있어서 당연히 그러려니 알고 있어. 돈으로 가르치려는 거, 자식을 버리는 일이라며? 자발적인 거, 아빠 무지 좋아하잖아. 나도 아빠의 그 마음 알아. 나도 이젠 어른이야. 어른이란 일단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말을 누군가에게서 들은 적이 있어. 미국 아이들 상당수가 다 이러더라고. 나이 스물 너머 부모님으로부터 돈으로 신세지는 것을 무척 못난 일로 여기고 있더라고. 나도 진짜 어른이 되고 싶어. 나에겐 이런 아빠의 모습이 나의 가장 큰 유산인걸. 진짜야 정말이라고. 아빠의 새 세상을 이끌어줄 제 2의「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가 「흑백무지개」로 바뀐다? 이름도 예쁘다, 참. 하여튼 그 사진관은 정말 돈은 안 벌리겠지만. 요즘 세상에 누가 흑백을 찍겠어?”

 

아버지가 안으면서 또 미안하단다.

 

“흑백사진은 칼라보다 빛에 덜 바라기 때문에 더 오래가거든? 노래보다 어쩌면 더 긴 추억이 될지 모를 흑백사진으로 사람들과 만나려고 해. 어디가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머물게 될 읍내의 중학교나 고등학생들이「흑백무지개」에 와서 흑백암실작업도 하게 될지 아니? 아빤 다 개방할 거야. 이렇게 좀 더 순수한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아빠도 더 착해질 거구. 내 아들은 다 컸고 앞으로 할 일도 많아질 테니. 다시 미국이든 어디든 나갈 거잖아? 그래. 더 넓은 세상에서 살아봐. 아빠는 또 다른 어린 아이들하고 놀 궁리를 해봐야지. 아빠는 더 작은 곳으로 옮겨가려하지만 마음이 이처럼 넓게 느껴진 적이 없단다. 이 아빠가 아들과 떨어져 있으면서 가장 많이 부른 노래가 뭔지 아니?”

 

“알지, 그걸 왜 몰라. 부르면서 울곤 했잖아. 지금도 그 노래 부르면 눈물이 나? 이젠 안 난다 했지? 아들도 곁에 있겠다, 이 정도면 든든하지 않아? 아빠보다 키도 더 크고, 마음은 아직 멀었지만서도. 우리 그 노래 함께 불러보자. 울지 마. 이제부턴 울면 안 돼. 웃는다고 했지? 약속했지?”

 

굽이굽이 고갯길을 다 지나서
돌다리를 쉬지 않고 다 지나서
행여나 잠들었을 돌이 생각에
눈 앞에 고무신을 다시 보았지
굽이굽이 비탈길을 다 지나서
소나기를 맞으면서 다 지나서
개구리 울음 소리 돌이 생각에
눈 앞에 고무신을 다시 보았지
어허 어허 우리 돌이
우리 돌이 얼룩 고무신
어허 어허 우리 돌이
우리 돌이 얼룩 고무신

 

“어허, 또 울려고 한다.”
“이번엔 정말 기뻐서야. 돈도 벌고 아들도 안아보고... 새 일도 생길 것 같고...”
“근데 앞으로 아빠, 미안하다는 말 안 하기다. 약속해야겠어.”

 

손님들이 올 시간이 되어간다며 부자만의 뮤지컬은 아쉽지만 끝을 내야 했다.

 


잊어야 한다고 눈을 감으면
가까운 빛으로 다가오는 것을
낙엽이 지기 전에 돌아서려니
벌써 눈이 내리네
하지만 어쩌다 그리울 때면
지나간 날들을 사랑이라 여기고
흐르는 시간 속에 나를 달래며
잊을 수는 없을 걸
아는지 모르는지 웃음만 보이던 그대가
커피 한잔의 추억은 아닌 거야
이렇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기쁜 사랑의 비밀을 간직한 채
또 다시~ 내일을 기다려
내일을 기다려 내일을 기다려

 

“「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카페를 사랑으로 여기며 드나들었던 많은 손님들이 와 줬다.

 

“아빠 시중만 들던 제 아들놈이 여러분을 위해서 노래 한 곡을 준비했답니다. 앞으로 내보내도 되겠지요?”

 

달무리 지는 창문을 열면 싱그런 바람
꽃내음 속에 춤추던 여인 아름다워라
황홀한 달빛 꿈에 잠기면
다시 또 보이네 축제의 밤
축제의 노래 함께 부르던 즐거운 날에
스치듯 만나 잊을 수 없던 그리운 여인
가버린 여인 눈에 어리면
다시 또 보이네 축제의 밤
언제나 다시 오나 그리운 축제의 그 밤
금물결 달빛 속에 춤추던 그리운 여인
사모한 마음 서글픈 정은
가실 줄 모르네 그리워서
사모한 마음 서글픈 정은
가실 줄 모르네 그리워서

 

“아들이 대를 이으면 되겠네. 아들이 카페 물려받아서 하지 그래.”
“저렇게 잘 부르는지는 몰랐지.「나서고존」에 숨은 가수가 있었다니... 아쉽군. 아버지보다 훨 낫다. 노래도 기타 실력도, 얼굴도 훨 나! 우선 악보를 안 보고 치잖아!”

 

이토록 띄워주는데 노래만 하고 무대에서 내려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고맙습니다. 여기 어른신들께서는 모두 아빠를 웃게 만들어주신 너무나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 아빠의 그 아들이 감사한 마음으로 큰 절 올립니다. 그리고 여기서 뵌 여러분들은, 아저씨든 아주머니든, 할머니든 할아버지든, 더러 꼬마들도 들어왔는데 모두 아빠와 저, 우리에겐 춤추던 여인이었고 그리운 여인이었습니다. 여인인 여러분들과 나눈 정을 오래오래 가슴에 품고 살 겁니다. 아빠, 그렇지?”

 

여교수가 무대로 올라오면서 “애썼다”며 어깨를 감싸왔다. 그리고 “기특하다”며 꼭 안아주었다.

 

 

“영국의 시인인 폴 로쉬의 시 한 구절로 이 다 큰 아이의 노래에, 그리고 그래요, 이 아이의 그 아빠에게 우리도 고마움을 전할까 합니다.

 

크기가 가장 중요한 것도 아니며
중성자도 작은 것이 아니네.
두 눈이 응시의 한계를 넘어서고
응시하는 사람이 자신의 공간에서 벗어날 때

 

비록 이 작은 공간이지만 여기에서 우리 모두는 아주 크고도 넓은 세상을 보며 즐거웠었던 것 같아요. 사장님이자 카수이자, 그래요, 여기 아저씨는 또 다른 세계로 자리를 옮긴다고 합니다.「나서고존」로 우리를 꼬셔내 유혹하더니 앞으론 또 무엇으로 유인해 우리의 마음을 유괴해 갈 건가요? 또 기대가 됩니다. 이 유괴범에게 제 몸을 흔쾌히 다 맡기겠습니다.”

 

“나도 유괴해가주세요.”
“유괴범! 유괴범!”
“나도!”
“혼자만 즐기면 화낼 거야. 혼낼 거라구.”

 

짐을 다 치우고 나니 더 썰렁해진 카페를 아버지와 둘러봤다. 아직 떼지 않은「라이브 카페, 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라 새긴 작은 간판이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우릴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물론이지’ 하며 나는,

 

“아빠, 내가 이거 갖는다. 가져도 당연히 되지? 그리고 이름을 조금 바꿔도 돼? ‘라이브’를 ‘라이프’로 바꾸고 싶은데. 삶의 공간으로서의「나서고존」이었잖아. 이젠 집 거실에 걸어 놓으려고. 되지?”

 

끄덕이며,

 

“라이프 카페, 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 좋네 그거. 서툴다고 머뭇거리고 주저할 게 아니지. 그럼 그럼. 서투름을 생활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의미 같구나. 또 서투름을 극복해가는 과정으로서의 생활? 삶으로도 들리고. 내가 여기서 그랬지. 먼 훗날, 내 나이쯤 돼 이 간판을 달고 가게를 차리려는 건 아니지?”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나이가 되어서도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어 나도. 난 아빠처럼 아직 얼굴이 두껍질 못하거든.”

 

아버지가 가르쳐달라는 <뭉게구름>을「라이프 카페, 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마당에서 다시 불렀다. 이제는 느티나무가 손님이다. 우리 노랠 들어주는 유일한 손님이다. 살랑살랑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박수를 쳐주는 것 같이.

 

“그 아줌마가 오셨나봐. 느티나무를 선물하셨다는 그 분. 영혼은 바람으로 오나봐. 아빠, 아줌마에게 인사해야지. 그리고 우리, 박수쳐줄 때 떠나는 거야.”

 

아버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땅이 끝나는 곳에서 뭉게구름이 되어
저 푸른 하늘 벗 삼아 훨훨 날아다니리라
이 하늘 끝까지 가는 날 맑은 빗물이 되어
가만히 이 땅에 내리면 어디라도 외로울까
이 땅의 끝에서 모두 다시 만나면
우리는 또 다시 둥글게 뭉게구름 되리라
우리는 또 다시 둥글게 뭉게구름 되리라

 

호주 대신, 지중해 대신, 아버지는 군대 가기 전에 나랑 함께 전국을 자전거로 여행하고 싶어 했다. 그 뒤 가까운 나라인 일본도 자전거로 한 두 달간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아들인 나는 아빠의 이런 계획이 또 무모해보이지만 박수부터 쳤다. 다녀와 아빠. 근데 또 걱정이다. 아버지는 자전거도 제대로 탈 줄 모른다. 훤히 다 트인 넓은 광장에서나 탈 줄 아는 수준이라서. 앞에 사람이 다가오면 어어어 하다가 먼저 넘어지는 게 내 아버지인데. 하지만 아들의 걱정을 기우로 만든 경력의 소유자, 내 아버지를 믿기로 했다. 무조건!

 

아버지는 손가락을 꼽아본다.

 

“나이가 벌써... 몇 년 만 더 지나면 아빠도 곧 환갑이네. 몸이 조금은 자유로울 때 아들하고 몸여행을 하고 싶구나. 자전거로 돌다가 마음을 잡는 곳이 생기면 그곳이 이제부터 내가 다시 살 터가 되겠지?「흑백무지개」간판도 걸어 놓고 새롭게 또 시작하는 거야.” <글.그림=오동명/끝>

 

 ※알립니다

 

지금까지 제이누리의 신개념 웹소설 <라이브카페-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를 애독해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로 <라이브카페>는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많은 성원과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라이브 카페>에 이어 제이누리는 후속편으로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중국문학작품의 진수를 소개합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국내 첫 한글번역판 단편소설입니다. 오동명 작가는 이 작품 연재가 끝난 뒤 다시 새로운 작품으로 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변함 없는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동명은? =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등을 냈다. 3년여 전 제주에 정착, 현재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카메라와 펜, 또는 붓을 들고 있다. 더불어 한라산학교에서 ‘옛날감성 흑백사진’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에서 신문학 원론을 강의하고 있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