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들이 어렵게 되찾은 초과근무수당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내놨다. 3년 전 소송에 임하면서 내건 약속을 지킨 것이다.
비영리공익재단 아름다운가게는 17일 제주 소방공무원들이 그동안 미지급됐던 초과근무수당을 재판을 통해 받아 이중 4000만 원을 소외계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기부했다고 밝혔다.
제주 소방공무원 고우철 소방장 등 37명은 매달 40여 시간에서 160여 시간까지 초과근무를 하고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받지 못했던 수당에 대해 2009년 제주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난해 5월에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제주도가 수당을 지급하기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소송인단 37명과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509명까지 포함해 미지급분 130여억 원을 돌려받게 됐다.
이에 소송인단 중 34명은 어렵게 찾은 수당을 뜻 깊은데 쓰기로 결정하고 17일 아름다운 가게를 찾았다. 아름다운 가게는 이들의 뜻에 따라 이 성금을 제주도 내 소외계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교육비와 의료비, 정서치료를 위한 상담 및 교육프로그램에 사용할 계획이다.
소송인단 고우철 대표(서귀포소방서 동홍119센터)는 “소송을 시작할 당시 오해를 받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어려웠지만 ‘만약 승소하면 우리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웃에게 도움을 주자’는 의견이 나와 공유했다”며 기부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소송 제기 후 3년이 지나도 함께했던 이들이 초심이 변하지 않았다”며 “바람직하게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 제주지역 김국주 공동대표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현장을 마다 않고 시민들을 지켜온 소방공무원 여러분의 소중한 수당으로 이렇게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에 다시 한 번 감동했다”며 “이 기부금을 밑거름으로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튼튼한 희망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