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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高 복합위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5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차이는 0.00〜0.25%포인트로 좁혀졌다. 미국이 7월에 빅스텝(0.5%포인트 인상)만 해도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다. 

한미간 금리 역전이 현실화하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품 가격이 올라 국내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기 전에 한국은행도 올려 금리차를 벌려야 한다. 시장에서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물가를 잡고 한미 간 금리역전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금리인상은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겨 차주(借主)의 이자 부담을 늘린다. 3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59조4000억원.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웃도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물가상승·금리인상·집값하락 등 3대 충격이 동시에 발생하면 대출금 연체율이 높아질 것이다. 대출금리 상승이 본격화하기 전에 청년과 저소득층,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대출에 대한 안전판을 강구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낮추며 유동성을 대거 공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 전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현금성 코로나 지원금이 더 풀렸다. 코로나 확산이 진정되며 소비가 살아나자 그동안 풀린 유동성이 수요를 자극했다. 

반면 공급은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됐다. 컨테이너 운임 등 물류비용이 상승하고, 자동차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와 에너지, 원자재, 곡물 가격을 끌어올렸다. 급기야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이제 금리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올려야 한다. 세계 경제가 침체하고 미국 금리가 인상되자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를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복합위기’가 도래했다.

윤석열 정부가 16일 내놓은 경제정책방향의 골격은 문재인 정부 정책 슬로건이었던 ‘소득 주도 성장’에서 ‘민간 주도 성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핵심 전략으로 법인세 인하와 근로시간 구조 개편 등 규제개혁을 내세웠다.

정부는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경제위기와의 전쟁에서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옳은 선택이다. 관건은 실행이다. 역대 정부도 규제개혁을 강조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미온적 대응과 기득권 반발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가 공공개혁에 매진해야 함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로도 입증된다. IMD가 평가한 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7위. 1년 전보다 4계단 내려앉았다. 특히 정부의 효율성 순위는 지난해에 이어 이태 연속 하락했다. 평가항목 중 재정 분야 순위가 6계단, ‘연금이 잘 적립되는 정도’ 순위가 15계단 떨어진 결과다. 

재정 분야 순위 하락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급상승한 탓이다. 연금 순위 급락은 2050년대 중반 고갈이 예상되는 국민연금 등 연금개혁에 진척이 없어서다. 정책의 투명성, 정책이 경제 변화에 잘 적응했는지에 대한 평가도 나빠졌다. 경쟁력 제고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되레 발목을 잡았다. 

올해 사상 최대 본예산에 두차례 추가경정예산이 더해져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더 높아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선진국 그룹에서 나랏빚을 법률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터키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첫해 새 재정준칙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3대 개혁과제로 제시한 연금개혁도 지지부진하다. 개혁 시간표는커녕 개혁안을 논의할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둘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후진적인 재정·연금 정책 및 제도가 국가경쟁력을 더 갉아먹기 전에 개혁 속도를 높여야 한다.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장관회의가 비상경제장관회의로 전환됐다.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수석실이 가장 먼저 보고한다고 한다. 회의 이름 앞에 ‘비상’을 붙이고,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당·정·대통령실의 경제정책방향 협의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언제까지 세계 경제위기 탓, 지난 정권 탓을 할 수는 없다.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5대 부문 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라. 규제개혁은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중요한 투자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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