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강정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해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강력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원 지사는 9일 오후 4시30분 도청 집무실에서 조경철 마을회장을 비롯해 강동균 전 마을회장, 고권일 반대대책위원장 등 주민 7명과 면담을 가졌다. 공식 면담은 2014년 11월 13일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면담 후 조 회장은 "원 지사에게 공문서로 구상권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고 총리와 국방부 장관을 만날 때마다 강력하게 철회를 주장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원 지사는 "정부 기관과 해군 등에 구상금 청구 철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만날 때마다 강력하게 철회를 요구하겠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구상권 철회에 대해선 원하는 대답을 얻었다"며 "그러나 진상조사과 관련해 원 지사는 '해군기지 공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제주도가 통제할 수 없다. 대신 국회든 도의회든 만약 진상조사에 나선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진상조사와 관련해 원 지사는 지난달 21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었다.
김희현 의원(제주시 일도2동 을, 더불어민주당)은 해군기지 진상조사가 원 지사의 공약임을 들어 약속 준수를 요구햇다.
김 의원은 "공약에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하되 절차나 방법, 범위, 내용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협의해 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진상조사를 언제까지 하겠다는 내용이 없다"며 "진상조사를 않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원 지사는 "제가 취임하자마자 진상규명을 통해 강정마을 주민의 명예회복과 역사적 사실을 정리하고 가자고 했다"면서 "그러나 해군도 협조하지 않을 상황이었고, 해군이 협조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상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맞섰다.
그러자 김 의원은 "진상규명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모든 일에 때가 있다고 본다. 진상규명도 때가 있다. 대를 놓칠 때마다 결과에는 차이가 난다"면서 "명분만 갖고 나가는 것은 싸우자는 것 밖에 안 된다"며 진상조사에 부정적 의향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진상규명이 싸움하자는 것이냐"면서 "공동체가 파괴된 상황에서 진상규명 없이 나아갈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원 지사는 "진상규명을 하더라도 해군 협조를 이끌어낼 자신이 없다"면서 "책임질 수 없는 것은 약속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한편 제주도변호사협회는 3일 임시총회를 열고 해군의 구상금 청구를 긴급 안건으로 다루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오영훈·위성곤 당선인은 지난달 30일 해군기지와 강정마을에 이어 지난 2일 한민구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해군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철회를 요구했다.
해군은 해군기지 완공 지연을 이유로 강정마을 주민 및 활동가 116명과 5개 단체를 상대로 공사 지연에 따른 275억원 중 34억4800만원을 배상하라며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