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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연의벗 '생태환경 기획' ... 바다거북과 제주의 해안 (1)

국제적 멸종위기종, 바다거북은 우리나라 해안도 서식지로 삼고 있다. 하지만 산란 기록이 있는 곳은 국내에서는 제주도가 유일하다. 바다거북은 해안 개발문제, 기후위기, 쓰레기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구의 지표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바다거북과 서식지 보전은 개별종의 보전을 넘어서 제주도 해안을 보전하는 길과 직결된다. 하여, 제이누리와 제주자연의벗은 바다거북에 주목했다. 제주자연의벗은 바다거북을 포함해 앞으로 생태환경 기획시리즈 연재를 통해 제주의 다양한 생태환경문제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려 한다. [편집자 주]

# 제주도 해안에 서식하는 살아있는 화석, 바다거북

 

많은 이들이 제주 바다에 바다거북이 살고 있는 사실을 잘 모른다. 제주 바다에는 돌고래뿐 아니라 바다거북도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하기는, 바다거북은 돌고래처럼 물 위를 힘차게 솟구쳐 오르지도 않고 경계심이 강해 바다 속을 조용히 유영하는 동물이라 눈에 띄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육지에 올라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것도 암컷이 알을 낳으러 밤사이에 모래해안에 올라오는 경우뿐이다. 이때도 밤에 올라와 알을 낳고는 황급히 떠나 버린다.

 

새끼들도 알에서 부화하자마자 새벽에 일제히 바다를 향해 나아가서 성체가 될 때까지 수십 년 동안 고향에 돌아오지 않고 대양을 누비고 다닌다. 그래서 해녀나 스쿠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제주 바다에서 바다거북을 보기는 매우 어렵다. 일반인들이 바다 거북을 발견하는 경우는 사체로 발견하거나 그물에 걸려 바닷가로 떠밀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21년에만 14마리 이상의 바다거북 사체가 제주해안에서 발견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매해, 제주 연안에서 바다거북의 사체나 그물에 걸려 부상당한 것이 10마리 이상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이는 바다거북이 제주 연안에 늘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명백한 증거이기도 하다.

 

실제로 2021년,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양동우 박사 등 연구진은 한국 연안에서 좌초 또는 미끼로 잡힌 바다거북 표본 모두 62개를 채취해 조사한 결과, 이들이 한국 바다를 서식지로 이용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바다는 미지의 영역이다. 온갖 배들이 바다를 누비고 있지만 그것은 바다 표면 위를 떠다니는 이동 경로일 뿐 정작 수심이 에베레스트보다 훨씬 깊은 바다 속에 대해 인간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더 많다. 우주를 모르는 것만큼이나. 그 미지의 영역 속에 사는 생물은 더 그렇다. 바다거북도 마찬가지다. 최근에야 바다거북이 알에서 부화한 이후 어디에서 지내는지 극히 일부분을 확인했을 정도다.

 

거북은 우리민족의 의식 속에 제비처럼 친근한 동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민들도 바다거북을 용왕의 사신이나 용왕의 딸로 생각했다. 그래서 다쳐서 바닷가에 올라오면 막걸리를 먹이고 돌려보내기도 하고 죽어서 올라오면 장례의식을 치르고 바다로 고이 돌려보냈다. 김녕리, 온평리 등 도내 해녀공동체에서는 지금까지도 그런 문화가 남아있다고 한다. 바다거북은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는 영물로 해녀들의 인식 속에 현재도 남아있다.

 

지구에 거북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2억 년 전 중생대였다. 그러니까 당시에 거북은 공룡과 함께 지구상에 살고 있었다. 공룡은 멸종했지만, 거북은 살아 있는 화석으로 현재도 바다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거북은 느림사의 대명사로 우리의 인식 속에 박혀 있지만, 바다거북의 경우 땅에서만 느릴 뿐 바다에서는 매우 빠르다. 속도로 보면 국가대표 단거리 육상선수와 비슷(시속 평균 30km, 100m 평균 12초)하다. 그래서 바다 속에서 일 하는 해녀나 스쿠버가 우연히 바다거북을 목격하더라도 쏜살같이 도망쳐 버린다.

 

# 지구 환경문제를 온몸으로 받아 안은 지구적 지표종, 바다거북

 

현재 대부분의 바다거북은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전 세계 거북 356종 가운데 멸종 위기에 놓여 있거나 최근 멸종한 종은 약 61%에 이른다. 거북은 포유류, 조류, 어류, 그리고 세계적으로 경각심을 모으는 양서류보다도 더 큰 위협에 놓여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개발과 환경문제 때문이다.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모래 해변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이들이 알을 낳을 수 있는 공간이 매우 부족하게 됐다.

 

제주도 해안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알을 낳는 해안사구가 난개발로 파괴되고 해안에는 각종 인공시설물들로 잠식돼 가고 있다. 게다가 해수욕장 등 해안에는 야간 조명이 켜져 있어 인공조명에 특히 민감한 바다거북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그래서 바다거북과 해안의 환경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더 나아가 해안의 개발문제, 기후위기, 쓰레기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출입이 통제된 인도의 한 해변에 바다거북 80만 마리가 나타났다. 코로나19로 해안에 인적이 뜸해지자, 바다거북들이 알을 낳으려고 대규모로 몰려온 것이다. 그동안 인간의 행위가 얼마나 바다거북들의 서식지를 위협했는지 알 수 있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더욱이 바다거북이 모래 해변에서 부화해서 바다로 나간다 한들 바닷속의 환경오염과 수많은 쓰레기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바다거북은 해파리류를 좋아하는데 바닷속의 수많은 비닐봉지, 스티로폼,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는다. 거북이가 스티로폼 등을 많이 먹으면 잠수를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다시 바닷속으로 잠수를 못 해 죽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바다거북의 사체를 부검해보면 온갖 비닐봉지와 플라스틱류 등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이 배를 가득 채우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빨대가 바다거북의 코에 박혀져 있는 사진이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바다거북은 지구환경의 지표종(특정 지역의 환경상태를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되는 생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해양뿐만 아니라 육지도 마찬가지다. 바다거북들이 쓰레기를 많이 먹고 죽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육지에서 배출하는 쓰레기가 많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한 연구진은 플라스틱은 모든 바다거북 86%에 영향을 미치고 바다거북 7종 모두에게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에 내놓기도 했다.

 

또한 바다거북의 산란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은 전 세계의 수많은 모래 해변이 개발되고 상업지화돼 생태적으로 큰 문제가 있음을 뜻한다. 결국 지구환경의 지표종인 바다거북이 살 수 없는 곳이 되면 인류도 살기 위험한 곳이 됐다는 것을 뜻한다. 인류가 살기 위해서도 이들과 함께 사는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 국내 유일의 바다거북 산란지, 중문색달해수욕장

 

중문 해안사구가 있는 중문색달해수욕장은(이하 중문해수욕장) 중문 관광단지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중문해수욕장의 해안선은 해안 단애(해안절벽)의 주상절리 해안으로서 모래 해변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낸다. 그러다 보니 중문 해수욕장 주변에는 호텔과 골프장 등 관광시설이 밀집해 있다.

 

중문해수욕장은 해수욕장 지정 이전부터 주민들이 ‘진모살’이라 불러왔던 곳이다. ‘진’은 ‘긴’의 제주어이고 ‘모살’은 모래이므로 긴 모래 해안이라는 뜻이다. 진모살 바로 옆에는 좁은 모래 해안을 뜻하는 ‘조른 모살’이 있다. 주상절리는 진모살과 조른 모살에 걸쳐 계속 이어져 있다. 이 진모살과 조른 모살에는 옛날부터 비단모시조개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하지만 관광지로 개발된 이후부터는 찾기 힘들다.

 

중문해수욕장이 더더욱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곳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의 산란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처럼 정기적 산란지가 아닌 비정기적 산란지다. 일본은 붉은바다거북 등 바다거북 3종이 정기적으로 산란을 한다. 그러므로 제주도는 바다거북 산란지의 북방한계선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연어나 은어처럼 바다거북은 모래해변에서 부화한 후 바로 바다로 떠나 수십 년간 홀로 수천km의 대양을 헤집고 다니다가도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정확히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붉은바다거북은 일본 모래해안에서 태어나자마자 바다로 향해 태평양까지 1만km나 이동해 미국 등의 연안에서 수십 년을 지낸 뒤 다시 1만km를 헤엄쳐 자기가 태어난 일본 해안으로 돌아온다. 바다거북에게는 중문해수욕장도 그 고향 중 하나인 것이다.

 

전 세계 바다에는 7종의 바다거북(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 올리브각시바다거북, 캠프각시바다거북, 납작등바다거북)이 산다. 그 중에서 우리나라 바다에는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이 서식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포항에서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이 발견돼 다섯 종으로 늘어났다. 중문해수욕장에 산란한 바다거북은 붉은바다거북이나 푸른바다거북으로 짐작된다.

 

1999년 10월 18일, 아침 7시경 한 호텔의 직원이 중문해수욕장 배후 해안사구에서 부화한 새끼 바다거북 100여 마리가 모래를 뚫고 나와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이후 2002년, 2004년과 2007년을 끝으로 더 이상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주자연의벗도 조사팀을 구성해 중문 해안사구만이 아니라 도내에서 바다거북이 산란할 가능성이 있는 모래 해안을 올해 내내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 원인은 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중문해수욕장의 야간 조명과 사시사철, 밤낮 가릴 것 없이 관광객들이 출입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 또한 바다거북이 6~8월에 알을 낳는데 예전보다 도내 해수욕장 개장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지면서 산란 시기와 겹치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문제도 있다.

 

더욱이 해수욕장 개장 여부와 관계없이 야간에도 관광객들의 잦은 출입으로 산란처로서는 위험하다고 바다거북이 판단하지 않았을까? 즉, 최소한 바다거북의 산란 시기만이라도, 아니면 최소한 산란 시기 중 야간만이라도 중문해수욕장의 출입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바다거북이 또다시 돌아오는 일을 바라는 것은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격이다.

 

이들이 중문해수욕장 이외에 제주 모래 해변에 산란하러 왔을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이들이 제주 연안을 떠돌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제주 모래 해변이 산란하기 적합한 것이 확인된다면 바다거북은 언제든 알을 낳으러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중문 해안은 아니지만 지난 1998년 8월에 구좌읍 한동리 해안에서도 길이 1m에 달하는 바다거북이 해안으로 올라와 산란장소를 물색하다 100개 이상의 알을 낳았다는 소식도 보고된 바 있다.

 

바다거북의 산란이 주는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단순하게 멸종위기종이 산란을 했다는 것을 넘어서 그들이 안전하게 알을 낳을 수 있는 생태환경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다거북 산란지 회복 운동은 곧 해안 생태계 보전운동과 직결되는 것이다.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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