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당국이 애써 외면해온 제주고사리삼 곶자왈은 오름이 만든 제주도만의 고유한 숲이다. 그래서 제주도내 동서로 분포하고 있는 곶자왈마다 모태인 오름이 있다. 선흘곶자왈은 북오름이 만들어낸 숲이다. 약 9000년 전, 북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식으면서 거대한 용암동굴과 용암평원을 만들어냈다. 그 바위 평원 위에 9천년 동안 만들어진 숲이 선흘곶자왈이다. 하여, 선흘곶자왈을 1만년의 숲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사리(양치식물)는 공룡시대에도 살았던 식물이다. 곶자왈은 국내 고사리의 80% 이상이 살고 있다고 할 정도로 남방계열의 고사리뿐만 아니라 추운지방 북방계열의 고사리도 공존하고 있는 그야말로 고사리의 메카이다. 1996년, 제주대학교 생물학과 김문홍 교수팀은 선흘곶자왈에서 처음 보는 고사리를 발견한다. 신종이었다. 이후, 2001년 세계적인 식물학술지 택손(TAXON)에 관련 논문이 게재되면서 세계 식물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게 된다. 그런데 통상 있는 신종 발견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었다. 그보다 더 위에 있는 속(屬, genus) 자체가 아예 새로운 것이었다. 바로 제주고사리삼이다. 즉, 전 세계적으로 제주고사리삼속에 속하는 식물은 제주고사
곶자왈은 남과 북의 식물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따뜻한 곳에 사는 식물인 남방계 식물과 추운 곳에 사는 식물인 북방계 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제주도 생성의 역사와 곶자왈의 지질․지형적 특성이 결합한 결과이다. 제주도는 불과 1만여년 전에야 섬이 되었다. - 1만년은 인간의 시간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이지만 지질학적 시간으로는 찰나이다. - 즉, 그 이전에는 섬이 아닌 대륙의 일부였다. 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가 되면서 물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섬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제주가 섬이 되기 이전에는 북방계 식물과 남방계 식물이 제주에 분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간빙기가 되고 제주가 따뜻해져가자 추운 곳을 좋아하는 북방계 식물은 기온이 낮은 한라산으로 자리를 이동하게 된다. 당연히 따뜻한 저지대의 북방계 식물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한라산의 시로미, 구상나무, 암매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북방계 식물로서 한라산 일대에서만 명맥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시로미 열매는 시베리아의 북극곰이 좋아하는 열매이다. 즉, 빙하기 때 제주로 내려왔던 추운 북쪽 지방의 식물이 간빙기가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한라
# 중문색달해수욕장에 바다거북은 다시 돌아올까?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8월 25일, 오후 12시 30분. 중문색달해수욕장(이하 중문해수욕장)이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입욕객뿐 아니라 여러 언론사 기자들도 함께 있었다. 또한 사람 아닌 동물도 있었으니, 바로 바다거북이었다. 매부리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 6마리가 함께였다. 왜 갑자기 바다거북이 중문해수욕장에 등장한 걸까? 중문해수욕장은 해양수산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국내 유일의 바다거북 산란지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4차례 바다거북 산란이 확인됐다. 한반도에서는 제주도가 어쩌면 바다거북 산란지의 북방한계선일지 모른다. 그만큼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바다거북의 중요한 서식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07년을 끝으로 바다거북은 알을 낳으러 다시 제주도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CC-TV를 중문해수욕장에 오랜 기간 동안 설치하기도 했건만 끝내 바다거북의 산란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2017년부터 해양수산부는 매해 중문해수욕장에서 바다거북 방류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방류된 바다거북 새끼가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다시 중문해수욕장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구조 치료한 바다거북도 함
# 바다거북에게서 우리나라 쓰레기 문제를 본다 2021년 양동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박사팀은 2014∼2020년 사이 전국의 지자체와 연구기관이 수거해 보내온 바다거북 사체 62구의 위 내용물을 분석해봤다. 그랬더니 우리나라 연안에 널리 분포하는 해조류와 물고기 등이 자주 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발견된 바다거북들은 단순히 해류를 따라 잠깐 들린 것이 아니라 한반도 연안과 제주도를 먹이 터와 서식지로 이용한다는 증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동거리가 수천km, 수만km에 달하는 바다거북은 우리나라를 스쳐 지나가거나 이동경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연안에 터를 잡아 먹이를 섭식하고 있는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산란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올해 제주자연의벗 바다거북 모니터링 팀이 제주도내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에서도, 제주도 표선 해중 분화구에서 특정 바다거북이 계속 터를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서귀포시 소재 섬 부근에서도 바다거북이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즉, 제주 바닷가에 사체로 떠밀려 오는 바다거북의 뱃속에서 발견되는 내용물들은 먼 바다나 다른 나라 연근해에서 먹은 게 아니라 제주도 연안이나 근해에서 섭취한 먹이라는 것을 뜻한다. 즉 이는
# 화산섬, 제주도의 해안 인류가 우주로 먼 항해를 나아가 지구와 한참 멀어졌을 때, 뒤를 돌아 카메라를 지구로 돌려보았다. 그랬더니 거기엔 ‘창백한 푸른 점’이 있었다. 이 글은 천문학의 불세출의 고전 ‘코스모스’의 저자 칼세이건이 쓴 유명한 글이다. 이처럼 은하계의 구석, 태양계에서도 보석처럼 빛나는 지구를 멀리서 바라보면 푸른 행성으로 보인다. 푸른 행성인 이유는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구 표면 중 바다 면적은 70%가 넘는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구는 물의 행성인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바다 위에서는 살 수 없다. 그래도 전 세계 인구의 2/3가 해변에서 100km 이내에 살고 있다. 제주도의 마을도 대부분 해변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물론 생활의 근거지인 용천수가 해안을 중심으로 분포한 원인이 크다) 이처럼 해변은 인류의 문명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는 곳이다. 해변 중에서도 조간대는 핵심 지역이다. 수많은 생명활동이 일어나고 잉태되는 곳으로서 바다생태계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조간대는 밀물 때는 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는 물이 빠지는 지역을 말한다. 제주도의 모든 해안이 조간대에 해당한다. 제주도민들이 옛날부터 고둥,
국제적 멸종위기종, 바다거북은 우리나라 해안도 서식지로 삼고 있다. 하지만 산란 기록이 있는 곳은 국내에서는 제주도가 유일하다. 바다거북은 해안 개발문제, 기후위기, 쓰레기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구의 지표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바다거북과 서식지 보전은 개별종의 보전을 넘어서 제주도 해안을 보전하는 길과 직결된다. 하여, 제이누리와 제주자연의벗은 바다거북에 주목했다. 제주자연의벗은 바다거북을 포함해 앞으로 생태환경 기획시리즈 연재를 통해 제주의 다양한 생태환경문제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려 한다. [편집자 주] # 제주도 해안에 서식하는 살아있는 화석, 바다거북 많은 이들이 제주 바다에 바다거북이 살고 있는 사실을 잘 모른다. 제주 바다에는 돌고래뿐 아니라 바다거북도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하기는, 바다거북은 돌고래처럼 물 위를 힘차게 솟구쳐 오르지도 않고 경계심이 강해 바다 속을 조용히 유영하는 동물이라 눈에 띄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육지에 올라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것도 암컷이 알을 낳으러 밤사이에 모래해안에 올라오는 경우뿐이다. 이때도 밤에 올라와 알을 낳고는 황급히 떠나 버린다. 새끼들도 알에서 부화하자마자 새벽에 일제히
▲ 양수남 국장 지난 22일은 유엔이 정한 28회 ‘세계 물의 날’이었다. 현재 지구상에서는 깨끗한 물 한 모금조차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인구가 수십억 명에 달한다. 아프리카의 많은 사람이 물 한 동이를 얻기 위해 매일 수십km를 걷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그 물조차도 오염된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지하수가 풍부한 제주도에 사는 우리는 느끼기 어렵겠지만 축복받은 땅에 살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지구상 어느 곳보다도 많은 용천수가 솟아나는 곳 중의 하나다. 공식 기록된 것만 1025개소이다. 도외지역처럼 흐르는 강이 없는 대신에 제주에서는 강의 역할을 용천수가 맡았다. 세계 문명들이 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면 제주는 용천수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제주의 용천수는 해안가에 90% 이상 분포하기 때문에 제주도의 마을은 해안선을 따라 형성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 용천수는 지질적·생태적 가치와 함께 역사적 가치도 특별하다.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높은 것이다. ▲ 애월읍의 소왕물. 이야기가 고려 시대 때부터 전해져오며 원형도 비교적 잘 남
▲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지난 4월 3일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은 도민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에 의해 폄하되고 만신창이 되었던 4.3을 다시 제자리로 부활시키고 국가적 의제로 재확인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50여년 만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국가수반으로서는 처음으로 4.3에 대한 공식 사과를 한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재차 사과를 하면서 4.3의 완벽한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라는 명문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도민들은 이에 대해 많이 공감했고 한동안 제주도민들의 SNS에서는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반향은 컸습니다. 저 또한 그 말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허전함이 남았습니다. 그 허전함의 이유가 무얼까 생각해보니 대통령의 말씀은 한편으로는 맞지만 또 한편으로는 맞지 않는 말씀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과거사의 해결은 평화를 지향하고 있지만 제주도의 미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미래는 바로 제주제2공항과 함께 패키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