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보호생물 큰돌고래를 허가 없이 제주도에서 거제로 옮긴 사건 항소심에서 돌고래 '이송'이 관련 법률상의 '유통'에 해당해 처벌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제주지법 형사1부(오창훈 부장판사)는 17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B업체와 이들 업체 관계자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200만원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보류했다가 문제없이 유예 기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로, 통상 가벼운 범죄에 대해 내려진다.
이들은 2022년 4월 24일 서귀포시 소재 A업체 수족관에 있던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을 거제시 소재 B업체 수족관으로 허가 없이 유통해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A업체는 돌고래쇼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큰돌고래 2마리를 B업체에 기증했는데 큰돌고래가 해양보호생물인데도 해양수산부 허가를 받지 않고 이송한 점이 문제가 됐다.
해양생태계법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장관 허가 없이 해양보호생물을 포획·채취·이식·가공·유통·보관·훼손해선 안 된다.
검찰은 큰돌고래 2마리를 다른 곳으로 '이송'한 행위가 이 조항의 '유통·보관'에 해당한다며 이들을 기소했다.
반면 재판과정에서 피고인들은 "트럭과 배로 큰돌고래를 거제로 실어 나른 것은 이송 행위이지 불법으로 유통·보관한 행위가 아니다"며 "양도·양수 신고도 했으나 해수부 허가 사항인 줄은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큰돌고래를 옮긴 이송 행위가 관련 법률을 위반한 유통·보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매매나 임대차 등을 포함해 이송하는 행위 자체도 유통·보관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해수부 허가 사항인 줄은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한 데 대해서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이송을 반대했고 이 과정에서 해양수산부도 장관 허가 대상이라고 밝힌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돌고래 이송의 위법성을 파악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