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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2024년 최저임금 9860원 결정 ... 최저임금 노사 합의 결정 단 7번
올해도 법정 심의시한 넘겨 ... ‘두자릿수 vs 동결’ 던져놓고 흥정
소상공인 의견 심의과정서 부결 ... 업종 · 지역별로 차등 적용 검토해야
선진국, 최저임금 정부가 결정 ... 한국도 결정 방식 · 체계 검토 필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는 거의 이런 식이다. 위원회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먼저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양측 모두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을 제시한다. 근로자위원은 통상 두자릿수 인상안을, 사용자위원은 동결 내지 아주 낮은 인상안을 내놓는다. 

노사 양측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처음 요구하는 안의 격차가 워낙 큰 데다 여간해서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노사 양측은 회의를 여러 차례 하고, 수정안도 내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법정 심의기한(6월 29일)을 넘긴다. 

시간을 끌며 벼랑 끝 전술로 버티다가 이듬해 최저임금 공포일에 몰려 밤샘회의 끝에 공익위원 중재안(조정안)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다. 이때 노사 양측 가운데 어느 한쪽이 반발하며 퇴장한다. 최저임금은 결국 공익위원 중재안대로 결정되고, 노사 모두 불만을 토로하는 성명전을 벌인다.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노사 합의로 결정한 것이 7번,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이 9번뿐인 이유다.

2024년 최저임금이 19일 새벽 6시쯤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2.5% (240원) 인상된 것으로 월급(월 209시간 근무)으로는 주휴수당 포함 206만740원이다. 노동계는 기대했던 1만원을 넘지 못한 데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도 노사 최초 제시안이 인상률 26.9%(1만2210원) 대 0% (9620원 동결)로 큰 격차를 보였다. 법정 심의시한을 넘긴 채 역대 가장 긴 110일 동안 노사가 10차례나 수정안을 제시하고도 합의를 보지 못하는 등 구태를 답습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공익위원 중재안이 아닌 노사 최종안-노동계 1만원(3.95% 인상), 경영계 9860원(2.5% 인상)-을 놓고 표결했는데 공익위원 대부분이 경영계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다. 경기침체와 사용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고려해 인상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은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 심정이다. 밥상물가가 두자릿수로 뛰었는데 올해의 절반 수준 인상은 야박하다는 근로자들의 외침을 외면하기 어렵다. 코로나19와 싸우며 연명해왔는데 계속 올리면 사업을 접으라는 처사라는 자영업·소상공인들의 호소를 뿌리치기도 힘들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그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이 15.3%, 322만명이다(2021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 최근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자 높아진 인건비 부담에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무인단말기로 대체하는 ‘나홀로 사장’이 늘어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같은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줄이려면 업종·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업종 구분은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 첫해만 이뤄졌다. 업종별 구분 적용을 숙박·음식점 등 일부 업종에 한정해서라도 시행하자는 소상공인의 의견은 이번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부결됐다.

한국 최저임금위 위원들이 지난해 10월 독일 최저임금위를 벤치마킹했다. 38년 운영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위원들이 8년 전 만들어진 독일 최저임금위에 노사 합의가 가능한 이유를 묻자 ‘구체적 지표와 자료를 바탕으로 논의한다’ ‘노사 합의는 객관적 자료에 대해 수긍하는 과정’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독일 최저임금위는 노사를 대표하는 위원 각 3명과 전문위원 2명, 노사가 추대하는 위원장 등 9명으로 구성된다. 한국보다 위원 수가 18명 적다. 또한 독일은 한국처럼 1년 단위가 아닌 2년 단위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위 위원을 과연 27명이나 둘 필요가 있을까. 노사 양측과 전문성 있는 공익위원 각 2~3명이면 충분할 것이다. 이듬해 최저임금을 6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 정하는 것도 너무 촉박하고 불확실하다. 독일처럼 2년 단위로 결정해 사업주들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대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사 대표가 협상하고 전문가인 공익위원 중재로 결정하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은 남미 국가들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선진국들은 노사 의견을 수렴하되 정부가 주도해 결정한다. 최저임금이 실업급여 하한선처럼 정부의 다른 정책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최저임금위에서 노사 의견을 듣고 논의는 하되, 결정은 정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역사와 실패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도 마찬가지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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