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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장이문제] 동회천 양방향도로 '선댁이길' ... 폭 4m 좁은 도로로 통행차량간 다툼 빈번
소통 부재로 안내표지판 설치 2주 후 철거하는 촌극까지 .... "합당한 개선책 마련하라"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언제나 검토중이란 답변만 할 뿐 결과는 그대롭니다. 우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제주 조천읍의 한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이 몇 년째 밤낮없는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손을 놓은 행정탓에 좁은 도로를 두고 주민과 통행자간의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시 동회천 옆에 자리한 ‘선댁이길’은 2008년 만들어졌다. 태풍 ‘루사’를 겪고 난 후 침수 및 인명피해를 대비하기 위한 신촌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서다. 850여m 구간 중 약 510m 구간이 양방향 도로인 배수로 관리도로로 지정됐다.

 

그 때만해도 이 길 위에서 사시사철 밤낮으로 언쟁이 오가게 될 줄 몰랐다. 당시엔 인근 과수원 농가가 농로로 사용할 뿐, 통행차량은 그렇게 많지 않은 한적한 시골 도로였다.

 

하지만 10년 후 상황이 급변했다. 언젠가부터 소형차량의 통행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출퇴근 시간이면 특히 붐볐다. 선댁이길은 도로구조상 신와로와 중산간동로를 가로지르는 지름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자 탑차나 트럭 등 중장비 차량도 드나들기 시작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공영버스도,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가장 빠른 길’로 온 렌트카도 늘었다. 이들 차량 중 일부는 배수로 양쪽에 위치한 관리도로로 인해 일방통행로로 착각했다. 폭 4m 내외의 좁은 도로다.

 

양측 차량이 선댁이길 중간에서 마주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되면 서로 잘못 길을 들었다며 삿대질하는 다툼이 잦아졌다.

 

특히 인근 주민들과 통행차량 간의 분쟁이 크게 늘었다. 제주시에 따르면 선댁이길은 주민들의 개인 사유지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처음부터 양방향으로 통행하도록 했다. 이처럼 주민이 자신의 농가로 들어가기 위해 선댁이길에 진입하면 반대편에서 오던 차량이 “왜 이쪽으로 오느냐”면서 주민이 죄라도 저지른 마냥 항의하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제주시에 선댁이길 진입로에 양방향 통행로 표지판 설치를 요청했다. 주민들은 이제 ‘서로 조심조심 양보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시청에다가 문제점을 알렸고, 안내 표지판까지 설치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곧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았는 걸 알게 됐다. 차량 통행량이 워낙 많아 양방향 통행로 표지판 설치도 소용이 없었다. 여전히 그 좁은 도로는 차량이 꽉 들어찼고, 일방통행로로 착각한 운전자들의 고성이 오고갔다. 거기다가 누군가가 진입로에 마치 일방통행로인 것처럼 차량을 유도하는 불법 노면표시를 칠해 갈등이 깊어지기만 했다.

 

 

양보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중장비 차량이 늘어 길이 꽉 막히는 사례가 잦아지고, 주민들은 다툼으로 인한 피로감이 점점 쌓여갔다. 이에 행정에 다시금 도움을 요청했다. 그게 2020년 1월이다.

 

인근 주민과 선댁이길 주변의 농가 관계자들은 서명까지 모아 제주시 안전총괄과에 교통민원을 제기했다. 신촌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을 벌여 선댁이길을 만든 것이 안전총괄과(당시 재난안전관리과)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선댁이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요청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선댁이길의 도로폭을 확장해달라. 두 번째, 농가의 원활한 출입과 사고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1t 이상의 차량은 통행을 제한하라. 세 번째, 임시방편으로 ‘양방향 도로’ 표지판을 눈에 잘 띄도록 보완해 반대편 진입로에도 추가 설치하라.

 

주민들은 고심한 끝에 도로폭 확장 방안으로 배수로 복개 의견까지 제시했다. 수년째 이어지는 도로 위 안전에 대한 위협과 갈등을 없애기 위한 필요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제주시는 2개월 만에 답을 내놨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선댁이길이 차량통행시 교차통행이 불가해 많은 불편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배수로 복개를 통한 도로 확장은 어렵다. 그래도 2020년 제주시 시도 건설관리계획 수립용역 추진시 종합적 검토를 통해 고려해 보겠다. 중차량 진입 금지에 대해서도 전문가 자문 및 지역주민 협의를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듬해 7월, 드디어 가독성 좋게 보완된 양방향 도로 표지판이 선댁이길 진입로 양쪽에 설치됐다. 민원을 제기한지 1년 반 만이다.

 

하지만 긴 기다림이 무색하게도 단 2주 만에 양쪽 표지판 모두 감쪽같이 철거됐다. 이 황당한 사건에 주민들은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훼손된 표지판을 재설치하고, 훼손자를 찾아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돌아온 제주시의 답변은 더더욱 황당했다.

 

 

선댁이길 인근 농가 관계자 A씨는 “당시 제주시 안전총괄과 담당자가 해당 사건에 대해 ‘제주시 부처 내에서 소통이 조금 안됐다’며 ‘다른 과로 (양방향 도로 표지판에 대해) 역민원이 들어와 철거했다고 한다. 죄송하게 됐다’고 설명했다”면서 ”1년 전 민원으로 해당 표지판을 설치한 것도 모르고 불편 민원이 들어오니 다른 부서가 알아보지도 않고 철거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제이누리>가 사실관계 확인을 하기 위해 제주시 측에 연락을 취한 결과 안전총괄과는 “선댁이길에 지난해 양방향 도로 표지판을 설치했고, 그 표지판이 누군가에 의해 철거됐다는 민원이 들어온 것으로 안다”면서 “지금 설치돼 있는 안내 표지판은 그것과 다른 것이다. 지금 설치돼 있는 것은 지난 3월 관련 구입기록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설치 당시 표지판 철거를 누가 했는지에 대한 문서 기록은 없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던 또다른 부서인 제주시 건설과는 “지난해 선댁이길 진입로 양방향도로 표지판 철거 등과 관련한 민원 기록이 없다. 이쪽에서 철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디서 철거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당시 제주시청 안전총괄과 담당자와 통화했을 때 (부서 간 소통 부재가 있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당시 담당자는 이미 예전에 근무처를 옮겼다”면서 “처음 민원을 제기한 뒤로 담당자가 여럿 바뀌었다. 서류는 있지만 정확한 내용 파악이 안 되니 매번 선댁이길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한 부서에서 1~3년 안팎으로 일한 뒤 다른 부서로 옮겨다니는 공무원의 순환보직 제도는 업무 전문성 및 연속성, 책임성 약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현재 제주시청 안전총괄과와 건설과의 선댁이길 관련 주무관은 모두 지난 8월 해당 부서로 온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누리> 추가 취재결과 지난해 7월 선댁이길 진입로에 설치된 양방향 도로 안내 표지판은 제주시 교통행정과가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 교통행정과는 "지난해 선댁이길과 관련해 '양방향 도로 안내 표지판이 여기에 잘못 설치돼 있다'는 민원이 들어와 확인한 결과, 안전표지판 일람표에 해당하지 않는 불필요한 표지판이라고 판단돼 철거를 했다"면서 "하지만 철거 직후 다시 민원이 들어와 통행방향에 대한 논의가 앞서 있었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래서 같은달 바로 복구시켰다"고 해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설치된 안내 표지판이 2주 만에 싹둑 잘려나가는 사건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주민들은 수년간 겪어온 고통이 조금만 더 참으면 끝날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텼다. 지난해 12월 선댁이길이 ‘시도농어촌도로계획’에 ‘삼양동 5044호선’으로 반영된 것이다.

 

제주시 건설과에 따르면 확장 등 도로 사업을 하려면 도로법상으로 노선이 지정돼야 한다. 선댁이길은 그전까지 법정도로로 지정돼 있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드디어 노선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 희망도 오래가지 않았다.

 

A씨는 “(노선반영 당시) 제주시 건설과에서는 ‘도로노선 계획에 반영이 돼 이제 시간 문제다’라고 다 된 것처럼 얘기했다. 그래서 도로노선 계획을 확인해 봤더니 반영이 잘 돼 있었다”면서 “하지만 올해 초 다시 통화를 했을 때 ‘도로 노선은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확장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도로 노선을 낸 이유는 뭐냐. 민원이 들어왔으니 일단 내고 본 것이냐”고 지적했다.

 

제주시 건설과는 <제이누리>와의 통화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시점에서는 도로(확장)사업으로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민원이 들어온 이후,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신속히 도로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로법상 도로로 지정됐지만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 있다. 하천 관리용 목적으로 만든 도로라 지하 매설물 설치 등이 하천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 또 선댁이길 진입로가 양쪽에 있는데, 한쪽만 (확장을) 하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있어 이 부분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만약 도로 사업을 하게 된다면 선댁이길 인근의 개인 사유지 편입이 불가피해 토지 소유자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및 동의도 필요하다”면서 “인근에 송전탑이 있는데, 도로사업을 하려면 송전탑 이설이 필요한다. 이것도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천~신촌간 국도대체우회도로(애조로)가 내년 완공 예정으로 선댁이길을 이용하는 차량 일부가 분산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그 건설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선댁이길의) 도로개설에 대한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아 도로확장 사업을 쉽게 결정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주민-통행자간 갈등 해소방안에 대해서는 “지난 4월 안전총괄과에서 현장을 방문해 마을 회장 등 몇몇 주민들과 상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횡단 교량을 설치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쓸 데 없는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면서 “선댁이길 중간지점에 교량을 넣어서 차량이 어느 통행로를 가든지 갈 수 있게 만든다는 건데, 도로 폭이 좁은데다 통행량까지 많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송전탑 이설이 어려운 문제에 대한 대안은 선댁이길 노선확정 계획이 나오기 전인 지난해 12월 제주시청 건설과에 제시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 그 대안을 검토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제주시가 예산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 송전탑을 이설하는 것은 원인자 부담이라 수십억을 제주시청이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직접 송전탑이 설치된 농지의 주인에게 ‘과수원 안쪽으로 도로가 관통할 수 있게끔 땅을 처분해주겠다’는 답을 들어 이 대안을 제주시청 건설과에 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애조로는 내년에 완공된다곤 하지만 정확히 언제 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이후 검토는 또 언제 끝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원을 제기한 지 만 2년이 지났다. 이곳 주민들은 기약없이 고통받아야 하느냐”며 “차량 통행량 증가에 따른 합당한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교통량이 많아 교량 신설, 양방향도로 안내 표지판 등 임시방편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씨를 포함한 선댁이길 인근 주민들은 지난 6월 3번째 민원을 넣었다. 이번엔 제주시장에게 넣었다. 행정당국의 무책임함을 지적하면서 적극적인 주민불편 해소 실천을 촉구하는 취지다.

 

하지만 제주시에서 온 답변은 앞선 답변과 다를 게 없었다. 송전철탑 이설이 어렵고, 도로개설 방향에 대한 지역주민 및 토지주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국도대체우회도로 건설사업이 내년 완공될 예정으로 신규 도로와의 효과분석을 지켜본 뒤 도로 확장을 검토할 수 있다고.

 

현재 표면적으로는 선댁이길과 관련한 세 종류의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 채 있다. 인근 주민들의 선댁이길 구조개선-도로확장 요청, 통행자로 추정되는 또다른 민원인의 선댁이길 일방통행로 지정 요청, 통행방향 유도 불법 노면표시나 양방향도로 표지판은 현장에 맞지 않으니 수정해달라는 요청. 

 

의견은 갈라졌지만 이들의 바람은 하나다.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불편이 발생하고 있으니 현 실정에 맞게 시정해 달라는 것. 

 

행정당국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만 2년째 검토만 반복하는 사이 주민들간 갈등만 커지고 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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