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을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 제2공항 신설이 아닌 현 제주공항 확장이 더 낫다는 도민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책추진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대세였다.
제주도내 1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일리리서치에 제주 제2공항 계획 관련 여론조사를 의뢰, 그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21일과 22일 이틀간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공항시설 확충의 최적 대안으로 ‘현 제주공항 확장’이 33.6%가 나왔다. ‘성산읍 부지 제2공항 신설’ 24.4%보다 9.2%p 높은 수치다. 이어 정석비행장 활용이 20.8%, 새로운 공항 입지 선정이 12.9%, 현 공항 폐쇄 및 신공항 건설이 2.2%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6%였다.
공항인프라 확충 필요성 여부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49.3%로 ‘필요하지 않다’ 41.1% 보다 높기는 했지만 격차가 크지 않았다. 이는 제주도가 제시한 제2공항 추진 근거 중 하나인 ‘도민들이 공항인프라 확충을 압도적으로 원한다’는 설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제2공항 발표 전후시기 도민여론과 상당히 달랐다. 2015년 말 제2공항계획 발표 직후 도내 다수 설문조사에서 제2공항 계획에 대한 찬성률이 70% 안팎에 가까울 정도로 높았다.
하지만 오폐수 무단 방류, 쓰레기 처리 문제, 교통체증 등 불편이 가중되면서 무분별한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공항시설 확충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주도민 사회에서 서서히 '과잉관광'(Over Tourism)에 대한 반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관광객 증가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생태·환경 과부하가 현실로 닥치자 이에 대한 도민의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항 건설로 인한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될 미래세대인 20~30대와 40대에서 ‘인프라 확충이 필요 없다’는 답변이 더 많아 눈길을 끌었다.
도민행동은 이에 “도민들은 공항인프라 확충의 대안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그동안 제주도가 제2공항 확장을 기정사실화해 좁은 선택지를 도민들에게 제시, 제한된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제2공항 건설계획 추진과 관련해 주민과의 소통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부분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이 높게 나타났다.
주민과의 소통 및 절차적 정당성을 문는 질문에 ‘안 되고 있다’가 51.6%로 ‘잘 되고 있다’ 23.5% 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건설계획에 지역주민들과 상생방안이 마련돼 있는 지에 대한 의견도 ‘안 돼 있다’가 47.7%로 ‘잘 돼 있다’23.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도민행동은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 원희룡 지사가 제2공항계획 반대 여론이 높다면 안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던 것을 들어 “원 지사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귀를 열어 일방적인 제2공항 사업계획 추진 절차를 당장 멈추고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의 요구에 답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민행동은 이어 “국토부와 제주도는 지금이라도 주민들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사전타당성 용역에 대한 검증에 착수, 제2공항 계획을 원점 재검토 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제주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선정 유선 전화번호를 이용한 ARS RDD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