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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포커스] 소멸 위기 언어 10년…학년 올라도 같은 내용 반복
일선 교사들 "체계적인 제주어 교육 과정 만들어야"

 

지난 2010년 12월 제주어가 유네스코 소멸 위기 언어로 분류된 이후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제주도교육청은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보고 일선 학교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제주어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제주어 교육의 효과는 나타나고 있을까.

 ◇ 재미없는 제주어 교육 

 

"제주어 재미없어요."

 

"제주어요? 잘 모르겠어요."

 

"배운 걸 또 하고 또 하고…. 지겨워요."

 

최근 제주지역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제주어 교육에 대해 질문을 하면 이 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대부분 짧게 단답형 대답이 돌아올 뿐 긴 대답을 듣기 어려울 정도로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심지어 자신이 제주어 교육을 받았는지조차 기억을 못 하는 학생도 여럿 있었다.

 

왜 그런 걸까.

 

 

제주어를 가르치는 교사들로부터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중학교 교사인 A씨는 "제주어 교육이 체계 없이 진행되다 보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학년이 올랐는데도 똑같은 내용이 반복돼 '재미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교육청에서는 4·3과 제주어를 무리하게 연관 지어 가르치도록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때에 따라 자유롭게 제주어와 4·3을 함께 가르치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무리하게 연관 짓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사회·국어·미술·음악 등 많은 교과목에서 제주4·3과 제주어를 과도하게 반복적으로 가르치다 보니 오히려 교육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제주어를 쓰는 학생들의 수가 해마다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A씨는 "5∼6년 전 읍면지역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학생들이 제주어를 일상생활에서 곧잘 썼다. 그런데 다시 같은 학교로 돌아갔는데 쓰는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은 동(洞) 지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 "언어 사라지기 전에 제대로 가르쳐야"

 

이처럼 제주어 보전과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는 국내 여느 지역과 달리 2007년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만들고, 2014년에는 독자적인 표기법인 '제주어 표기법'을 제정·고시했다.

 

이어 2015년에는 제주어를 살리기 위한 교육 현장의 책무를 담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주어 교육 활성화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의 목적은 일선 학교(유치원 포함)에서의 제주어 교육을 활성화함으로써 학생들이 제주어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해 제주 문화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데 있다.

 

조례는 제주어 교육 활성화를 위한 교육감의 의무와 시행계획 수립, 각종 사업 추진, 예산 지원, 제주어 교육주간 운영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제주어 교육이 정규적인 학교 교과 과정에 편입되지 못하고, 여전히 타 교과 수업이나 특별 활동 시간을 활용해 제주어를 잠깐 소개하는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이 제주 이해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9년에 제주어 교육과정을 개발했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주학연구센터가 지난해 7월 16일부터 8월 22일까지 일반인 300명과 초·중·고 교사 200명 등 총 500명을 대상으로 제주어 교육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교육청이 매년 개발하고 있는 제주어 교육 자료에 대한 교사들의 인지도는 73.5%로 높지만, 이를 활용한 경우는 39.0%에 그쳤다.

 

10명 중 6명은 해당 자료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활용하지 않은 이유는 조사 결과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교육자료가 부실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제주어 교육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점'을 묻는 말에 '제주어 연수 프로그램 개발'(44.0%), '제주어 교육 과정 개발'(22.0%), '제주어 전담 교사 양성'(11.5%), '제주어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11.0%), '제주어 교재 개발'(10.0%) 순으로 답했다.

 

제주어 연수 프로그램 개발을 제외하면 나머지 응답 대부분이 제주어 교육과정을 체계화하라는 요구에 가깝다.

 

제주어 교육 교재와 콘텐츠 등을 개발해 교육이 체계적이고 수준별로 이뤄져야 함을 일선 교사들이 원하는 것이다.

 

제주학연구센터 센터장인 김순자 박사는 "제주어는 제주 사람들의 정신, 정서, 문화가 담겨 있는 '그릇'"이라며 "소멸 위기 언어인 제주어가 사라지기 전에 어린 세대에게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문제는 제주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교사가 없는 상황이다. 지역 대학에서 맡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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