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두스 황제와 노예검투사 막시무스는 AD 180년 어느날 로마의 콜로세움 경기장 한복판에 서서 수만명의 군중 앞에서 칼을 뽑아 들고 최후의 결투를 벌인다. 결국 두 사람은 그곳에서 죽음을 맞는다. ‘어쩌다가’ 두 사람이 그날 그곳에서 그렇게 맞서고 그렇게 죽게 됐을까. 누구 탓일까. 대중예술에서 극작가와 감독의 시선은 주인공 편향적이고 선악善惡 대결구도에 맞춰져야 한다. 영웅은 절대선이어야 하고, 빌런은 절대악이어야 한다. 막시무스는 강직하고 사심 없고 당당하다. 반면 코모두스는 무능하고 욕심 많고 사악하기 짝이 없다. 막시무스뿐만 아니라 관객 모두의 ‘공공의 적’으로 자리매김한다. 코모두스를 향한 막시무스의 사무친 원한에 모든 관객이 공감한다. 코모두스를 죽이기 전에는 눈을 감을 수 없는 복수심도 수긍이 간다. 막시무스가 아버지처럼 모셨던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살해하고 자신의 처자식마저 불태워 죽인 원수가 코모두스이기 때문이다. 억울하게 죽은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내 처자식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 카메라도 막시무스의 영웅적인 전투와 일편단심 로마와 황제를 향한 충절, 그리고 막시무스의 아내와 아들이 나무에 매달려 불타 죽은 모습에 막시무스가 처절하게 절규하는
민간 주도 경제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고강도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부실하고 방만하기 짝이 없는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가 나오자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혁신의 방향을 제시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과하게 넓은 사무공간을 축소하고, 호화 청사도 매각해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지 않나” “고연봉 임원의 경우 스스로 반납하고, 과도한 복지 제도도 축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기관 청사 현황에 대한 전수 조사가 시작됐다. 청사 부지 면적과 연면적, 기관장 집무실 및 부속실, 접견실과 전체 사무공간 면적 등등. 대통령실에 따르면 현재 공공기관 수는 350개, 인력은 약 44만명이다. 예산은 국가 예산의 1.3배인 761조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 공공기관은 29개, 인력은 11만5000명 늘었다. 인건비는 7조4000억원, 부채는 84조원 불어났다. 공공기관 임직원 수가 급증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정부) 주도 성장을 추진하면서 세금으로 손쉽게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공공기관들의 조
다음은 2020년 9월 방송된 KBS 요양병원 고발 리포트의 한 장면이다.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해져서 요양병원에 입원하기로 한 날 아침, 할아버지는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족들과 함께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 흐른다. 가족들이 노인을 돌보기 어려워 끝이 뻔히 보이는데도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현대판 고려장’의 모습이다. “죽으러 가는 기분이야. 동네 사람들 중에 요양병원 갔다가 돌아온 사람, 아무도 없어.”라며 눈을 감는 할아버지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진다. 서울에 사는 이 모 할머니(82·여)는 6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했고,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할머니는 병세가 악화되어 여기에서 5년 반 동안 지내다가 최근 들어 비용이 저렴한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제는 거동이 불가능하고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와상환자'가 되었다. 요양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할머니는 이제 삶을 포기하신 듯, 밤이나 낮이나 주무시기만 하신다. 이 할머니처럼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5년 이상을 보내다 숨진 노인이 10년간(2007-2016)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죽음에서 살아 돌아와 로마의 심장 콜로세움에 노예검투사로 등장한 막시무스는 한순간에 코모두스 황제를 정치적 곤경에 빠트린다. 코모두스는 황제의 권능으로 노예검투사 하나쯤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만 그것이 간단치 않다. 권력이란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각배와 같은 것이다. 뒤집어지는 바다에서는 항공모함도 견딜 수 없다. 죽은 줄만 알았던 막시무스가 등장하자 잔잔하던 바다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권력을 받치고 있는 원로원에도 거친 파도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코모두스가 못마땅했던 로마시민들과 원로원 의원들, 그리고 루실라 공주의 마음에 불을 지른다. 노예 검투사 하나를 처형해버리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것이 시민들이 열광하는 노예검투사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마도 민심의 바다가 뒤집힐 것이다. 헌법 위에 있는 것이 ‘국민정서법’이다. ‘절대적’으로 보였던 역사상 수많은 권력들이 그렇게 무너졌다. ‘절대권력’이란 없다. 교도소장도 수감자들이 뭔가 빈정 상해서 모두 들고 일어나면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 ‘국민정서법’에 걸리지 않고 막시무스를 제거해야 한다. 코모두스가 찾아낸 방법은 ‘결투’다. 무릎을 탁 칠 만한 아이디어이다. 아직 로마에 ‘결투’라는 제도가 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5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차이는 0.00〜0.25%포인트로 좁혀졌다. 미국이 7월에 빅스텝(0.5%포인트 인상)만 해도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다. 한미간 금리 역전이 현실화하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품 가격이 올라 국내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기 전에 한국은행도 올려 금리차를 벌려야 한다. 시장에서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물가를 잡고 한미 간 금리역전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금리인상은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겨 차주(借主)의 이자 부담을 늘린다. 3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59조4000억원.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웃도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물가상승·금리인상·집값하락 등 3대 충격이 동시에 발생하면 대출금 연체율이 높아질 것이다. 대출금리 상승이 본격화하기 전에 청년과 저소득층,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대출에 대한 안전판을 강구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낮추
2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나를 따라 한국행을 택하셨다. ‘아이들을 돌봐주시면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아버지의 꿈을 이루어 드리고 싶다’는 아들의 부탁으로 미국에 가신 지 17년만이었다. 비록 아들 때문에 부득이 가게 된 미국이지만, 아버지는 신기하게도 그곳을 참 좋아하셨다. ‘미국에서는 모든 것을 정반대로 하면 된다!’하시면서 문화충격에도 불편보다는 재미를 느끼셨다. 동서남북을 서동북남이라하면 되듯이, 미국에 대한 아버지의 이해는 그곳 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윤활유가 되었다. 늘그막에는 아무것도 보탠 게 없는 나에게 ‘용돈까지 주는 나라’라면서, 부디 미국을 축복해 달라는 기도를 하셨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미국생활이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자식 때문에 그 가슴 뛰는 대포바당 물질도, 그 아까운 한라산 고사리도 다 뒤로 하고, 생판 모르는 이국땅에 강제로 옮겨진 보릿자루 같았다.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봉제공장, 건물청소 등에서 소일거리를 찾았다. 제주도 할망의 부지런으로, 길가의 공터에 호박을 심고 배추도 키워서는 이웃 할머니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셨다. 자식들이 걱정하거나 미안해할까 싶어서, 늘상 씩씩하고 담대하게 미국 생활을 지탱하셨다
막시무스의 등장으로 촉발된 코모두스 황제의 정치적 위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머리 좋은 책사 팔코 의원의 계략에 따라 로마 북부군과 원로원, 누이 루실라까지 가담한 쿠데타 음모를 겨우 막아내지만, 바람이 멈추지 않는 한 파도는 계속 밀려올 수밖에 없다. 아버지를 죽이고 황제 자리를 찬탈한 코모두스. 이제 어느 파도에 그의 배가 뒤집힐지 알 수 없다. 파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이고, 바람은 곧 민심이다. 콜로세움에 모인 군중들의 목소리가 민심을 대변한다면 민심이라는 바람은 이미 그에게서 돌아선 것이 분명하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명쾌하게 정리한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한시외전(韓詩外傳)」은 권력과 민심의 단순명쾌한 관계를 이렇게 규정한다. “임금은 백성이 함께하면 편안하고, 백성이 도와주면 강해진다. 그러나 백성이 얼굴을 돌리면 위태로워지고, 백성이 등을 돌리면 끝이다(百姓與之卽安 輔之則强 非之則危 背之則亡).” 민심을 얻으면 모든 걸 얻을 수 있고 민심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뜻이다. 지금 코모두스를 향한 로마의 민심은 얼굴을 돌리고 있는 듯하다. 지금이야 얼굴 정도지만, 언젠가는 완전히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 이럴 땐 무슨 수를 써야만 한다.
산업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 원재료 중 하나는 철강이다. 공업의 '식량'으로 간주된다. 특히 중국의 철강산업은 그간 큰 성장세를 거듭했다. 글로벌 점유율도 높이고 영향력을 키운 바 있다. 2020년 중국 철강 생산량은 총 11억6000만 톤이다. 세계 철강 생산량의 57% 비중을 차지1)하고 있다.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다. 철강산업은 ‘탄소중립(碳中和)' '탄소피크(碳达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질적·감량화 발전을 촉진해야 할 필요가 절박한 위기 산업이다. 치열한 산업경쟁 환경 속에서 지속성장의 엔진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의 무한 경쟁 체제 속에서 성장이 지속되어야 하고 그 성장 속에서 온실가스는 저감해야 하는 극한의 시장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신규시장 창출과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해법이 '부유식해상풍력발전'이다. 울산 부유식해상풍력발전 9.2GW가 성공적으로 완공되면 약 404만8000Ton의 강재가 소화되고, 온실가스는 매년 1837만4976tCO2eq이 저감된다. '부유식해상풍력발전'은 전력 판매 사업 분야와 발전을 위한 주요 기자재와 서비스를 창출해 납품하는 산업 분야로 크게 나눌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상황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잇따랐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낮췄다. 반면 OECD 회원국 평균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예상했던 4.4%의 두배인 8.8%로 높였다. 세계은행은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예고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했던 50년 전 오일쇼크 때와 유사한 충격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다. OECD가 수정 전망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7%로 세계 경제 성장률보다 낮다. OECD는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도 기존(2.1%)의 두배를 넘는 4.8%로 높였다.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방아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당겼다. 미중 신냉전과 코로나19 사태로 교란된 글로벌 공급망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와해되다시피 했다. 국제유가 등 에너지와 각종 원자재, 곡물과 비료까지 가격이 급등하며 197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심각한 사태에 직면했다. 세계은행은 저성장 고물가 상황이 짧아도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선진국과 신흥국, 실물경제 전 분야에서 동시에 진
지구온난화 때문에 재생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수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부문이 우선 떠오른다. 하지만 눈을 돌려볼 분야가 있다. 해상풍력이다. 해상풍력은 설치면적에 대한 제약조건이 비교적 자유로워 확대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연간 발전 생산·소비량을 500TWh다. 이로 본다면 생산이 가능한 물리적인 여건을 우선 살펴보고 실현 가능한 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와 그로 인한 편익이 너무 크기 때문에 강력한 국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에서 우리가 주목할 분야가 있다. 발전생산량과 연속대량생산이 가능한 산업적/상업적 측면에서 단연코 '부유식해상풍력발전' 분야다. 부유식해상풍력발전은 그 기술이 꾸준히 발전, 상업화에 임박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주력인 조선·해양플랜트 산업과 같이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주도하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 이를선도하는 지역이 있다. 2018년부터 울산광역시를 중심으로 부유식해상풍력발전사업 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현재 약 6.2GW의 발전사업허가를 획득했다. 개발행위허가 등을 순조롭게 마치게 되면, 신규 발전원으로서 기존 발전원과 동등하게 한
미국에서는 노인이 아파서 병원에 들어갔는데 치료가 여의치 않으면, 그 다음 행선지가 대부분 요양원이 된다. 집으로 돌아올 경우 전적으로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생활이란 게 한국에서처럼 며느리나 딸이 가정에서 부모를 모시면서 병간호를 하는 게 여의치 않은 구조다. 낯선 이국땅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시간표에 따라 주어진 역할을 기계처럼 수행해 내야 하는, 그야말로 심신이 모두 예약되어 있는 긴장상태다. 나의 시간과 마음을 빼내어 다른 가족을 돌봐 줄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고향에서 친척이나 지인들이 방문 소식을 보내올 때, 처음에는 그렇게도 가슴 설레게 반가운 마음이, 차츰차츰 시간 내기조차 어려운 부담으로 변해 갈까. 아니, 돌아보면 어느새 우리나라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회가 되어 있기는 하다. 환갑을 넘기신 나이에 삶의 터전을 옮기신 아버지는, 의외로 미국 생활에 적응을 잘 하셨다. ‘1달러’면 살 수 있다는 볼티모어시 다운타운의 낡은 건물들을 돌아보면서,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드러내실 만큼 도전적이기도 하셨다. 드넓은 땅과 무한한 일거리들이 아버지의 가슴을 뛰게 하는 나라였다. 영어의 알파
아버지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죽이고 ‘셀프 황제’ 자리에 올라 돌아온 코모두스를 맞은 로마의 ‘민심民心’은 변덕이 죽 끓듯 한다. 민심은 천심(天心)이라는데, 민심이 그리도 변덕스러운 것이라면 천심도 그렇게 변덕스러운 것인가 보다. 로마로 입성하는 코모두스를 시민들은 침묵 속에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못마땅한 얼굴로 맞는다. 찬바람이 싸하다. 그랬던 로마 시민들은 코모두스 황제가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폐지해버렸던 콜로세움 검투경기를 부활시켜 신나는 ‘즐길거리’를 제공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을 펴고 환호한다. 손을 흔들며 콜로세움 경기장에 입장하는 코모두스를 향해 야유 대신 환호를 보낸다. 능라도 경기장에 입장하는 김정은을 향해 열광하는 평양시민들의 모습이다. 찬바람은 그렇게 봄바람으로 바뀐다. 눈 녹듯 녹은 민심 덕분에 자리를 잡을 것 같았던 코모두스의 치세는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검투 노예’ 막시무스 한명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뒤집힌다. 그러자 봄바람으로 변했던 민심이 찬바람을 넘어 광풍으로 돌변한다. 황제에게 열광했던 시민들이 한순간에 변해서 황제를 죽이러 돌아온 막시무스에게 열광한다. 그러나 코모두스의 몰락을 갈망하던 ‘민심’도 잠시뿐이다. 정작 코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