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라고 권고하면서 제주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제주에서는 정년 상향이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청년 일자리, 고령층 복지 문제까지 밀접하게 연결된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달 27일 국무총리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법정 정년 상향을 권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인권위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상향된 현실"이라며 "정년 퇴직 이후 발생하는 소득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정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역시 고령화 속도가 전국 평균을 웃도는 지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주도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17%를 넘어섰다. 1인 노인가구 비율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년층 빈곤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제주도내 노인복지 관계자는 "제주는 농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지역이라 평생 일해도 노후 소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정년을 65세까지 보장해야 고령층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달 27일 오후 제주시 네오플 도토리소풍 어린이집 앞에서 도민실천단 출범식을 열었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출범식에서 제주청년 인구 정책 과제를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311/art_17415922050201_68a3cd.jpg)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관광과 서비스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 의존하는 제주에서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가 결국 청년층 일자리 축소와 청년 인구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제주도와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제주 청년통계'에 따르면 제주 청년 인구는 2021년 16만8726명에서 2050년 10만6378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주청년참여기구 소속 청년위원 김모씨(37)는 "이미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데 정년이 늘어나면 청년 고용 시장이 더 좁아질 수 있다"며 "청년과 고령자 모두의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들도 고령 근로자의 장기 근속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신규 채용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제주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숙련된 인력을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인건비 부담이 커져 결국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년 상향이 제주와 같은 지역에서 실효성을 가지려면 정부의 맞춤형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임금피크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같은 유연한 임금 체계 도입과 함께 고령자를 위한 전환 일자리, 청년 고용 지원 방안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도균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지만 제주처럼 청년 고용 기반이 약한 지역에서는 고령자와 청년의 일자리 분배 문제가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제주 실정에 맞는 고령자·청년 일자리 분리 모델 등 지역 맞춤형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 지역의 고령화 문제는 이미 지역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제주 인구 약 70만명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2만명에 달한다. 농업·어업 등 1차 산업 분야에서는 고령 근로자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년 상향 문제는 단순히 중앙정부 차원의 법제 논의에 그칠 수 없는 사안이다. 고령층 생계 대책과 청년 고용, 지역 경제 회복을 동시에 고려한 종합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 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노후 소득 공백을 막자는 정년 연장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미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제주만의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고령자와 청년 모두 상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청년과 고령자 모두를 고려한 맞춤형 고용 대책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 지역 사회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