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추가진상조사보고서’ 제1권이 발간됐다. 2003년 정부의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발표된 후 16년 만의 결실이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보다 보다 구체화된 내용을 담고 있는 4.3추가진상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제주4.3평화재단은 4.3특별법에 근거, 추가진상조사 업무를 맡게되자 2012년 박찬식 박사를 단장으로 추가진상조사단을 발족했다. 이어 2016년까지 마을별 피해실태와 분야별 피해실태 조사활동을 벌였다.
여기에 이어 2018년 10월 재단 내 조사연구실이 신설되자 추가진상조사보고서 집필팀을 구성, 기존 조사내용에 대한 보완 작업을 거쳐 이번에 추가진상조사보고서 제1권을 발간했다.
이번 추가보고서는 △ 마을별 피해실태 △ 집단학살 사건 △ 수형인 행방불명 피해실태 △ 예비검속 피해실태 △ 행방불명 희생자 유해 발굴 △ 교육계 피해실태 △ 군인・경찰・우익단체 피해실태 등을 770쪽의 분량에 담아냈다.
추가진상조사단은 특히 4‧3 당시 기준으로 12개 읍면 165개 마을(리)의 피해상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다.
보고서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기준 희생자로 확정된 1만4442명에 대해 가해자 구분, 피해 형태, 재판유형, 유해수습 여부 등에 따라 모두 18개 유형으로 분류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양정심 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은 이와 관련해 “1만4442명 피해자가 확정되고 난 후 다섯 번의 피해조사도 있었다”며 “그렇게 추가된 부분들이 이번 추가진상조사보고서에 담겼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마을별 피해 확인과정에서 한 장소에서 50명 이상 피해를 당한 ‘집단학살 사건’도 도내에서 26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추가보고서는 이 집단학살 사건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신원을 일일이 밝혀냈으며 단일사건 피해자가 50명 미만인 경우에도 동일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학살이 일어났다면 이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번 보고서에서 4‧3 행불 희생자는 현재 4‧3위원회가 확정한 3610명 보다 645명이 많은 4255명에 이르고 있음이 확인됐다. 추가보고서는 이에 대해 “다수의 유해수습을 하지 못한 희생자가 사망 희생자로 신고되어 처리된 사례가 많았다”고 기술했다.
추가보고서는 특히 수형인 행방불명자 2261명에 대한 피해실태도 중점적으로 규명했다.
양 실장은 수형인 명부에 나와 있는 2530명과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이 2261명은 경인・호남지역 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수형인 행방불명 희생자들”이라며 “중부지방에 대한 수형인은 추가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1950년 한국전쟁 직후 발생된 예비검속 피해 조사에서 희생자 566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유해발굴 과정에서 40명, 구금중이거나 고문 후유증으로 희생된 13명 등 모두 53명의 행적만 확인됐을 뿐 513명의 행적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다.
교육계 4·3 피해는 교원 271명, 학생 429명 등 총 700명의 인적피해와 93개 학교의 교육시설 및 학교운영 손실 등의 물적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경・우익단체 4·3 피해는 군인 162명, 경찰 289명, 우익단체원 640명 등 모두 1091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2003년의 보고서에서 밝힌 1051명(군인 180명, 경찰 232명, 우익단체 639명)에 비해 군인은 줄어든 반면 경찰 피해자는 다소 늘어난 것이다.
또 이번 추가보고서는 피해유형을 세밀하게 분석한 198개에 이르는 많은 도표가 담겼다. 또 집단학살 사건을 포함한 5550명의 피해자 실명을 일일이 싣고 있는데 책 말미에 그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찾아보기’(색인)를 담겼다.
특히 4‧3위원회가 현재까지 확정한 4‧3희생자 1만4442명의 통계는 본적지 중심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사건 당시 거주지 중심으로 재분류했다. 본적지로 분류했을 때, 피해지역과 사건 희생자가 서로 갈리는 등 피해실태 파악에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가장 피해가 많았던 노형리 희생자는 종전 544명에서 538명으로, 북촌리는 419명에서 446명으로, 가시리는 407명에서 421명으로 재분류됐다. 그동안 본적지 별로 만들어졌던 ‘제주도 마을별 4‧3희생자 분포지도’도 추가진상보고서에선 거주지 중심으로 새롭게 작성, 수록됐다.
아울러 4‧3 당시 사진과 정부의 진상보고서 발간 이후 진행된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관련 사진을 중심으로 화보를 엮었다.
평화재단은 “이번에 다루지 못했던 미국의 역할과 책임문제, 중부권과 영남권 형무소의 수형인 문제, 재외동포와 종교계 피해실태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추가진상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이런 문제를 담아낼 제2권, 제3권의 보고서를 계속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격려사를 통해 “4‧3평화기념관에는 ‘언젠가 이 비에 제주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는 뜻을 담은 비문 없는 비석이 있는데, 이번 추가진상보고서가 그 백비를 채워가는 중요한 과정이 되리라 믿고 싶다”고 밝혔다.
원희룡 도지사도 격려사에서 “이번 추가진상보고서는 4‧3의 진실을 규명하고 역사를 바로세우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며, 희생자‧유족의 명예회복에도 크게 기여하리라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