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청년 전세임대주택 지원 제도가 제주 청년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도배·장판 교체 지원에서 제주가 제외되면서 주거 환경 개선을 원하는 청년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6일 제이누리 취재에 따르면 LH는 청년 전세임대 지원주택 입주 전·후 도배와 장판 교체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서울, 경기, 인천, 전북 등 일부 지역에만 적용되고, 제주 지역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상태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주는 도배와 장판 교체를 임대인의 책임으로 보는 지역적 관행이 있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보단 제주의 독특한 임대관행에 따른 이유가 더 크다. 제주의 경우 사실상 청년전세 임대가 드물기 때문이다. 제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전세 매물보다 연세나 월세 매물이 주를 이루는 특성을 보인다.
게다가 LH 청년 전세임대주택은 공동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에만 적용된다. 하지만 제주 지역의 대부분 오피스텔은 생활형 숙박시설로 등록돼 있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있다.
LH 청년 전세임대주택의 전세금 한도는 제주도의 경우 8500만원이다. 초과분은 입주자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최대 전세금 한도인 1억2750만원을 넘길 수는 없다.
제이누리가 16일 제주 지역 내 주요 부동산 플랫폼 3곳을 조사한 결과 LH 청년 전세임대주택 조건을 충족하는 임대물건은 단 한 곳도 확인되지 않았다.
제주 삼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청년 전세임대 정책에 대해 잘 모르는 임대인이 많고, 정책을 알고 있더라도 복잡한 절차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설령 LH 조건에 부합하는 매물이 있더라도 임대인의 담보대출 문제나 LH 권리분석 과정에서 부결되는 사례가 많아 실제 혜택을 받은 청년을 본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제주의 기후도 주거 환경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한 바람과 높은 습도로 벽지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장판이 손상되는 일이 빈번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LH는 도배와 장판 교체를 임대인의 책임으로 간주하고 있어 임대인이 이를 거부하면 청년들이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제주 지역 청년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9기 청년원탁회의 청년위원 김모씨(37)는 "제주와 타 지역을 구분해 정책을 운영하는 것은 명백한 지역 차별"이라며 "LH와 제주도가 도배·장판 지원 확대와 같은 주거 복지 정책을 통해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도배·장판 지원 지역 확대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청년 주거 환경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행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주거복지연구원은 "전국적인 청년 전세임대 지원 확대와 함께 지역별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해 청년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