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월읍 하가리의 더럭분교 전경 얼마 전 일이다.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마을의 대표경관인 연화못 앞의 카페가 '더럭'과 '연화못' 이름을 특허등록했다. '더럭'은 상.하가리 2개 마을을 아우르는 마을의 고유명칭이다. 600~700년 전 설촌(設村) 이래 마을의 역사를 간직한 이름이기도 하다. 이 일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구르는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형국”이라며 법적 대응은 물론 현수막 게시, 항의 집회 등을 벌이며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마을과 카페 주인간 협의를 통해 일부 이름을 빼고 주요 상호.이름을 마을로 이관시키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같은 일은 앞으로 제주의 어느 곳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제주의 전통적인 문화 가치가 도시적 가치, 개발 논리와 만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예라는 점에서 해프닝 이상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수백년 된 마을의 이름과 고유지명에 대해 특허등록을 한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탐욕의 발로라고 생각된다. 반면 늘 빈틈을 노리는 자본과 개발의 논리에서 보면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는 빈 구석이나 기회로 여겨질 것이다. 국제정치학자인 새무얼 헌팅턴(Samuel P. Hu
▲ 영화 <삼국지> 포스터 500여년이 넘도록 아시아의 고전으로 불리는 명(明)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는 ‘천하의 대세란 본래 갈라지면 하나로 합쳐지고, 합쳐지면 또 갈라지는 것(天下大勢, 分久必合,合久必分)이란 명문장으로 시작한다. 그 <삼국지연의>의 시발점이 되는 서기 168년, 13세의 나이로 즉위한 영제(靈帝)는 평생을 환관들의 영향 속에 살았다. 선대 환제(桓帝) 때 부터 황제를 모신 열 명의 내시들은 그 시절 한 몸처럼 움직이며 정권을 농단했다. 남조의 송나라 범엽이 쓴 기전체 역사서인 <후한서>와 나관중이 쓴 장편소설 <삼국지연의>에 이들을 ‘십상시’(十常侍)라고 기록한다. 10명의 상시, 즉 환관들이다. 후한의 문신 장균(張鈞)이 영제에게 올린 상소에 처음 이 말을 썼다. 후한은 어린 황제가 즉위, 환관이 권력을 장악할 때가 많았다. 권력마저 세니 녹봉 2,000석을 받는 중상시, 즉 환관이 되는 자가 많았다. 역사서 <후한서>(後漢書)에는 십상시들이 많은 봉토를 거느리고 그들의 부모형제는 모두 높은 관직에 올라 그 위세가 가히 대단하였다고
▲ 2015년 시군구별 표준지공시지가 변동률 제주에 내려와 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고향도 아니다. 더구나 만나는 사람도 별로 없는지라 제주에 대해 이야기할라 치면 조심스럽다. 경치가 좋다거나 바람이 많이 분다거나 하는 말 외에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이 살다보면 자연스레 느껴지는 것이 있다. 일천한 경험 속에도 몸으로 배우는 것이 있다. 제주는 그런 측면에서 외지인에게 새로운 경험과 색다른 느낌을 준다. 1990년대 386세대로 살았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른채 사회가 변해가는 상황을 쫒아가기에 급급했다. 그에 비하면 요즘 제주의 하루하루는 예전보다 조금은 방향이 보이는듯 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달새 단편적으로 튀어나오는 경제소식을 조금씩 따라가다 보니 제주의 현상은 놀라움과 초조함의 연속이다. 얼마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제주의 2015년 경제성장률을 7.4%로 예측했다. 혹시 잘못된 수치가 아닐까 싶어 되짚어보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로 떨어진 것이 전세계적인 관심이 되려니와 대한민국에서 언감생심 7%성장이라면 MB가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운 7% 성장이라는
그는 말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 역시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재임할 땐 그러지 않았는데 ···.” 지난해 말 우연히 전임 지사 중 한 사람과 점심 자리를 같이 했다. 화두는 연말 불거진 제주도정과 의회 간 ‘예산전쟁’이었다. 그와 필자 역시 도와 의회가 마치 힘겨루기라도 하듯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기싸움 하는 양상이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팽팽하던 기싸움은 연말을 지나 연초로 넘어가며 봄 눈 녹듯 사라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우여곡절을 거쳐 ‘조기 추경’으로 가닥을 잡아가더니 시각차로 입씨름이 있는 듯 했지만 그래도 도정이 ‘응급복구’ 예산을 의회에 들이미는 데 까진 갔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돌연 ‘원희룡 지사의 중앙 인터넷언론 인터뷰 발언’이 의회의 심기를 건드렸다. ‘설 이전 예산통과’는 이렇게 물 건너갔다. 이해한다. 솔직히 필자가 봐도 원 지사의 발언은 거칠었다. 하지만 언론에 몸 담은 처지에서 <머니투데이> 기사를 찬찬히 훑어보면 원 지사의
▲ 업무추진비, 여비 집행 행태 개선을 위한 혁신 토론회 모습 시동을 걸던 원희룡 지사의 2015년 '정공 드라이브'가 급물살을 타며 가시화되고 있다. 도의회와의 예산전쟁을 통해 '원칙론'을 강조하던 원 지사가 방향 선회와 함께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이 맞춘 방향은 대 언론과 공직 내부다. 본격적인 개혁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혁신'의 전선중 주요 축에 언론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사뭇 긴장되는 대목이다. 즉각적인 언론정책의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프레임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원 지사는 2015년 큰 결심을 한 듯 싶다. 그간 원 지사는 의회와의 관계에서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도정의 변화를 추구했으나 이를 도민에 전달하는 전령인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도내 대부분의 언론들은 '도와 의회와의 갈등'이라는 이분법의 프레임 안에 모든 현상을 담으려 했다. 그 안에서 줄타기를 하며 '양비론'의 논리를 폈다. 원 도정의 입장에서는 못마땅한 부분이다. 이를 의식한 듯 원 지사는 9일 주간정책회의에서 "사실이 해명이 됐음에도 의회에서 문제가 제기됐다는 것만으로 대문짝 만하게 기사제목으로 나가면서 도
▲ 양성철 <제이누리> 발행.편집인 28살의 청춘이었다. 아내는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해군사관학교를 64기로 나와 장교로 복무하며 어엿한 대위 계급장을 달았다. 제주방어사령부 정훈과장이란 보직을 받아 제주에 내려온 지도 근 한 달. 한 달 만에 그 청춘은 비상출동 명령으로 서귀포로 향했다. 8년여를 끌어오는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현장. 기지조성 공사가 한창이건만 군 관사 공사현장 앞을 차지한 농성천막장이 ‘과제’였다. 그로선 국방부와 해군본부의 명을 받은 처지. 지난달 31일 국방부 장관 명의의 행정대집행 계획에 따라 오전부터 그는 서귀포 강정마을 현장을 지켰다. 100여명의 용역 등 1000여명의 인력이 동원돼 ‘해군기지 반대’를 외치던 농성천막과 망루는 모두 철거됐다. 고단했다. 해군장교로서 소임을 다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늦은 시각 그는 서귀포의 한 모텔에 투숙했다. 하지만 그 숙소가 그가 마지막을 맞이할 운명의 장소인지는 그도 몰랐다. ▲ 해군의 의뢰를 받은 용역들이 철거 대상인 소형버스의 창문을 망치로 깨부수고 있다./뉴시스 야심한 새벽 무렵 잠시 바람이라도 쐴 겸 그
▲ 이재근/ 제이누리 논설실장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이 출구를 닫아버린 것 같아 걱정이다. 옥쇄(玉碎)라도 하려는 것인지 퇴로를 스스로 차단하는 행보가 아쉽다 못해 걱정이다. 도정을 보는 시각을 좁히더니 스스로를 코너에 몰고 있는 느낌이어서 정말 걱정이다. 구 의장은 15일 제주도의 도의회 사무처장 인사에 대한 수용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지방자치법 위반은 물론 "인사횡포를 자행했다" 며 분노를 표시했다. 이 말대로라면 도의 일방통행식 의사소통이 문제라는 정당한 비판쯤으로 들어볼 만 했다. 이유있는 항변이라는 생각도 들만했다. 2시간후 제주도로부터 반박 성명이 나오기까지다. 도의 반박성명은 인사 협의차 도 의회를 방문했지만 구 의장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요지다. 여기까지는 도나 의회의 설명이 일치한다. 그런데 도가 공개한 다음 내용은 뜻밖이다. 현 도의회 사무처장을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으로 이동시키거나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면 유임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도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구 의장이 발표한 내용과 다소 다를 수 있다. 사실의 진위 여부와 별도로 기획조정실장으로 보내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굳이 '인사전쟁'이라 부를 사안이 아니라는 생
▲ <인디언, 영혼의 노래> 책 표지 <인디언, 영혼의 노래>란 책이 있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과 줄리아 M. 시튼 부부의 저작이다. 1937년에 초판이 나왔다. 부부는 인류학자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은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박물학자였고, 줄리아 M. 시튼은 미국의 인디언 연구가다. 7명의 인디언과 7명의 백인 도움을 얻어 인디언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기록을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책은 주목할 만한 진술을 전한다. “백인의 문화와 문명은 본질적으로 물질적인 것이다. 그들은 ‘얼마나 많은 부를 가지고 있는가’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다. 인디언의 문화는 본질적으로 정신적인 것이다. 그들은 ‘동족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가’로 성공의 기준을 삼는다. 그들의 사는 방식, 사고, 모든 행위에는 정신적인 의미가 들어 있으며 정신적 세계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행해진다.” 정신세계에 주목하는 인디언들의 삶은 인터넷과 각종 SNS에 많이 퍼진 ‘말 달리던 인디언 이야기’로도 짐작할 수 있다.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
▲ 예산안 본회의에서 도의 입장을 밝히는 원희룡 제주지사 제주도의회의 예산 대폭삭감에 대해 원 지사는 담담하게 수용했다.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줄만큼 주고 본인이 원하는 바를 얻었다는 입장이 느껴진다. 구성지 도의회 의장의 '협치예산' 제안으로 촉발된 제주도와 도의회 간의 예산갈등이 일단 막을 내렸다. 수많은 논란을 야기시켰지만 예산안은 통과됐고 가장 우려했던 '준예산'사태는 막았다. 1682억원이라는 '분노의 칼질'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담담하게 받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원 지사는 비상체제로 도정을 운영할 지언정 의회의 ‘예산 증액 관행’이라는 대마를 살려주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예산 대폭삭감의 대가로 도의회가 예산 증액을 포기한 상황에서 도가 ‘재의’등 다른 협상카드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준예산 편성이라는 파국도 없이 법적인 힘을 빌지도 않은 채 소정의 목표는 달성됐다. 어찌보면 추후 추경예산 확보를 통해 필요한 예산은 확보가 가능하겠지만 ‘예산증액 관행의 중단’이라는 전례를 되돌리기는 어려워 진 것이다. 기존의 관행을 어떻게든 유지해보려는 도의회의 다양한 시
제주도정과 도의회간의 갈등이 해를 넘기기 전에 충돌할 모양이다. 마치 연말을 앞두고 해묵은 갈등을 해소라도 하려는 듯 작심하고 포문을 열고 포를 쏘기 시작했다. 전면전도 불사할 태세다. 전초전은 할만큼 했으니 본 게임에 돌입하자는 입장이다. 한치의 양보도 없을 뿐 아니라 자칫 중앙정치무대나 사법당국으로 확전도 불사할 태세다. 십수년이래 처음으로 나라예산이 법정기한 내에 합의에 이른 만큼 제주 역시 약간의 '밀당'은 있어도 그리 큰 문제가 되랴 싶었다. 오판이었다. 본 게임이 이제 시작됐다. 몇 개월간 오고가던 명분쌓기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예산문제가 양측의 본무대가 된 것이다. 헌데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다분히 예정된 과정을 지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의도된 수순대로 가는 느낌이다. 중앙정치 경험의 힘인가 아니면 영민함의 결과물인가. 혹은 어쩌다…? 의회는 그동안 여러 차례 냉혹한 예산심의를 하겠노라며 원희룡 도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때마다 언급했다. 특히 협치예산의 명목으로 도에 예산협의를 제의했을 때 도가 보여준 냉정하다 못해 싸늘한 거절에 대해 잊지 않겠노라며 ‘무단통치’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까
술 자리나 토론 중에 피해야 하는 주제중 대표적인 경우가 정치와 종교다. 각자의 입장이 명확할 경우 결코 합의나 타협을 이뤄내기 쉽지 않은 때문이다. 선거 때 부모 자식간이나 친구 사이에 지지자와 정당이 달라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여기에 종교적인 문제가 덧붙여지면 그것은 거의 파국에 가깝다. 전세계 최대 갈등은 아직도 종교문제가 그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어떤 위정자든 일방적인 종교 편향성을 보이면 그 역풍의 크기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종교지도자와의 간담회는 여느 정권 초기에도 늘 빠지지 않는 행사이기도 하다. 역사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돼야 한다는 많은 교훈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우리 정치에서도 본의 아니게 종교적 색채를 띤 지도자의 행태가 두고두고 비판에 직면한 경우도 있다. 가장 가깝게 지난 MB정부 시절 소망교회는 한국정치의 핵으로 떠올랐다. 또 보수목사들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신의 이름으로 수 없이 많은 독설을 양산,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심지어 사회적 갈등의 온상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기독교인 지도자를 지켜야한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반면, 원희룡 지사의 대(對)종교 행보
제주 경제가 달리고 있다. 활황세가 무섭다. 감으로만 느끼던 변화의 바람이 수치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 어떻게 될 지, 언제까지 갈지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이미 본격적인 이륙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최근 발표된 제주의 경제 수치를 보면 그 체감온도는 뜨겁다. 제주 부동산의 고공행진은 토지는 물론 주택,아파트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제주지역 부동산 시장의 주요 특징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가격이 상승율은 2010년 부터 올 10월까지 전국 평균인 11.1%에 비해 3배 높은 33.7%에 이르렀다. 아파트 거래 회전율도 전국의 7.3%보다 높은 8.2%를 기록하며 주택매매 가격 상승과 거래를 이끌었다. ▲ 지난해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인구 60만 시대 선언 행사. [제이누리DB] 이 뿐이 아니다. 토지의 지가상승률은 2011년 이후 지속, 그 상승폭은 더 커지고 있다. 올해만 들어서도 9월까지 전국평균 지가상승률이 1.3%p인데 비해 제주는 2.7%를 기록하며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소비 및 투자도 증가세를 보이면서 부진했던 건설투자도 성장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