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도 독감 환자가 급증하며 병원 대기실이 붐비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는 아침 일찍부터 접수하려는 보호자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30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접수 시작 시간인 오전 8시 30분이 되자마자 30명이 넘는 대기 환자가 발생했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독감 환자가 평소보다 50% 이상 늘었다"며 "대부분이 A형 독감 환자"라고 전했다.
A형 독감에 감염되면 갑작스러운 고열, 마른 기침, 근육통, 두통, 인후통, 오한, 식욕부진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 환자는 콧물, 코막힘,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소아, 고령자, 임산부, 만성질환자는 합병증 위험이 높아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제주시 이도동의 한 이비인후과는 이날 문을 연 지 5분 만에 마스크를 쓴 환자와 보호자 40여 명이 몰려 병원이 꽉 찼다.
병원을 찾은 한 보호자는 "아이가 열이 나서 오전 일찍 방문했지만 진료는 정오쯤이나 받을 수 있다고 해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1주차(12월 15일~21일) 제주를 포함한 전국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31.3명으로 전주(13.6) 대비 2.3배 증가했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며 13~18세 환자는 유행 기준의 8.7배에 달하는 1000명당 74.6명으로 집계됐다.
제주시 한 병원 간호사는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보호자들이 아이와 함께 인근 카페나 차 안에서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며 "독감뿐만 아니라 다른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어 의료진이 부족할 정도"라고 말했다.
독감 환자의 증가로 약국에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제주시 한 약국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독감 관련 의약품을 찾는 고객이 급증하고 있다"며 "현재 약품 부족은 없지만 물량이 넉넉하지 않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독감 유행이 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위생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오무영 부산 온종합병원 감염병센터장은 "독감 예방을 위해 외출 전후 손 씻기, 마스크 착용, 환기 등을 실천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