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집값이 심상찮다.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통적인 이사철인 신구간을 3개월 앞둔 현상이다. 여기에 한-중 화해모드로 집값 상승분위기를 더할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31일 발표한 ‘10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의 집값이 전달보다 0.2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시·도 중 7번째로 높은 수치다. 전국 평균 상승률 0.13%을 웃도는 수치다.
제주 집값은 지난 수년간 전국 최고 수준으로 폭등해왔다. 제주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주택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이른바 ‘차이나 랠리’라 불리는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영향을 미친 것이 그 원인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주한 미군의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로 중국인의 발길이 끊기면서 지난 3월을 전후해 집값 상승폭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 5월과 6월 두 달간은 -0.01%와 -0.02%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집값이 하락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 내부에서는 이런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간 이어진 급격한 집값 상승에 피로감이 쌓이고 집값 조정기간이 장기화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여기에 중국인 직접 투자는 물론 관광객 급감에 따른 파생수요가 줄어든 것도 있다.
하지만 7월에 들어서면서 집값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7월 집값 상승률은 0.19%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 8월에는 0.32%의 상승률을 보이며 전국에서 3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9월에도 0.31%의 상승률을 보였다.
제주 주택시장이 여전히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점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규제 정책이 오히려 제주 등 지방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점이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여차하면 제주와 와서 둥지를 틀겠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의 본격적인 이사철인 신구간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한-중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집값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제주는 신구간을 앞둔 매년 11월에서 1월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집값도 함께 상승해왔다.
'신구세관교승기간'의 약칭인 신구간은 대한(大寒) 5일 후에서 입춘(立春) 3일 전 사이의 1주일을 말한다. 옛부터 이 기간에는 제주의 신들이 지난 1년간의 일을 하늘에 보고하기 위해 올라가는 때로 봤다. 제주에 신들이 없어 연운(年運)이 불길하거나 길일(吉日)이 나지 않아 행하지 못했던 건축, 이사와 같은 큰 일을 치러도 집안에 탈이 없다고 생각해 제주에는 이 시기 이사 붐이 일어나곤 했다. 그러기 때문에 이 기간 수요가 폭증해 집값 상승률이 높아지곤 했었다.
여기에 한-중 관계가 회복되면서 중국의 부동산 투자 열기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중국 관광객들이 몰리던 대표적 거리인 바오제거리의 경우 사드 보복으로 한-중간 관계가 경색됐을 때 매출이 반토막이 나 간신히 임대료만 내는 상황에 몰렸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기대감이 자라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최악은 넘겼다"며 안도감을 보이기도 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