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이 제8호 태풍 ‘바비(BAVI)’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제주 곳곳에 생채기를 남기는 수많은 피해를 남기고 떠났다.
제주산간에는 400mm 넘는 비가 내렸고, 강풍이 몰아치면서 130여건의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잇따랐다.
26일 제주도 재난대책본부와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8호 태풍 ‘바비’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중심기압 945hPa, 중심 최대풍속 초속 45m의 매우 강한 세력을 가지고 제주서쪽 약 200km 해상을 통과했다.
태풍은 이날 오후 9시 목포 서쪽 약 160km 부근 해상을 지나고 27일 새벽 3시에는 백령도 남남동쪽 약 100km 부근 해상까지 북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 ‘바비’가 제주 서쪽해상을 통과하면서 제주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25일 0시부터 26일 오후 4시까지의 제주주요지점 강수량은 한라산 사제비오름 408.5mm, 삼각봉 391mm, 윗세오름 316.5mm이 기록됐다.
그 외 제주 115.6mm, 산천단 218mm, 서귀포 93mm, 강정 100mm의 강수량이 관측됐다. 또 고산 108.1mm, 대정 144.5mm의 강수량이 관측됐으며 성산 77.9mm, 송당 101.5mm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27일까지 태풍의 영향으로 50~150mm의 비가 더 내리겠다”며 “또 28일에는 지속적인 남풍류의 유입에 따른 지형적인 영향으로 산지와 남부를 중심으로 비가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산지를 중심으로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하천이나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날 수 있다”며 “저지대 침수 및 하천 범람 등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덧붙였다.
제주에서는 많은 비 이외에도 곳곳에서 초속 30m가 넘는 바람이 관측됐다. 윗세오름에서는 초속 36.4m의 순간최대풍속이 기록됐다. 그 외 제주공항 초속 32.7m, 새별오름 초속 32.2m, 삼각봉 초속 31.8m, 지귀도 초속 30m 등의 순간최대풍속이 기록됐다.
태풍으로 인해 강한 바람이 불면서 제주와 뭍지방을 잇는 하늘길은 일찌감치 끊겼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26일 낮 12시50분을 기준으로 이날 운항 예정이었던 항공편 463편이 모두 결항됐다. 제주와 다른 지역을 이어주는 모든 배편도 끊겼다.
피해도 속출했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와 서귀포시 회수동에서 가로수가 강풍에 꺾이고 뽑히면서 소방당국이 안전조치에 나섰다. 제주시 연동에서도 가로수가 뽑히면서 도로위로 쓰러지는 일이 생겼다.
서귀포시 대정읍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이 뜯기고,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에서는 가로등이 쓰러졌다. 제주시 아라2동 한 도로에서도 가로등이 꺾여 도로 위로 쓰러지는 일이 있었다. 이외에 제주시 이도2동의 한 상가에서 간판이 강풍에 떨어지는 등의 사고도 생겼다.
제주시 도련1동 도련사거리 인근도로에서는 도로에 지름 약 27cm 크기의 싱크홀이 생겨 소방당국이 안전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그 외에도 공사장 안전펜스가 쓰러지고 유리창이 깨지거나 간판 등이 떨어지는 일이 속출했다.
정전도 있었다. 제주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모두 261가구에서 정전 피해가 생겼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제주도내에서 모두 130건의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
