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양계(육계)장 설립에 따른 지역주민과 사업자 간의 갈등이 좀처럼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주민들이 지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이며 ‘절대 반대’와 ‘행정 제재’를 촉구했다.
25일 오전 10시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 위치한 제주해녀박물관 앞. 문제가 되고 있는 마을인 종달리 주민과 구좌읍 12개 마을 이장단협의회, 구좌읍 연합청년회 등 3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머리에 ‘양계사업 결사반대’ 등이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손에는 ‘양계장 시설 반대’와 사업자를 규탄하는 각종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나왔다.
종달리 주민들은 양계(육계)장 설립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금까지 제주도청과 제주시청, 마을 등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이날 집회 이후 다음 달 8일 제주도청 앞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해녀박물관 앞 주차장에 모인 주민들은 간단한 행사를 가진 후 곧바로 해안도로를 따라 세화 오일장 옆 공터까지 행진했다. 마침 세화오일장이 서는 날이어서 지역주민들이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또 “양계시설이 들어서고자하는 곳은 마을에서 한라산쪽으로 직선거리 약 3.2km정도 떨어진 곳”이라며 “지하수를 오염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구나 “남풍이 불거나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 주변 기압이 내려 갈 때는 악취가 마을을 덮는다. 악취에 관광객은 물론 올레꾼 역시 얼마나 불쾌하겠느냐”고 우려했다. 게다가 “돈이 없는 농민도 아닌 사람이 사업을 강행한다”며 사업자를 비난했다.
채영섭 반대대책위원장은 “부와 명예도 부족해서 개인의 이득을 위해 몇몇이 법인단체를 결성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공동체 의식이 전혀 없는 개인주의적인 망나니 같은 법인단체”라고 사업자를 격양된 어조로 비난했다.
채 위원장은 전직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출신인 사업자 대표를 겨냥해 “타의 모범이 돼야 할 사람이 어떻게 교직생활과 교장직을 수행하고 교육의원까지 지냈느냐”며 “지난 지방선거시 한 표를 주었던 것이 후회스럽다”고 원망했다.
그는 “현재 대규모 양계시설을 건설하는 기반조성 공사가 한 참 진행 중이다. 시설이 완공되면 대규모 양계단지가 조성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주변 환경이 오염된다면 향후 구좌읍은 주민들이 다 떠나는 초라한 지역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심각히 우려했다.
이날 모인 마을주민과 구좌읍 이장단은 행정당국의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행정당국은 사업자의 양계사업 허가를 즉각 철회하고 무허가로 운영하는 양계장과 무허가 시설에 지원을 해주는 모기업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서라”며 강력한 처벌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제주도는 향후 양계사업 시설규모 계획을 전면 공개하고 사업을 중단하라”며 “양계사업을 계속해 진행할 경우 물리적 행동으로 강경하게 대응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우근민 제주지사에게 “사업 중단 재재기준을 즉각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 말미에 트랙터에 닭이 그려진 판을 설치하고 계란으로 던지는 퍼포먼스를 펼쳐 자신들의 심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편 사업자인 J영농조합법인은 2010년 사업을 위한 건축허가를 제주시에 신청했다. 그러나 제주시는 용눈이오름과 은월봉 인근에 접한 지역(종달리 4414번지 일대)에 건축할 경우 축산분뇨냄새와 해당지역을 비롯한 주변지역에 냄새로 인한 대기오염, 집단민원 등을 우려해 불허했다.
하지만 J영농조합법인은 제주시를 상대로 ‘개발행위허가 불가에 따른 건축허가불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2년여 간의 법적분쟁 끝에 지난해 9월 제주시가 패소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J영농조합법인은 이 지역에 9547㎡ 부지에 지상2층 규모의 계사(육계사육장)를 신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