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명칭에 '무안국제공항'을 추가해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정부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를 두고 일부에서 '무안공항 참사'라고 잘못 표현하고 있다"며 "사고의 공식 명칭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지난 3일 행정안전부에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수정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어 4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는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제주항공'을 완전히 제외했다.
제주도의회 합동분향소에서도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라는 명칭이 사용된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라는 표기가 사용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라는 명칭이 강조되면 제주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명칭 변경 요청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항공기 사고의 명칭에는 통상적으로 항공사명과 편명이 포함된다"며 "명칭 변경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한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도 "사람마다 불리는 명칭이 다른 것 같다"며 "국토부에서 이야기한 명칭대로 표현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2013년 '아시아나항공 214편 추락사고'나 일본의 '일본항공 123편 추락사고'처럼 항공기 사고는 일반적으로 항공사명과 편명을 포함해 명명된다.
제주항공은 제주 출신 애경그룹 창업주의 주도 아래 애경그룹이 75%, 도가 25%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됐다. 그러나 이후 도의 지분은 3%로 축소됐다. 제주항공은 사실상 민간항공사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민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제주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인 만큼 도가 안전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다했어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또 도가 제주 이미지 보호를 이유로 무안을 앞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고 초기 도는 명칭 변경이나 브랜드 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희생자 지원과 수습에만 집중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 명칭 변경 요청을 했으나 이 과정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명칭 변경 요청이 지역 혐오나 희생자들의 트라우마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건한 민간조종사협회 법률위원장은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한 것은 무안공항 사고로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다"며 "제주도가 사고 수습과 함께 브랜드 리스크를 고려한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