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신의 주요 정무보좌진 4명을 왜 들판에 풀어놨을까?
원 지사의 정무보좌관 4명이 일괄 사직서를 제출한 일이 제주도정과 정가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이 진행중인 시점에 불쑥 끼어든 이번 사안을 두고 그 의도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본인들이 '사퇴의 변'을 통해 "원희룡 도정의 쇄신과 임기 중간점 새 출발을 위해 일괄사의를 고심하고 있던 중, 지금이 도민들의 뜻을 더 철저히 받드는 적기라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으나 이런 내용만을 순수히 받아들이기에는 시기와 모양새로 인해 그 이상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시기적으로는 4.13총선에서 '원희룡 마케팅'의 책임론만으로는 수긍하기 쉽지 않은 모양새다.
언뜻 보아도 4.13 총선 책임론에 대해 상식적인 당위성이 있음에도 이를 정무보좌진 전체에 대한 책임을 묻기에는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이 점에서 원 지사가 정치인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순간이다. 새누리당의 패배를 반전의 카드로 사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읽힌다.
우선 새누리당에 대한 압박의 의미를 일깨운다.
총선후 제주도 새누리당은 이연봉 도당위원장의 사퇴 이외에는 아무런 액션이 없다. 패자가 말이 많은 게 더 이상하기는 하지만 3연속 야당싹쓸이를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도내외의 공감에도 불구하고 선거결과는 처참했다. 이후 반응이 없다.
이 침묵에 대한 공세로 봐야하는 측면이 강하다. 제주도 새누리당 후보자들의 면면을 이야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선거에서 패한 상황이라면 세 후보자가 공동기자회견을 갖던지 해서 자신들의 부족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쇄신을 이야기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침묵이다. 그대로 가겠다는 생각이다.
원 지사는 이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듯하다. 정무라인이 일괄 사직했으니 새누리당의 기존 후보들 역시 스스로 책임을 묻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후보로는 당의 쇄신에 한계가 명확해졌으니 새로운 인물로 쇄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볼 수 있다.
원 지사의 이번 보좌진 사직은 새누리당에는 기존 멤버의 일선 후퇴를 전제로 하는 혁신의 모습을 재촉하는 느낌이다.
원 지사의 노림수는 도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주도 행정조직은 그동안 여러차례 인적쇄신에 대한 요구도 있었고 인사도 이뤄졌지만 그 평가에 대해서는 이전 도지사의 영향력과 그들의 조직적 범위안의 인물들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물며 이번 선거에는 전 도지사 프리미엄을 활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원 지사는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것 같다.
도정 임기의 반을 보내는 시점, 총선을 통해 알게 된 민심, 제주도정의 미래에 대한 나름의 방향성 등을 고려해 화살은 이제 제주도정 안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의 틀을 바꿔 행정의 모습을 다시 한번 그려볼 수 있는 명분쌓기에 충분한 모양새는 갖춰진 셈이다. 그 화살을 어떻게 사용할 지는 기다려 볼일이다.
다른 하나 이 4명의 보좌진들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다. 모양새는 4명이 공동으로 뜻을 모았다고 하지만 이 구조를 도정에서 누가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도지사의 판단과 결정이 없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기에 결국 이들의 쓰임새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이들이 결국 도지사 재선을 위한 비선조직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혹은 대선을 준비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가지 방향을 떠나 이들 4명을 여러 방향에서 활용하고 싶은 모양이다. 대권 잠룡으로 일컬어지던 원 지사는 최근 그 지명도가 상당히 수그러든 것이 사실이다. 이제 중앙무대의 정치적 네트워크를 복원하는데 이들의 노력이 투여될 것임은 자명하다.
물론 그 활동에는 여러 형태의 정치적 고려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여 진다. 이것이 대선에 대한 가능성 타진이든 도지사 재선이 됐든 새로운 정책 발굴이든 그동안 공무원 신분에 얽매여 있던 족쇄를 풀어 좀 더 자유로운 말들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들은 사퇴의 변을 통해 "임기 중간점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더 많은 분들이 더 큰 제주를 향한 도정에 함께 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들의 향후 역할의 단초를 그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결정에는 원 지사 스스로 행정을 장악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 아닌가 싶다. 기존의 정무라인이 아니어도 행정 스스로 지사의 정책적 비전을 함께 갈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고 그로 인한 다양한 시험을 결심한 듯 싶다. 그 계기가 공교롭게도 총선이 됐지만 계기는 충분히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수족과 같은 정무보좌진들을 일단 밖에 두고자하는 수를 쓴 현재 원 지사가 보여주는 행보가 궁금해진다. 행정에 대한 몰아치기와 새누리당의 개혁, 자신의 향후 행보 등에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더 궁금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재근=제이누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