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제주동부경찰서 중앙지구대.
환갑을 넘긴 한 노인의 얼굴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재일동포 홍모(61)씨. 사연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6살이 되던 1977년 그는 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떠나 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홍씨의 아버지는 몇해만에 세상을 떠났다. 시간이 흐를 수록 고향이 그리웠다. 친척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고향을 떠난 지 어언 35년여. 환갑을 넘긴 나이까지 되자 세상을 뜨기 전 고향의 친척을 한번은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무작정 고향 제주를 찾았다. 제주에 오면 당연히 만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에서다. 그런데 친척을 찾을 길이 없었다. 친척을 찾을 단서는 이름이 적힌 서신 하나뿐. 게다가 그는 오랜 외국살이로 이제 한국어도 서툴렀다.
그는 ‘혹시 경찰이라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실낱같은 기대감에 지난 23일 중앙지구대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지구대에는 고봉성 경사가 상황근무를 맡고 있었다.
고 경사는 홍씨의 옛 기억을 다 받아 적었다. 그리고는 이곳저곳 수소문했다. 퇴직경찰관에게까지 연락을 하면서 홍씨 친척의 소재지 파악에 나섰다. 고 경사는 불과 1시간도 되지 않아 홍씨가 애타게 찾는 친척의 소재지를 알게 됐다.
고 경사는 홍씨의 친척에게 ‘35년 전에 헤어진 친척이 찾고 있는데 만날 의향을 있느냐’고 묻고는 홍씨와 전화를 연결해 줬다. 고단한 타국살이 설움이 밀려왔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리고 그는 애타게 찾던 친척을 마침내 만났다.
홍씨의 처지에 공감한 한 경찰관의 수고(?) 덕이었다.
홍씨는 고 경사에게 “막연히 파출소를 찾았다. 그런데 사연을 들은 경찰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그렇게 보고 싶던 친척을 찾아낸 게 믿기지 않는다. 너무 고맙다”며 연신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 경사는 “응당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홍씨의 손을 꼭 쥐었다.
제주동부경찰서 김상범 생활안전계장(경감)은 “가족을 찾는 일은 경찰이 당연히 도와야 할 일"이라며 "앞으로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진 가족을 찾는 분들이 있다면 경찰관서를 이용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