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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일상 된 거리지만 소비 줄고 범죄 증가 ... "중국 관광객 의존도 줄여야"

 

"쩌거 쩐머 마이 (이거 얼마예요?)"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에서는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자주 들려왔다. 한 음식점에 들어서자 직원은 자연스럽게 "환잉꽝린(환영합니다)"이라고 인사했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누웨마루 거리가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과 함께 '제주 속의 중국'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거리 곳곳의 음식점과 상점들은 간체자로 표기된 중국어 간판을 내걸고 직원들은 유창한 중국어로 응대하며, 이곳은 마치 중국의 한 거리를 연상케 하는 장소가 됐다. 이제 누웨마루 거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 코스다. 

 

 

누웨마루 거리는 2010년, 제주도가 조성한 차 없는 거리로 처음에는 '제주 로데오 거리' 또는 '바오젠 거리'로 불렸다.

 

2011년 중국 기업 바오젠의 대규모 여행단이 제주를 방문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했고, '바오젠 거리'라는 임시 명칭이 널리 사용됐다. 이후 2017년 도로명 공모를 통해 '누웨마루 거리'라는 공식 명칭이 부여됐다.

 

'누에처럼 생긴 제주의 지형'을 뜻하고 제주의 중심부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제 이 거리는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제주 속의 중국’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누웨마루 거리에는 다양한 음식점과 의류 매장, 술집들이 밀집해 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뼈해장국' 식당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음식 메뉴는 물론 중국어로 된 표기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직원 덕에 중국인 관광객들은 편리함을 느끼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렁리앤진(37)은 "한국 여행 중 음식이 큰 문제였는데 여기서는 중국어로 한국 음식을 안내해줘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연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강모씨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중국어 메뉴와 응대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 수는 팬데믹 이전 대비 116%로 회복했으나 1인당 소비액은 56.4% 감소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비중은 2019년 2분기 37.0%에서 2024년 2분기 16.8%로 크게 줄어들었다.

 

면세점을 중심으로 한 소매업 지출은 더욱 심각한 감소세다. 2019년 전체 소매업 내 면세점 소비 비중은 92.7%였으나 2024년에는 18.7%로 급감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제주 지역 면세점 소비는 2019년 9330억원에서 2023년 116억원으로 80% 가까이 줄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고객 1500명이 입점해도 1인당 31달러에 그친다"며 "코로나 이전의 객단가 100달러와 비교해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전통적인 면세 쇼핑 대신, 중국인 관광객들은 다이소나 편의점에서 간단한 간식과 기념품을 주로 구입하는 추세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면세점 물건은 외면하고 편의점 앞에 김과 라면을 사기 위한 긴 줄이 생긴다"며 기존의 관광 소비 구조가 변하고 있음을 전했다. 

 

 

제주의 관광산업이 지나치게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하고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과의 갈등이 발생하면 사드 배치로 인한 관광객 급감 사태처럼 제주 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일본의 엔저 현상으로 제주 여행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제주 관광의 고비용·불친절 논란이 확산되면서 관심과 선호도가 하락하고 있다. 이는 일본과 동남아시아가 제주의 대체 여행지로 부상하며 제주의 관광 산업에 비상등을 켜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라 범죄율도 증가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외국인 범죄 중 중국인이 피의자인 경우가 약 60%에 달하며 강력 범죄는 두 배로 증가해 지역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무단횡단과 쓰레기 투기 같은 기초 질서 위반도 늘어나며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연동 주민 최모씨(32.여)는 "밤에 거리를 다니기가 무섭다"며 치안을 걱정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도 빈번하다. 한 카페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메뉴 가격을 오해해 언쟁을 벌인 사례, 도로변에서 용변을 보게한 사례, 편의점에서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등의 행위는 주민들과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누웨마루 거리 주변의 교통 혼잡과 환경 오염도 심각한 문제다.

 

관광객이 몰리며 주차 공간 부족과 교통 체증이 이어지고 있다. 쓰레기 투기 문제로 지역 청소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누웨마루 거리 일대는 관광객들이 남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고, 주민들은 관광객 관리와 환경 보호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누웨마루 거리는 '제주속 중국'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언제까지 이 분위기가 유지될지 의문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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