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리 차례다. 반드시 학교를 지켜내겠다."
학생 수 부족으로 통폐합 위기에 처했던 제주지역 농산어촌 소규모 초등학교들의 운명이 가까스로 연장됐다. 이제 각 마을에서는 연장된 유예기간 동안 학생 수를 늘려야 한다. 그만큼 공을 넘겨받은 마을 주민들의 의지도 당차다.
각 마을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 수 늘리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분명히 학교를 유지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한 묘책은 무엇일까?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문석호)는 4일 수산·풍천·가파초 등 3개 초등학교를 내년 3월부터 분교장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 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진통 끝에 대안 의결했다.
교육위는 수산·풍천초는 2015년 3월 1일자로 통폐합할 수 있으며, 가파초는 같은 날 분교장으로 개편할 수 있다는 경과규정을 두는 부칙으로 수정했다. 교육위는 이날 이례적으로 ‘대안’을 제시해 가결 처리했다.
교육위는 내년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수산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31명, 풍천초등학교는 29명 이하로 줄어들 경우 그 해 통폐합 할 수 있으며, 가파초는 학생 수가 5명 이하로 줄어들 경우 그 해 분교장으로 개편할 수 있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
이제 공은 마을로 넘어갔다. 작은 학교 살리기 대책위원장인 각 마을리장들은 모두 자신감을 나타내며 ‘본교 사수’를 외치고 있다.
가파리(리장 진명환)는 학생 유치가 쉽지 않다. 지역이 좁고 인프라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을 늘려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과제다.
때문에 가파리는 단순히 주민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하는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을 내놓고 있다. 일자리가 있으면 정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 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계산이다.
이미 내년에 가파도 출신의 1가족이 들어오기로 돼 있다. 자녀 2명이 있다. 1명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고, 1명은 병설 유치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기에 가파도 현지에 살고 있는 어린이 2명이 내년 입학 예정이다. 그리 되면 내년에는 학생 수가 모두 8명이 된다.
진명환 가파리장은 “그 동안 국토 최남단에 있는 초등학교이기 때문에 ‘설마 폐교까지 갈까’라는 안이한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위기에 몰리자 마을 주민들이 합심했다”며 “관광객도 크게 늘어나 관광센터도 만드는 등 각종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지에서 오는 분들이 가파도에 오래 정착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드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도 일자리가 있다면 돌아오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본교 사수를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수산1·2리는 이미 줄어드는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빈집 4채를 정비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4가구를 유치했다. 내년에는 마을 예산과 행정 예산을 지원받아 임대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내년에는 빈집 수리로 부산에서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가족이 들어올 예정이다. 지금도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을회 예산으로 학교에서 중국어 교육을 하고 있다. 다른 학교와 차별을 둬 특성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산1리 김석범 리장은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마을주민들은 이미 의기투합해 학교살리기에 나선 터”라며 “임대주택을 지을 부지까지 확보하고, 마을 예산도 배정했다. 행정 예산만 확보되면 곧바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만 있으면 오겠다는 외지인들이 많다. 빈집 정비를 위한 추가 예산도 확보해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며 “분명히 학교도 살리고 예전의 수산초등학교를 만들어 낼 것이다. 두고 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풍리 주민들도 역시 주민들을 유입시킨다는 복안을 내놨다. 폐교 계획이 철회된다면 빈집을 수리하거나 임대주택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풍천초가 올해 학력향상 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해 교육환경이 좋다는 소문이 나 육지부에서 2가구가 집만 있고 본교가 유지된다면 내려오겠다고 했다. 학생 4명이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주민들을 유입시키는 것은 한시적이라고 판단, 혁신학교를 만들려 하고 있다. 농산어촌 학교로 학생들을 유학시킬 수 있도록 공부하는 분위기로 바꾸려는 것이다.
신풍리 김영선 리장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의 의견은 하나다. 본교가 유지된다면 곧바로 사업을 확정해 추진할 것”이라며 “이미 마을에 들어와 정착한 육지부 출신 주민의 권유로 2가구가 들어오겠다고 했다. 계속해서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풍천초 출신의 청년들에게도 자녀들을 모교로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주민들이 반드시 학교를 살려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