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떠난 자리에 큰 생채기가 남았다. 세계최초로 육상 양식장에서 키우던 수십억 원 상당의 참다랑어가 집단 폐사했다.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제주에 엄습한 27일과 28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소재 글로벌영어조합법인(대표 김영태) 육상양식장에 모든 전원이 끊겼다.
결국 정전으로 1560㎡의 수조에서 기르던 참다랑어 400마리 중 300여 마리가 폐사했다. 폐사 마리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태풍으로 인해 전기 공급이 중단됐고, 높은 파도에 의해 흙탕물이 수조관으로 유입됐기 때문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영어조합은 정전이 발생하자 즉시 자가발전기를 돌렸지만 바닷물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다. 게다가 20여 시간 동안 정전이 복구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
폐사한 참다랑어는 길이 1m 50cm에 무게는 50~60kg 정도. 출하가격은 kg당 7만5000원 정도로 마리당 약 400만 원 정도 된다. 피해 추정액은 약 13~15억 원 정도다.
특히 글로벌영어조합이 참다랑어를 육상에서 50~60kg으로 양식한 기술은 세계적으로 처음 개발된 기술이다.
조합은 지난 2008년 일본에서 크기 50cm의 치어 1300마리를 들여왔다. 조합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3년여 동안 지금까지 400여 마리를 키워냈다.
이는 호주나 일본과 비교할 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9 최상의 발명기술 50위 가운데 2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사고는 조합은 물론 제주 수산업계에 큰 충격이 되고 있다.
제주해양수산연구원은 글로벌영어조합으로부터 참다랑어 수정란을 공급 받아 치어로 육성할 계획이었다.
김영태 대표는 “태풍으로 20시간 정도 정전됐다. 비상발전기를 가동해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그것으로 역부족이었다. 파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겪지 못한 구정물들이 들어와서 질식사해 폐사의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까지 약 300마리 정도가 폐사됐다. 나중에 350~400마리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며 “피해액은 한마리당 400만 원 정도로 약 13~15억 정도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양식기술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에 대해 더욱 안타까워 했다.
김 대표는 “육상에서 세계 처음으로 저렇게 키웠다. 3년 동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우리가 종묘생산이 될 때 이런 노하우들이 제주도의 양식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다”면서 “가슴 아픈 일이지만 용기를 가질 수 있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그러나 그는 “5년간 고생을 했다. 정전이라는 20시간 동안에 헛수고가 됐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며 고개를 떨궜다.
한편 육상양식 가운데 참다랑어는 현재까지 재해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어서 조합 측의 피해 보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기술 개발 중이기 때문에 재해보험 가입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