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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연동, 남조순오름 가기 전 경유지" ... 생태관광 활용 가능할까?

 

“떼까마귀들이 전깃줄에 앉아있는 주위에 있으면 물 떨어지는 소리처럼 ‘타닥’ 소리가 주기적으로 나요. 그게 다 배설물이라니까요!"

 

지난 21일 오후 6시 30분 제주시 연동 과원로.

 

신시가지 입구 사거리부터 제주한라대를 잇는 이 도로에는 퇴근시간인 만큼 통행차량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위를 올려다보면 까만 새들이 하늘을 누비고 있습니다. 바로 떼까마귀입니다.

 

제주는 참새목 까마귀과의 겨울철새인 떼까마귀의 대표 남하지역 중 한 곳입니다. 떼까마귀는 몽골과 시베리아 등 유라시아 북부지방에서 여름을 난 뒤 겨울이 되면 추위를 피해 매해 10월께 우리나라로 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도심 한가운데 출몰한 떼까마귀의 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수천마리가 전깃줄에 빽빽히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해질녘부터 밤 사이 쉽게 볼 수 있죠. 한마리가 먼저 날아가면 나머지 까마귀가 차례로 날아가는 모습은 장관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심에 나타나는 떼까마귀는 도민들에게 각종 불편을 주고 있는데요. 

 

배설물을 맞을까 조마조마하는 등 행인의 불편은 물론 배설물로 도로와 차량이 더러워지기도 합니다. 이들의 울음소리는 소음공해로 여겨지고, 전깃줄에 모여 앉아 있는 탓에 간혹 정전사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처럼 떼까마귀는 주민들에게 겨울철 불청객이나 다름없습니다. 

 

제주시 연동 주민 이모(25)씨는 “떼까마귀들이 앉아있는 전깃줄 아래 인도를 지날 때 배설물을 맞을까봐 긴장하게 된다. 주위에서 쿰쿰한 악취도 난다”고 불편함을 전했습니다.

 

이는 비단 제주도심만의 일이 아닙니다. 농가는 과거부터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요. 실제 우도 농가들은 매해 찾아오는 떼까마귀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호소해왔습니다. 9월부터 파종하는 쪽파가 주된 피해작품입니다. 떼까마귀들이 10월 수확 후 밭에 남겨진 땅콩이나 벌레 등을 잡아먹기 위해 땅을 헤집는 과정에서 쪽파의 뿌리가 손상된다는 것입니다.

 

제주시는 지난 17일 우도에 유해야생동물 대리포획단을 투입, 떼까마귀 257마리를 잡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합니다. 총기 포획시 떼까마귀들이 일시적으로 사라지지만 포획단이 철수하고 나면 또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연동 주민 현모(42)씨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까마귀들이 이렇게 떼지어서 날아다니거나 전깃줄에 앉아있다”면서 “처음 떼까마귀를 봤을 때는 재난영화에 나올 것 같은 모습이 너무 징그러웠다. 울음소리도 무섭다. 그런데 숲이 점점 사라져서 도심지까지 출몰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는 측은지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떼까마귀는 왜 제주도심에 출몰하는걸까요? 주민의 말대로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전문가에 따르면 먹이 조건에 따라서 이동하는 경향이 있는 떼까마귀는 숲이 아닌 초원지나 농경지 등 개활지에서 먹이활동을 합니다. 특히 제주에서는 초지나 목장지에서 먹이활동을 많이 하죠. 

 

이러한 활동을 마친 떼까마귀들은 밤이 되면 천적을 피해 휴식을 취하러 오름분화구나 근처 숲으로 날아갑니다. 특히 도심지를 꺼려하지 않고, 집단 먹이활동이나 무리비행 등 집단행동이 강한 경향성 있는데요.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남하한 떼까마귀의 주잠자리가 한라수목원 근처 남조순오름 분화구다. 도내 도심지에 떼까마귀가 자주 출몰하는 곳이 제주시 연동인 이유"면서 "이들은 무리지어 잠자리로 날아가기 위해 도심을 경유지로 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관광객 이모(30대)씨는 “까마귀가 이렇게 몰려 있는 모습을 제주에 와서 실제로 처음봤다. 생각보다 (까마귀가) 커서 놀랐고, 신기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고 전했습니다.

 

떼까마귀가 매년 겨울 제주에 오는 것을 활용, 생태관광상품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떼까마귀가 겨울을 나는 지역 중 한 곳인 울산광역시는 이번달 떼까마귀를 이용해 관광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떼까마귀 군무체험을 하다가 배설물에 맞으면 지역상권에서 사용가능한 5만원 쿠폰을 주는 방식입니다.

 

환경부도 지난해 11월부터 수원과 안산, 화성시에서 떼까마귀를 찍어 앱에 올리면 1장당 500원을 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제공한 사진을 바탕으로 떼까마귀 출현시간.장소 등을 수집분석해 출현지점을 나타내는 지도를 제작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장은 "우도 떼까마귀에 대한 제주시 차원의 포획과 사살은 사실상 농작물 피해를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농민들을 대신한 화풀이에 가깝다”면서 "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울산의 사례처럼 공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작물 피해와 배설물 등의 이유로 애물단지로 여겨지는 떼까마귀. 이를 잘 활용한다면 오히려 축제의 주도자로 나설 수 있지 않을까요?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함께 가져가야 할 때 입니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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