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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19년 만의 초긴축 예산안
‘재정 만능주의’ 배격했다지만 ... ‘긴축 만능주의’ 로 기울 우려도
기초연구 예산 삭감 아쉬워 ... 미래 기술경쟁력에 악영향
총선 의식한 SOC 예산 늘어 ... 시혜성 항목 수두룩한 복지 예산

 

정부가 656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한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보다 18조2000억원 많다. 증가율이 2.8%로 재정통계를 정비한 2005년 이후 가장 낮다. 직전 문재인 정부 시절 증가율(8.7%)은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 평균치(5% 중반)에도 못 미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하게 배격했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선거의 해에 긴축예산을 편성한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2022년 10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올 상반기 국세 수입은 지난해보다 39조원 줄었다. 세수가 부족한 판에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려는 고육책으로도 여겨진다. 

그러나 올해 예산(5.1% 증가)도 긴축으로 인식되는데 내년 예산안 증가율을 더 낮춘 것은 긴축 속도가 과한 측면이 있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 저성장에 직면한 상황에서 재정긴축이 경기회복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 만능주의’를 배격한다며 ‘긴축 만능주의’로 기우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반도체 경기 침체와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통화긴축 정책으로 한미간 금리격차가 역대 최대라서 경기 대응은 통화보다 재정으로 해야 할 상황이다.  

재정은 지출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긴요하다. 긴축 예산일수록 더욱 그렇다. 정부는 정치적인 보조금과 이권 카르텔 예산 삭감 등 총 23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절감한 재원을 약자의 복지 실현과 성장동력 확보에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16.7%나 깎은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정부는 반도체·2차전지 등에 지원을 늘렸다지만, 출연연구기관(-10.8%)과 기초연구(-6.2%)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단기간에 성과를 볼 제품 개발에만 힘쓰고 기초과학과 원천 연구를 등한시하는 것은 미래 국가 기술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지원법으로 산업지도를 바꾸는 미국에서 보듯 세계 주요국들은 과감한 재정 투입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리쇼어링)하는 기업 지원책도 우리나라는 국가 첨단전략기술 분야에 한해 투자금의 50%를 지원한다는데 이 정도로 리쇼어링을 북돋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긴축 기조 속에서도 공항·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4.6% 늘었다. 경제성이 떨어져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충남 서산공항 사업도 포함됐다. 재정으로 노인 일자리를 늘렸다며 전 정부를 비판하더니 내년 노인 일자리 예산 증가율도 25%나 된다. 국가 미래는 외면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표가 될 만한 예산을 늘린 것은 건전재정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내년 국방 예산 증가율도 4.5%로 7년 만에 총지출 증가율을 웃돈다. 무기 구매와 성능 개량 등 방위력 개선비가 늘어나기 때문이지만, 병사 봉급 인상도 한몫했다. 올해 100만원인 병장 월급이 내년 125만원으로 오른다. 내일준비지원금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돼 병장 월급은 사실상 165만원이 된다.

정부는 2025년에는 205만원(월급 150만원+지원금 55만원)까지 올릴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병사 봉급 200만원 실현을 공약한 바 있다. 장병 처우 개선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국가예산의 우선순위와 관련해 균형 감각과 속도 관리가 요구된다.
 

 

내년 복지 예산이 12.2% 늘어나지만 시혜성 항목이 대다수이고, 실업급여·실업부조 등 고용안전망 예산은 줄어든다. 이런 판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응하는 예산이 7400억원이다. 잘못은 일본이 했는데, 방사능 검사부터 어민 피해 대책까지 비용은 우리가 부담할 처지다. 

긴축예산을 편성했음에도 재정 건전성은 악화할 판이다. 내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9%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칙 한도(3.0%)도 넘어선다. 감세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 내내 재정 보릿고개에 허덕일 수 있다.

건전재정 전환은 가야 할 길이다. 재정의 방만 운영은 지양해야 하지만 재정 건전화를 긴축에만 의존해도 곤란하다. 장기적으로 세수 기반을 확충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국가예산 재원은 어디서 뚝 떨어지는 공돈이 아닌, 국민 세금이다. 한푼이라도 허투루 쓰여선 안 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무리한 SOC 사업을 걸러내고, 미래에 대비하는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하길 기대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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