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자연장(葬)인 어승생 한울누리공원이 집중호우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설계자체가 부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예산확보의 어려움으로 대책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시는 연동 소재 옛 어승생 무연고 묘역 일대 3만4117㎡ 부지를 2008년부터 재개발해 한울누리공원을 조성했다. 잔디형 8848기, 화초형 3960기, 수목형 890기, 정원형 1980기 등 모두 1만5678기를 자연장으로 안치할 수 있다.
지난달 19일 개장해 이달 25일 현재 새로 안치한 13구와 기존 무연고 분묘를 개장해 안치한 147구 등 모두 160구가 안장됐다.
그러나 장마철 등 우기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한울누리공원이 수해의 위험에 닥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 달 하순부터 7월까지 많은 비가 예상되고 있다. 장마가 겹친다면 집중호우의 우려도 있다. 공원의 위치도 더구나 지역이 한라산 중턱이라 강수량이 많은 지역이다.
그런데 한울누리공원은 배수시설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배수로는 주 도로 양측 묘역에 하나씩밖에 없는데다가 주배수로도 겨우 하나밖에 없다.
때문에 집중호우가 내리고 배수로에 토사가 쌓여 있을 경우 묘역 위로 빗물이 넘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급경사를 이룬 묘역에 급류가 형성되면서 토사가 유실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행히 깊이 50㎝에 유골이 묻혀 있고, 블록으로 바닥 일부를 다지고 있어 유골의 유실 우려는 극히 적다.
문제는 배수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공원 아래쪽에는 물을 임시로 가둘 수 있는 저류조가 있다. 그런데 말이 저류조지 ‘웅덩이’에 불과하다. 때문에 많은 비가 내리면 금방 차올라 바로 많은 물이 아래쪽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
그렇게 되면 공원 진입로는 물론, 산록도로까지 토사와 많은 물이 유입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설계가 집중호우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공원 진입로 절개지도 정비가 덜 돼 토사가 길로 넘칠 수도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여름철 또는 태풍 내습 시에 호우로 인한 배수로시설은 물론 저류조시설이 미비해 폭우가 계속될 경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며 “하지만 추경에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예산 규모가 적어 확보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설계 부실에 대해서는 “최근 많은 비가 내렸을 때 점검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했다. 설계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간접적으로 문제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우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예산이 확보되면 다음 달 하순에라도 배수로를 확보해 유실 위험을 방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울누리공원의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대가 높고, 오르막길이어서 차량을 이용하지 않으면 장례를 치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주차장도 공원 아래쪽에 있어 공원까지 오르려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공원사무실 앞에도 차량 5대를 겨우 세울 수 있을 정도다.
시 관계자는 “진입로 근처에는 주차장이 있지만, 공원 내에는 주차장이 없다”며 “나이가 드신 분들은 경사로의 길을 따라 200~300m를 걸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