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아니다. 이제 운명의 맞수로 처지가 뒤바뀌는 모양새다.
김방훈 자유한국당 제주도당위원장이 원희룡 지사를 향해 날을 세웠다. 원 지사가 23일 제주시청을 방문, “제주시청사 증·신축 적극 지원”의 발언을 쏟아내자 “무책임 행동”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김방훈 자유한국당 제주도당위원장은 원 지사의 발언을 놓고 “도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두 사람은 사실 어제의 동지다. 현 안동우 정무부지사 이전 원희룡 지사 밑에서 정무부지사 역할을 맡았던 게 김 위원장이다.
하지만 두 인사의 격돌은 이미 예견된 사안이다. 원 지사가 재선고지를 노리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그에 맞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도전장을 낼 공산이 크다.
이에 따른 ‘진영 변화’는 자유한국당 도당위원장 명의 24일 성명에서 그대로 감지된다.
김 위원장은 성명에서 “임기가 몇 달밖에 남지 않은 도지사와 제주시장이 증축 계획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몰아부쳤다.
김 위원장이 문제삼은 건 제주시청 증축 및 시민광장 조성에 대해 “재원을 마련해 지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대목이다.
원 지사는 이날 시민과의 대화에서 "시청사를 증축하면 타당성 조사를 거칠 텐데 600억~700억 예산 숫자를 걱정하는 게 아니다“며 ”가장 좋은 기능과 미래를 위해 좋은 효과를 얻도록 재원을 준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뒷받침할 것"이라고 지원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제주도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면서 제주시의 중심부인 도남지역에 중앙과 지방의 모든 행정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는 시민복지행정타운을 조성한 바 있다”면서 “시청사는 도시의 골격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공론화 과정 없이 결정되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에 맞서 원 지사 역시 연초부터 자유한국당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보수세력을 대표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홍준표 대표가 찾아온 지난 19일 자유한국당 신년인사회를 앞두곤 “복당할 의사가 없다. 정당 행사에 갈 생각도 없고, (홍 대표가 온다면) 도청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며 자유한국당에 대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물론 홍 대표 역시 신년인사회에 이은 기자간담회에서 원 지사를 향해 “혁신하는 당으로 가라. 우리 당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의 복당에 부정적 입장을 내보였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의 신경전이 시작되고 있다. [제이누리=권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