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 농업인 육성을 위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제주 지역 청년 농업인 10명 중 8명이 지원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7일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제주 지역에서 '청년창업농·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을 신청한 청년 농업인 118명과 후계농업인 50명 등 모두 168명 중 단 35명(20.8%)만이 선정됐다.
제주도연합회는 "정부가 대통령 공약 이행을 이유로 예산 확보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촌에 정착해 영농활동을 시작하려던 청년 농업인과 후계농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후계농업인으로 선정되면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대출을 통해 농지를 구입한 청년들은 오히려 늘어난 대출 이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제적 부담을 지적했다.
청년창업농 육성자금 지원은 영농 초기 청년 창업농과 후계농을 대상으로 연 1.5%의 낮은 이율로 농업자금을 융자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5년 거치 20년 균등분할 상환 조건으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지원한다. 창업 초기 높은 투자 비용과 정착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설계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지원 대상을 2000명에서 2023년 5000명으로 2.5배 확대했으나 신청자가 급증하며 지난해 9월 예산이 조기 소진됐다. 반면 올해 신규 대출 예산은 지난해 8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2000억원 줄었다. 기획재정부가 부실채권 우려를 이유로 감액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예산 부족으로 농림부는 신청자 전원을 지원할 수 없어 선별 평가 기준을 도입, 대상을 제한적으로 선정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845명이 신청했으나 이 중 982명만 대출 심사를 통과해 승인받았다. 이는 전체 신청자의 25.5%에 불과한 수치다.
정부의 청년 농업인 지원 정책이 예산 부족으로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면서 농업 현장에서 영농 초기 청년들의 좌절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제9기 제주청년원탁회의 청년임원 A씨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 예산 확보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