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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예술제·한라문화제 거쳐 탐라문화제로 발전
60년 넘게 이어지는 정체성 논란 … "공론화 거쳐야"

 

제주인이 문화로 하나 되는 축제 '제63회 탐라문화제' 막이 올랐다.

 

제주예술제(1962∼1964년)와 한라문화제(1965∼2001년)를 거쳐 제주 전통문화축제로 자리잡은 탐라문화제는 60여년의 긴 세월을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탐라문화제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진단해본다.

 

◇ 제주예술제·한라문화제 거쳐 탐라문화제로

 

1962년 5월 17일 제주시 중앙극장.

 

탐라문화제의 시발점인 제1회 제주예술제가 열렸다.

 

1년 전 5·16 군사정변(쿠데타) 당시 내려진 포고령으로 전국의 모든 문화단체가 강제 해산된 이후 이듬해 4월 한국예총 제주도지부가 창립하면서 개최한 제주의 순수 예술 행사였다.

 

하지만 제주예술제는 개최 시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5·16 군사정변 1주년을 기념한 행사였다.

 

이 때문에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됐다는 한계와 함께 단절됐던 예술활동의 명맥을 이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했다는 엇갈린 평가가 상존했다.

 

 

제주예술제는 1964년 제3회 행사까지 그대로 치러지다 1965년 제4회부터는 '한라문화제'로 이름이 바뀌었다.

 

민속행사를 보강해 지역 예술인만이 아닌 전 도민이 참여하는 향토문화축제로 거듭난 것이다.

 

명칭과 축제 성격이 달라진 후 시간을 거듭하며 한라문화제는 방앗돌 굴리는 노래, 귀리 겉보리 농사일 소리, 멸치 후리는 소리, 해녀노래, 불무노래(불미소리)를 비롯한 여러 민요 종목을 발굴했고, 이어 제주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냈다.

 

한라문화제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조랑말경주는 제주마축제로, 잠녀공연·잠수경연 등이 발전해 오늘날 제주해녀축제로, 과거 남제주군 시절 특화 행사로 열렸던 성읍민속마을 정의골한마당축제와 덕수리 전통민속재현행사는 지역 마을 축제로 자리잡는 등 오늘날 제주의 다양한 축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31회 한라문화제부터 신설된 사투리축제(현 제주어축제)는 사라져가는 제주어를 지키고 그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통문화 발굴과 계승' 취지가 무색하게 민속 경연이 해를 거듭할 수록 과열 양상을 보이며 마치 스포츠 경기 대회와 비슷하게 바뀌기도 했고 민속·예술과는 동떨어진 분재·수석전, 꽃꽂이전, 낚시대회, 한라산 단풍대회 등 단순 취미성 행사까지 종목으로 추가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아시안 게임 및 올림픽 성화봉송 등 행사와 연계해 치러지면서 국가 주도 행사에 지방 문화축제가 부대행사 격으로 참여하게 되거나 제40회까지 이어오는 동안 상설 축제장 없이 개최장소를 제주시내 극장과 학교 운동장·관덕정·공설운동장·종합경기장·탑동광장 등을 전전하는 등의 문제점이 노출됐다.

 

결국 2001년 제41회부터 '탐라문화제'로 다시 명칭을 바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에 이른다.

 

 

한라'라는 말이 제주의 역사와 지역 공동체의 삶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문화계 안팎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제주도가 발간한 '제주문화예술 60년사'(2008)는 탐라문화제의 명칭 변경 배경으로 '제주의 개국신화인 삼성신화와 탐라국의 전통문화를 축제 개최의 의의로 삼아야 한다는 점, 고양부 삼신인의 탐라 개벽 이래 창조의 지혜와 개척 정신으로 척박한 땅을 일구고 거친 파도를 이겨내며 이어온 제주 고유 민속예술을 발굴, 육성하고 그 전통의 맥을 전승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후 탐라문화제는 '천년의 탐라문화! 세계속으로…', '탐라인의 삶, 제주문화 중흥시대', '문화왕국 탐라, 신명을 펼쳐라', '자연이 탐나·사람이 탐나·탐나는 제주문화', '와릉와릉 또시글라, 제라헌 탐라의 얼!'(힘차게 다시 가자, 진정한 탐라정신으로!), '신(神)들의 벗, 해민(海民)의 빛' 등 탐라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로 해마다 열리고 있다.

 

 

◇ 60년 넘게 정체성 논란…"공론화 과정 필요"

 

탐라문화제는 현대 들어 오늘날까지 이어진 제주의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축제지만 동시에 많은 비판을 받아온 축제다.

 

제주도민에게 있어 오랜 추억이 깃든 축제인 만큼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이 공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22년 11월 제주연구원은 환갑을 맞은 탐라문화제에 대한 도민 인식과 앞으로의 과제를 다룬 현안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5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탐라문화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8.31%(345명)이며, 참석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23.76%(120명)에 불과했다.

 

탐라문화제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는 '개최 시간대 불편'(39.0%), '잘 모르겠다'(24.7%), '흥미가 없다'(16.9%), '접근성 문제'(8.8%), '무엇을 표방하는 지 정체성을 알 수 없다'(4.7%) 등으로 나타났다.

 

 

탐라문화제가 제주의 대표 축제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32.07%(162명)만이 대표 축제로 인식했다.

 

게다가 제주의 다른 축제와 비교할 때 제주들불축제, 서귀포유채꽃축제, 제주왕벚꽃축제, 성산일출축제, 청보리축제, 방어축제 등에 비해 낮은 선호도를 보였다.

 

청소년과 20·30대 젊은 층으로 갈수록 인지도와 참여도가 떨어지고 제주 전통문화·민속·역사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축제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대상 집단심층면접(FGI)에서 "'탐라문화'라고 할 때 '고대 탐라국의 문화' 또는 '제주의 옛 전통 생활문화' 등 무엇이 탐라문화인지에 대한 혼란이 존재한다"며 "명확한 개념 정의와 범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시대적 유행을 방영하지 못한다', '어떤 역사적 활동을 후세대에 계승시킬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제주의 역사와 전통을 어떻게 새롭게 재구조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등의 제언이 이어졌다.

 

 

제주연구원은 "2002년 제41회 탐라문화제 이후 제주예총 나름대로 많은 변화를 모색했으나 여전히 향토민속축제, 전통문화축제, 문화관광축제 등 명확한 축제의 성격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도민의 인식도 제고, 탐라문화제 주제에 맞는 콘텐츠 발굴, 안정적인 축제장 확보, 평가체계의 고도화, 탐라문화제 육성 조례 제정 방안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열린 제62회 탐라문화제에 대한 평가도 이러한 지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평가회에 참여한 위원들은 "지역의 전통, 문화, 예술을 담고 있는 행사는 반드시 지역의 고유성과 진정성을 담아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60년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탐라문화제가 명확한 정체성 없이 백화점식 종합축제의 면모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셈이다.

 

 

혹자는 '선택과 집중'을, 또 다른 누군가는 '프로그램의 전문화' 또는 '기존의 틀을 깬 완전한 변화'를 요구한다.

 

축제를 앞두고 운영되는 한시 기구가 이 모든 요구를 전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과거 제주도 주최에서 한국예총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 주최로 바뀌었다가 다시 올해 제주도 주최로 바뀌는 등 추진 주체의 변화도 문제다.

 

탐라문화제에 대한 도민의 관심을 호소하기에 앞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축제의 정체성과 안정적인 변화를 이끌 조직의 상설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연합뉴스=변지철 기자]

 

[※ 이 기사는 '제주문화예술 60년사'(제주도, 2008), '탐라문화제 50년사'(제주도, 2014), 탐라문화제의 역사 소재 검토(김석윤, 2007), '민속과 공연 사이 : 탐라문화제 민속예술경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2008, 한진오), '탐라문화제 도민 인식 및 향후 과제'(2022, 현혜경·김석범) 등 책자와 논문을 인용·참고해 탐라문화제의 역사와 과제에 대해 소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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