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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 오판 뒷북

 

레고랜드 사태가 마비시킨 국내 회사채 시장이 기능을 회복하기도 전에 흥국생명 사태가 해외 채권시장에서 한국 금융회사와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었다. 불과 한달여 사이 국내 채권 발행과 외자 조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며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 이쯤 되면 한국 정부의 금융감독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생보업계 8위 흥국생명이 5억 달러어치 신종자본증권(달러 표시 영구채)의 조기 상환을 연기했다가 상환하겠다고 번복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흥국생명의 상환 연기 발표로 한국 채권의 신뢰가 약화됐다. 흥국생명 채권은 물론 다른 금융사와 기업이 발행한 채권 가격도 급락했다. 

발행 조건이 나빠져 다른 금융사들이 자금조달 계획을 보류하거나 중단하는 일까지 나타났다. 그러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나서 흥국생명과 모기업인 태광그룹으로 하여금 은행과 다른 보험사들을 통해 5000억원을 조달해 상환하도록 압박했다.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이지만, 발행주체 대부분은 5년이 지나면 돈을 일찍 갚을 권리(콜옵션)를 행사해왔다. 따라서 시장에선 사실상 5년 만기 채권으로 여겨진다. 이를 흥국생명이 5년 만에 갚지 않고 미루겠다고 하자 한국 금융사와 기업들의 재무 상태에 대한 불안감까지 키웠다. 

사실 흥국생명 사태는 금융당국이 미리 대응했으면 벌어지지 않을 혼란이었다.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당국도 알고 있었고, 방치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금리가 치솟고, 레고랜드 사태가 터져 국내 채권시장이 불안해진 판에 해외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콜옵션 연기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전문성에 의심이 가는 심각한 오판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우리은행이 후순위채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한국 기업들이 한동안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을 잊었는가.

 

 

금융당국의 무신경과 무책임은 레고랜드 사태에서도 드러났다. 강원도가 지역 내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회사가 발행한 채권에 약속한 지급보증 책임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지자체 일’로 치부했다. 그러다가 금리가 치솟고 채권발행이 어려워진 뒤에야 급히 자금을 풀어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사들이도록 했다.

결국 보증채무 2050억원으로 막을 수 있었던 레고랜드발發 작은 불씨를 진화하는 데 50조원이 동원됐다. 국내 자금시장이 급속히 경색됐고, 부동산 경기 급랭과 맞물려 110조원에 이르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등장했다.

금융시장은 속성상 어느 한곳이 불안해지거나 마비되면 급속히 전이돼 금융권 전체가 흔들린다. 가뜩이나 미국발 고금리와 강달러에서 기인한 고환율 등 외생 변수로 취약해진 금융시장에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 같은 내부 요인에 의한 리스크가 가세하도록 방임해선 안 된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신속히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공정과 상식, 자유를 앞세우며 출발한 새 정부의 지난 반년을 평가하는 여론은 차갑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률은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부정평가의 절반에 못 미친다. 국정수행 지지도는 4개월째 30%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묻는 질문에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의 두배를 넘어설 정도로 응답자들은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불안 등 경제위기,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위기, 진영 갈등 격화와 같은 정치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 모두 부정 평가가 60%대로 긍정 평가(20%대)의 두배를 웃돌았다. 
 

 

‘지난 6개월이 6년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많았다. 경제가 어려워 먹고살기 팍팍하다고들 한다. 정부가 앞으로 집중해야 할 분야로 경제위기 대응이 으뜸으로 꼽힌다. 사회적으로는 물론 경제 분야 안전사고도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솔직히 반성·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확실하게 세워 실천해야 한다.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거나 조짐이 보이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믿음직한 정부여야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우리가 오늘이 힘들고 고달파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을 거라는 기대와 바람에서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국민의 바람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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