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크리스마스) 이브날인 24일. 전국적으로 솔로인 남자와 여자가 대규모 미팅을 하는 일명 ‘솔로대첩’이 벌어진다. 제주에서도 한 젊은 청년에 의해 이벤트가 진행된다.
솔로대첩은 지난달 초 페이스북 페이지 ‘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님연시)가 ‘X-mas 솔로대첩’이란 이름의 이벤트 페이지를 오픈하면서 알려졌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3시에 짝이 없는 솔로들이 서울 여의도 공원에 모여 게릴라 미팅을 여는 것이다. 공원에 모인 남녀는 양쪽으로 대기하다가 진행자가 신호를 보내면 마음에 드는 이성을 향해 달려가 손을 잡으면 된다.
이 행사는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돼 전국 각 지방에서도 열리고 있다. 제주에서도 한 젊은 청년의 제안으로 ‘제주솔로대첩’이란 이름으로 진행된다.
‘제주솔로대첩’을 제안한 이는 현승환(25)씨. 시설관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평범한 청년이다. 3남1녀의 형제들 속에 재미있게 살았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식구들과 떨어져 살면서 그는 혼자가 됐다. “혼자 지내는 게 많이 힘들더군요” 현씨는 그렇게 말했다.
올 크리스마스도 쓸쓸히 혼자 지낸다고 생각해서일까. 그는 11월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주솔로대첩’ 이벤트를 제안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이번 솔로대첩이란 게 생기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는 또 다른 문화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ㅎ)”며 “전국에서 하는데 제주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이벤트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짚신도 짝이 있다고 했을까? 그는 이벤트를 진행하던 중 이달 7일에 ‘짝’이 생겼다. 솔로를 탈출한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제안한 이벤트를 중단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해 이벤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처음부터 진행자로서만 행사를 주관하고 참여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며 “님연시 측이 솔로대첩 제주본부를 따로 정하면서 중단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미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이 참여의사를 밝힌 터라 약속을 지켜야 했다”고 밝혔다.
당초 ‘제주솔로대첩’은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탑동광장을 사용하려면 제주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그는 신산공원을 선택했다.
하지만 신산공원도 이벤트를 개최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을 현씨는 몰랐다. 그렇다고 제주시가 이를 제지할 마땅한 제지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현씨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공간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제주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도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벤트 참가자들도 공원 이용자로 볼 수밖에 없다. 시설물이 훼손되지 않는 등 큰 문제가 없으면 될 것 같다”며 여의도공원 측과는 달리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제주지방경찰청도 “참가비를 받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시설물도 설치하지 않고 음향시설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집회신고의 성격이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도 이벤트에서의 안전문제가 중요했다. 남자와 여자가 엉키다보면 성추행이나 안전사고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우려한 현씨는 “안전요원을 지원받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에서도 경찰관들이 지원 나온다고 했다. 안전요원과 경찰관들이 지켜보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자신했다. 제주지방경찰청도 “참석인원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지역인 동부경찰서 경찰관들과 정보과 형사들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솔로대첩’이 이성간의 만남이다보니 참석자의 성비율도 중요하다. 한쪽이 너무 많으면 짝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현씨도 이러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아무래도 남자의 비율이 높을 것 같다. 나름대로 여성분들을 위한 미용실 할인쿠폰을 증정키로 했다. 이 사은품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웃으며(ㅋ) 답했다. 23일 오전 11시 현재 '제주솔로대첩'엔 72명이 참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현씨는 오후 7시30분에 열기로 했다. 그는 “이날이 평일이고 오후 3시에는 아무래도 직장인들은 참여하지 못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시간을 다른 곳과 달리 오후 늦게 맞췄다”고 했다.
그는 “청년들이 사회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또 하나의 방법이자 즐거운 축제다. 부정적인 시선보다 좋은 시선을 보내줬으면 한다”며 “이번 계기로 매년 열릴 듯한 느낌이 든다(ㅎ)”고 성원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