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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대기업 절반 채용계획 못 세워 ...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해야
노동계 기득권 양보해야 할 때 ... 청년층에게 더 많은 기회 줘야

 

3월 봄바람과 함께 기업의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시즌이 다가왔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8~15일 지원서를 접수한다. 예년처럼 1만명 안팎을 뽑을 예정이다. 삼성은 주요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6개 계열사도 26일까지 신입사원 채용 원서를 받는다. SK그룹은 세자릿수의 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포스코그룹 4개 계열사도 22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의 54.8%는 상반기에 직원을 새로 뽑지 않거나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이 매출액 상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규 채용계획이 없는 곳은 15.1%로 지난해(7.9%)의 두배에 가까웠다. 채용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절반에 못 미치는 45.2 %였다. 그나마도 채용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세계 경기가 침체하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하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가 압박하는 등 악재가 쌓이자 기업들이 채용계획을 보수적으로 잡는 모습이다. 게다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기술(생산)직 채용에 나선 현대차의 지원 서류를 받는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생산직 400명을 채용하기 위해 지난 2일 사이트를 열자마자 수만명이 몰리며 접속이 지연됐다. 

현대차 홈페이지 마비 사태에서 보듯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목마름은 여간 심각하지 않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벌레들이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경칩이 지난 뒤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취업 한파를 겪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봄은 아직도 멀리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힐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취업 전선을 맴도는 것은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대에 그치리란 전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됐다. 이는 최근 10년간(2013~2022년) 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31만4000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추경호 부총리 등 1기 경제팀은 일자리 정책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외변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2021년 대비 취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81만6000명)한 지난해와 비교하는 ‘기저효과’로 수치상 일시적으로 고용이 부진할 거라며 안심하고 있어도 안 된다. 

인구구조상 경기회복 여부와 관계없이 향후 5년간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대에 머물 것이라는 ‘고용빙하기’가 예고된 터다. 1955~63년 출생 베이비부머 세대가 속속 은퇴하며 2040년이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900만명 줄어든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내려갔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이 나타나는 인구 자연감소가 2020년부터 3년째 이어졌다. 따라서 아직 생산연령인구에 여유가 있는 시기를 충분히 활용해 경제규모를 키워 놓아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특히 노동과 산업 분야의 규제혁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신산업 성장동력 분야에 기업들이 투자하도록 경쟁국가 수준의 세제 등 정책적 지원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대만은 지난해 산업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켜 반도체 등 기술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15%에서 25%로 높였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은 발의된 지 7개월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년 전 당선인 시절, 기업들을 국가대표 선수로 칭했다. 운동복도, 신발도 좋은 것을 입고 신겨 보내야 하는데 모래주머니 달고 메달 따오라는 식이라며 “신발 속 돌멩이 같은 규제들을 빼내 기업들이 달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약속대로 실천하면 국가대표들이 열심히 뛸 것이다. 아울러 한국산 전기차를 차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초과이익 공유와 생산·연구시설 공개를 압박하는 반도체지원법의 문제점을 미국 측에 강하게 제기해 입장 변화를 끌어내야 할 것이다. 
 

 

정규직과 노조에 편중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도록 노동계의 기득권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도 긴요하다. 현대차의 10년 만의 생산직 채용도 전동화 등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자며 노사가 합의한 덕분이었다.

기업들도 미래에 대비하는 인력 투자 차원에서 소수 인원이라도 신규 채용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대내외 환경 변화를 내세우기 이전에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발표했던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도 복기해보기 바란다. 청년들이 ‘잃어버린 세대’의 좌절을 겪지 않도록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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